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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이 죄악이지만 그러나

스물일곱 번째 시 | 살아있어 행복하기에 해야만 하는 일

by 풀 그리고 숲

몸을 씻으면서 생각했다

거품과 함께 씻겨 나간 것들은 모두 더러운 것이겠지

머리를 빗으며 떨어지는 머리카락이 바닥에 버려진다

숨을 쉬며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흩어진다

내가 만들어내는 것 중에 건강하고 좋은 건 무엇이지

가끔은 사는 게 도움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살고 싶다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으려면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인간답게 사는 길

나로 인해 생겨나는 불순물을 정화할 만큼

건강하고 상쾌한 마음으로 긍정을 나누는 것

누군가의 마음을 의미 있게 울리는 것

공감을 이끌고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게 돕는 것

나부터 그런 사람이 되는 것

선택이 아닌 필수더라도 부담을 갖지도 우울해하지도 말자

최소한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면 그리고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잘 살고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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