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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 예찬

스물한 번째 시 | 2020년 2월

by 풀 그리고 숲

딸아,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란다

망각할 수 있다는 건 인간으로서 축복이야

아버지, 저는 어느 하나도 잊기 싫은 걸요

기억이야말로 축복 아닌가요


둘 다 틀렸고

둘 다 맞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세월의 뒤 편에 가려진 기억들이 아련해

시선을 멀리 두어 본다


기억할 수 있음이 축복이요

기억하기 때문에 고독하다

아빠, 우리 슬펐던 기억들이 희미해져 가요

아빠, 조금이라도 더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주세요


망각이 있어 기억이 추억이 된다

추억을 얻은 대신 몇 가지 기억은 사라지겠지

잘 가

나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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