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싸우면서 자란다고 그러는데 웬만큼 자라도 싸움은 끝이 나질 않는다 해나가 뒤뚱뒤뚱 뛰기 시작하던 즈음에 아내와의 부부싸움은 최고조에 달했다 ii 싸움의 발발은 몹시 원초적인 이유였다 좀 더 도와달라 여기서 더 어떻게 돕느냐 해나 하나 키우려고 둘이 동분서주해도 시간은 부족하고 체력은 고갈되어 갔다 iii 부끄럽지만 그날이 분명하게 기억난다 해나가 장난감 하나를 들고서 달려오던 신발장 앞에서 신나게 싸우던 우리에게 싸우지 마 싸우지 마 장난감을 건네주던 iv 부모가 되어 보아야 어른이 된다는 말을 부모가 된 후에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저기서 뒤뚱뒤뚱 달려오던 어린 해나의 새하얀 얼굴을 보면서 깨달았던 것 같다 v 싸우지 말아야겠다 해나가 보고 배운다 말조심해야겠다 행동도 조심해야겠다 스스로 주장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았고 화를 더디 내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다 vi 그러나 여지없이 넘어지는 상황이 있다 시간이 급한 상황에 운전대를 잡았을 때 느릿느릿 가는 차가 앞에 있으면 터진다 빵빵대며 비난하고 추월하며 흘겨본다 vii 광화문에서 밥 먹으며 해나에게 물었다 아빠가 차 안에서 불평하는 소리 들리지 아니 자기는 그런 소리 전혀 못 들었단다 아내가 일깨워준다 엄마는 많이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