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면목동에는 ㄱ자 집들이 많았다 긴 변에는 방이두 개 작은 변에는 방 한 개 긴 변에는 주인집이 작은 변에는 셋방이 우리는 주인이었지만 작은 변에 살았다 ii 녹슬어진 철문은겉보기로만닫히었고 자그마한 마당에는 화장실과목욕탕이 그위쪽에는 옥상이 옥상에는 단칸방이 그리고 전깃줄이 늘어진 처마가 있었다 iii 하필이면 그 처마로 이사 온 제비 두 마리 전깃줄을 반석삼아 제비집을 지었더라 겨우내 꿈꾸었을남쪽나라가여기라니
아파트 당첨된 듯애타게 기다렸을 텐데
iv 지금은 사라져버린한여름날장마철에 구렁이 미끄러지듯 빗물이 흘러들더니
외줄 위에 위태로이 지어졌던 제비집이 숨겨놓은 알과 함께 하룻밤새 무너졌다
v
그날 아침 줄에 앉아 그렇게도 울어댔지
제비 두 마리 울음소리가 울음 소리였다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다음 해 반갑게 찾아왔지만 집을 짓지는 않더라 vi 그 이듬해부터는 보이지 않았던 제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