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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졍 Jul 09. 2021

안녕이란 말대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2학년이 끝날 무렵, 아이들에게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냈다. 

  "너네 고3 올라가면 국어도 같이 공부하고 졸업 시키고 할려고 했는데, 샘 사정이 생겨서 다른 학교로 가."

  "어라. 샘 어느 학교 가요?"

  "00학교."

  "뭐야. 존나 가깝네. ㅋㅋ 샘 연락할게요~."


  굉장한 아쉬운 마음에 어렵사리 아이들에게 꺼낸 이야기인데 의외로 쿨한 반응이었다. 조금은 섭섭했다.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나만의 착각인가 싶었다. 왜 단 한명도 서운해 하지 않는거지 생각하며. 본래 학교를 옮길 때 조용히 이야기를 안하고 간다. 교사로서 2년 혹은 4년에 한번 꼴로 학교를 옮기는건 당여하기 떄문에.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이번 고등학교 첫 아이들은 유독 눈에 밟혔다. 그래서 이야기를 꺼냈는데 아이들의 반응은 무반응.


  아이들과는 너무나 좋았으나 같이 일하는 부장님과의 개인사정으로 아이들 앞에서도 몇 차례 울고, 선생님들과의 분위기도 좀처럼 잡히지 않아 2년만에 학교를 옮기기로 결정을 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 학부모, 같이 일하는 교사 삼박자가 잘 갖춰져야 제대로 일할 맛이 난다. 그중 하나라도 엇나가면 그 일년이 매우 지치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거창하게 아이들이 운다거나 날 붙잡거나 하는걸 상상한건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왜요?"라고 물어볼 줄은 알았는데... "가깝네. 연락할게요."라니....


  종업식. 

  진짜 아이들은 3학년이 되었고. 나는 근처의 00학교로 전근을 가는 것이 확실해 졌다. 

  "야 8반 그동안 진짜 고생많았다. 샘 너네랑 일년 동안 너무 행복했어. 고마워."

  "샘 일년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그래그래. 고3 별거 아니다. 지금처럼 하면 잘 할 거야.너넨. 잘 할 수 있지?"

  "그럼요~~ 그만 걱정해요."

  "샘 우리가 샘네 학교 놀러갈거에요. 그러니 잘 지내고 있어요!"

  "응응. 안녕."

  "와 대박... 안녕이라니요. 샘. ."

  "...."

  "와 내가 이럴 줄 알았어 ㅋㅋㅋ진영샘 또 운다~~"

  사실은 아이들의 쿨한 반응에 서운해서 눈물이 났다. 그래도 2년동안 정말 나의 청춘을 다 바쳐 이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상담해주고 변화시켰다고 생각했었다. 그랬는데 막상 떠날 때 아이들의 반응이 서운했다. 

적어도 몇 명은 서운해 하고 울 줄 알았는데.. 아이들 아무도 안울고 내가 울 줄은 상상조차 못했던 것이다. 


  "샘~ 퇴근해요?"

  "뭐야 왜 아직도 안감?"

  "샘 기다렸죠."

  "뭐야 왜 기다려 아깐 잘 가라며."

  "ㅋㅋ아니 샘. 왜 그래요 진짜~ 언제는 우리 인간대 인간으로 계속 만날 수 있을거라면서요. ㅋㅋㅋ"

  "..."

  "학교 옮긴다고 뭐 샘이 우리 샘 아닌가?"

  "맞아. 샘은 그래놓고 왜 울어요 진짜.ㅋㅋㅋㅋ"

  "...."

  "샘. 우리는 샘이랑 계속 볼거니까 그래서 샘이 학교 옮겨도 별로 상관 없었어요."

  "맞아요~ 샘이 맨날 이별하는 뒷모습은 아름다워야 한다면서요 ㅋㅋㅋ 그래서 뭐 우린 영영 이별도 아니니까 쿨하게 한건데."

  "솔직히 말해봐요 우리한테 서운했죠?"

  "야 되써 그만해. 너넨 날 또 울렸어!!!."

  "샘 잘 가요~ 00학교 가서 너무 걔네한테 잘해주지 마요. 샘 영원한 제자는 아니 동생들은 우리니까."

  "짐 들어들일게요, 우리가 차까지 마지막 배웅 해드리죠 ㅋㅋㅋㅋ"


  교사와 학생 사이.

  인간과 인간 사이. 

  선배와 후배 사이.

  2년 동안 만난 00고등학교 아이들은 사실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어느정도였다. 학생의 위치에서 교사의 위치에서 서로 받은 것 보다는 인간대 인간으로서 서로에게 의지 했고 서로에게 기대했다. 

그러했기에 이 아이들에게 내가 학교를 옮기는 것은 별일 아닌 일이었다. 그저 자기들 가까이에서 선생님으로서 함께 하지 못하는 것 뿐이지, 언제 어디서나 보고싶으면 연락해서 만날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사이였던 것이다. 

그 이후로 아이들은 틈나는 대로 연락을 해오고 만났다. 아이들은 어느새 대학생이 되었고 군대를 갔다. 지금은 제대 후 대학을 다니거나 취업을 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우리는 만난다. 

17살이었던 아이들이 어느새 25살이 되어 인생을 걱정하고 위로받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이 아이들에게 나에게 서로의 인생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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