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시 | 2011년 12월 <스물둘의 겨울 7>
좋아했던 것이 사라지니
하루가 지루해 날의 변화가 싫다
아끼던 너를 하루에서 지우고
즐기던 햇빛을 커튼으로 감췄다
낮인지 밤인지 어제인지 오늘인지
감각을 없애니 시간도 멈춘 것 같아
낮을 기대 하면서도 낮이 무서워서
커튼을 젖힐 용기가 나지 않는다
고양이 눈처럼 어둠에 적응한 손은
더듬더듬 촛불과 라이터를 만져내고
불을 밝히니 새까만 아보카도 하나
네가 남긴 아보카도도 시간을 잊었나
어둠 속 칼질은 우리를 완벽히 가르고
씹고 넘겨 소화하려 했던 아보카도는
무기력한 얼굴로 상한 단면을 보인다
배수구를 식도로 여기면 되려나
포크로 잘게 으깨어 흘려보낸다
상한 마음도 으깨어 버릴 수 있다면
마음이란 게 있는 사람이 무서워
아보카도보다 더 쉽게 변하는 마음이
되돌릴 수도 으깨어 버릴 수도 없는 마음
사랑을 껍질 삼고 추억을 씨앗 삼지 마
숟가락으로 속살을 파내듯 상처 주지 마
샐러드 가게 아가씨에게 건네는 말짓을
사랑한다던 내게 전해줬다면 달라졌을까
원래 상한 속살이었다면 이해할게
원래 까만 마음이었다면 이해할게
스물둘에 남겨두었던 메모장 속 몇 가지 글귀들을 차례대로 꺼내고 있습니다.
마음은 왜 쉽게 변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