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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숲 Dec 11. 2019

잣나무 가득한 청태산 자연휴양림

-잣나무 숲의 가을 냄새가 잊히지 않습니다.

 그 해에는 유난히도 캠핑을 많이 다녔다. 한 달에 두 번은 꼬마인 아이들을 데리고 숲으로 갔다. 아이들은 캠핑 속에서 자랐다. 캠핑을 다니며 그곳의 나무와 꽃들을 보며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알았고, 그 안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하며 세상을 알아갔다. 어디 아이들만 자랐을까. 어른도 캠핑 속에서 커가고 자란다. 숲에서 새로운 계절을 만날 때마다 조금씩 겸손해지고,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해진다. 지나온 날들에 대한 감사에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지. 그리고 캠핑을 하며 만나는 자연에서 마음과 몸이 위로받는다.


 여름 지나가고 조금씩 번져오던 가을의 어느 금요일 저녁. 청태산 자연휴양림은 고즈넉할 정도로 고요했다. 한두 군데 데크를 빼면 거의 비어있지만 다른 캠퍼들의 조용한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가능한 조용히 텐트를 쳤다. 그리고 멋진 카펫처럼 기분 좋게 깔린 잣나무 잎들 위에 작은 의자를 두고 앉아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총총한 하늘의 별들은 키 큰 잣나무의 잎들에도 가려지지 않고 그대로 먼 곳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리고 은은하게 전해지는 잣나무의 솔향기. 그 가을의 향기에 나의 마음엔 어느새 빗장이 풀리기 시작한다.

 산새들의 소리에 일찍 잠에서 깨어 조용히 커피도 내려 마시고 데크에 누워 사라지는 가을의 흔적을 찾아본다. 잣나무 오랜 잎들은 비 내리듯 한 번에 우수수 떨어진다. 떨어지는 잎들을 두 손에 가득 모아 본다. 그렇게 데크에 누워 숲의 향기를 마시다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토요일 오전의 여유로움까지 더해서인지 시간이 아주 천천히 지나가는 듯했다.


 캠핑의 즐거움 중 하나는 동물과 곤충 친구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은 커피를 마시다가 잣나무 잎으로 덮인 땅이 우두둑 솟아오르는 것을 구경하였는데 알고 보니 두더지가 땅 속으로 지나가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두더지가 나오는 그림책을 즐겨보았지만 실제로 두더지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두더지는 다람쥐처럼 작고 귀여웠다. 금세 사라진 두더지의 흔적을 아쉽게 따라다니던 꼬마들 눈에 이번에는 고맙게도 다람쥐가 보였다. 꼬마들은 아주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 그들을 따라다니기에 바빴다.

 


 잣나무 숲의 향기에 반해 그 후로 서너 번 더 찾아간 청태산 휴양림. 한 번은 여름에 청태산을 찾았는데 더위를 모를 정도로 시원함이 매력이었다. 아이들이 잠든 후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끼고 영화 [원스]를 보는데 꽤 서늘해서 침낭을 덮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곳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아이들이 놀만한 계곡이 없다는 것이지만 시원하고 향긋한 잣나무 숲에서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다. 청태산 휴양림을 소리 내서 말해보면 어느새 잣나무 숲을 거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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