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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경 울림 Oct 07. 2024

시간 깎기

시간은 흐르는 게 아니라 깎인다는 것을

i

내가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에는
비디오 하나 빌려보는 게 최고 유희였어
토요일 학교를 마치면 상돈이네 모여서
비디오 가게로 달려갔지 라면도 끓이고
ii
과자 봉지 뜯으며 비디오를 보던 안방은
멀티플렉스 팝콘 콤보가 부럽지 않았어

영웅본색 폴리스 스토리 인디아나 존스

  단연코 최고의 영화는 백투더퓨쳐

iii

시간 여행이라는 상상이 펼쳐진 시작

과거로 미래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그러게 시계도 날짜도 숫자로 적히잖아

보고서에도 시간은 일직선으로 긋잖아

iv

사십 여러 해를 살면서 그렇게 믿어왔어

시간은 흐르고 흘러간 시간은 허망하고

생의 절반을 넘으니 이제서야 알 것 같아

시간은 흐르는 게 아니라 깎인다는 것을

v

모두가 어느 만큼씩 저마다 다른 정도로

다이소에 있는 보석캐기 탐험세트처럼

각자가 주어진 만큼에서 깎아내는 거야

이렇게 깎고 저렇게 깎고 저마다 다르지

vi

깎여진 시간은 흘러가지 않고 남아 있어

나를 대하는 태도에 남을 대하는 태도에

시간을 깎으며 보석을 캤으면 근사하게

시간을 깎으며 깎기만 했으면 근근하게

vii

혹시 너무 늦은건 아닌지 낙심이 든다면

너무 걱정 마 아직도 남은 시간이 있으니

그 안에는 숨은 보석들이 반드시 있거든

마지막  날까지 찾아내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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