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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daal Aug 24. 2023

난 음식 쓰레기통이 아니라고요.

narrative_recipe: 별책부록

우리 엄마는 하루에 세끼를 꼬박꼬박 만들지. 우리 아빠는 하루에 세끼를 꼬박꼬박 드시지.

우리 엄마는 매 아침마다 압력솥에 새 밥을 지으시지. 우리 아빠는 매끼 다른 찌개나 국을 드시지.

우리 엄마는 모든 반찬을 다른 그릇에 적당히 담아내시지. 그 집 막내딸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는 법이 없지, 그래서 그 집 엄마는 모든 음식을 두 개씩 담아내시지.


그 집의 막내딸인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 그곳에 같이 살았고 그 이후로는 대부분 떨어져 살았지만,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그곳 식탁의 풍경은 변함이 없어. 매끼 밥을 하는 엄마 모습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나는 늘 상대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묻게 되지. 또한 매끼 다른 음식을 공양받는 아빠를 보고 자라서인지 나는 24시간 이내에 같은 음식을 먹는 법이 없어. 생각해 보면 참 비효율적인 일이 아닐 수 없어.


잠깐 같이 아파트를 쉐어 하던 중국인 저스틴은 주말에 딱 한번 요리를 해. 일주일 먹을 음식을 한 번에 끝내는 거야. 물론 단일음식이야. 일주일 동안 같은 음식을 먹다니, 나는 분명 좋아하지 않을 식습관이지만 그는 시간과 재료와 돈을 아낄 수 있다며 자신의 현명함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았지. 나도 어느 정도 공감을 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나는 너무 미식가로 태어났어.



'빨리 먹어 치워 버려.'


엄마는 정말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드시고, 정말 많은 종류의 음식을 만드시지. 우리 집 식탁은 늘 5첩 반상이 기본이었고 학교에서 배웠듯이 5첩에 국과 김치는 포함되지 않았어. 이렇게 넉넉한 엄마조차도 한 가지 규칙이 있는데 음식이 애매하게 접시에 남으면 안 된다는 거야. 그럴 때면 그녀는 누군가를 지목하며 '빨리 먹어 치워 버려.'라고 명령을 하곤 하지. 음식을 남기지 않는 건 좋은 거 거지만 내가 지목될 때면 '아니, 내가 쓰레기통이야? 먹어치우라니!' 하며 식탁을 떠났고, 남은 음식은 늘 엄마 몫이 되곤 했지. '내가 이러니 살이 안 찔 수가 없어.'라는 말이 등 뒤에서 들려와.



나는 엄마의 딸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음식쓰레기를 관리 감독하지. 양파껍질까지 먹어 보았는데 정말 그것만은 먹을 수가 없었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 그는 식재료를 절대 남기지 않을뿐더러 일반적으로 '생쓰레기'로 인식되는 껍질 (바나나, 수박, 파인애플, 호박등의 껍데기)까지 어떻게든 식재료로 사용하려고 시도하는 사람이었어.


사실 그래. 감자껍질은 물론이고 브로콜리의 굵은 줄기, 쫑쫑쫑 썰고 남은 파뿌리, 파인애플 껍질, 정말 잘못된 게 하나 없는 섭취가능한 '음식'들이거든. 오늘은 콜리플라워 굵은 줄기를 아주 잘게 썰어서 볶음밥을 만들었어. 어제 쓰고 남은 떡볶이 소스를 넣었더니 태국 노점에서 떡볶이를 먹고 그 국물에 밥을 볶아 먹는 기분이 들어. 끄트머리까지 아주 알뜰하고 야무지게 먹는 그런 음식들을 만들어. 음식 쓰레기 없는 나의 부엌에서 기분에 맞추어 요리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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