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번째 시
하루가 어떻게 흘렀는지 알겠다
가끔은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고 싶은데
젖은 솜이불을 두른 듯 축 처지는 몸
기댔는지 누웠는지 모를 소파 위의 나
멀찍이 보이는 발톱이 빼꼼 인사하네
다듬어보려다가 신발 안에 감춰본다
무작정 걷다 보니 입꼬리가 싱긋
기분이 좋아진 것은 아니니 오해 말아요
넘치는 햇살이 만들어낸 나무의 그림자
흐르는 바람이 만들어낸 나무의 숨소리
하루가 어떻게 흐르는지 알겠다
이 순간 흐르는 시간을 그대로 느껴본다
무작정 걷다 보니 흐드러진 나무줄기
정성껏 걷다 보니 눈높이를 맞춰주었네
내 키와 같은 나뭇가지, 지금 만나러 갈게
초록의 나뭇잎들이 부드러이 지나간다
싱그러운 이파리가 따뜻하게 쓰다듬네
피하지 않고 부딪쳐서 행복한 순간도 있네
고마워 나무, 늘 같은 모습으로 안아줘서
연휴 잘 보내셨나요?
육아를 하니 황금연휴도 예전처럼 반갑지만은 않네요...
겨를도 없고 기운도 없어 주말과 연휴를 포함해 5일 동안 브런치 발행을 쉬었어요.
27일간 거르지 않고 시를 발행하다가 잠시 쉬려니 망설여졌죠. (습관이 된 건가!)
계획해 둔 원고 작업도 멈춘 터라 마음이 불편했는데, 나무가 절 위로했어요.
언제나 저를 위로해 주고 격려해 주는 것은 초록의 자연입니다.
그렇듯 초록의 나뭇잎 같은 글을 쓰고 싶어요. 심호흡을 하고, 다시 나아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