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도(愛道)] - 2023년 1월 6일 금요일
알고 있는 사람과 모르고 있는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나는 누구 때문에 신경 쓰이는 걸까?
아프기도 만만치 않은데, 아프기까지 가는 과정이 부담스럽다.
나를 보이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나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랄 맞다.
지난주부터 소화가 덜 된다. 배는 고픈데 밥이 안 넘어간다. 특히, 출근해서 먹는 점심이 그렇다.
말하고 나면 좀 편해지려나?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괜찮은 게 아니었나 보다.
알아야 할 권리를 가진 사람들-우두머리와 과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얘기를 해야 한다.
나를 보이는 이유가 결재 때문인 사람과 미안함에 선뜻 말을 꺼내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무슨 말이 오고 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대략 일이십 분 정도의 대화였지만 하루 종일 숨 막히는 날이었다. 온 힘으로 숨기고 있던,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약한 모습을 어쩔 수 없이 스스로 고백하는 자리였다. 아픈 게 죄다. 위로받고 싶지 않은 이에게 받는 위로는 위안이 되지 못하고 굴욕감으로 남았다.
그리고, 과 후배들에게 짧은 저녁을 청해 며칠 뒤 다가올 나의 빈자리에 대해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조직에서 제일 높은 선배가 되고 나니 안 아픈 것도 능력이라 이렇게 된 나한테는 짜증이 나고, 후배들에게는 지위에 맞지 않게 큰 업무가 넘어가야 해서 미안하다. 사실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갈 것이다.
오늘 출근해 보니 이 공간의 공기가 어제와는 다르다. 비밀이 아니어도 되니 편한 것도 있구나 싶다.
몸과 마음의 긴장감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다.
사무실에서의 일은 가쁘게 돌아간다. 예정된 일을 요구하는 시점이 예년에 비해 빨라 다 마무리하고 나서 자리를 비울 수 있게 되어 너무 다행이다. 우울해할 겨를이 없다.
그래서인지 하루의 시간은 좌절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D-day는 계속 뒤로 밀린다. 오기는 하는 건가?
오늘은 벌써 오후 4시이고, 1월 12일은 1년이나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인지부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