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0 기록
제가 사용하고 있는 음악 앱은 내 취향에 맞는 음악만 골라 들을 수 있다는 광고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무한히 나옵니다. 이를 계속 듣다 보면 나만의 취향을 확고하게 설정하는 것,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만 시간을 쏟는 게 꽤 합리적인 선택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좀 고집스러운 면이 있는 사람이고 저도 저의 알고리즘이 설정한 확고한 취향 속에서 헤매는 시간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뜻밖에도 이번 주에는 저의 취향과 살짝 다른 분야의 책,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던 고정관념에서 살짝 벗어날 자유를 준 문장과 우연히 만났습니다.
언젠가부터 시청할 콘텐츠를 고를 때면 그저 알고리즘의 추천에 따라 무작위로 떠오르는 콘텐츠를 생각 없이 볼 때가 많았는데요. 이렇게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화면에 떠오르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은 늘 하지만 실제로 행동을 바꾸기란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이번 주에 수집한 이 문장들이 목적 없는 행동이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는데 조금씩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원하는 세상과 연결되기 위해 특정한 곳에 살 필요는 없다. 어떤 곳이 답답하게 느껴지더라도, 너무 젊거나 늙었거나 빈털터리라도, 어디에 얽매여 있는 상황이더라도, 자신감을 가져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얼마든지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세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면 된다. (이 시점에서 헤드폰을 쓰고 비치보이즈의 노래 'In My Room'을 틀면 딱 좋다) 좋아하는 책들과 사물들에 파묻혀라. 이것저것 벽에다 붙여라.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하라.
<훔쳐라, 아티스트처럼>
오스틴 클레온의 <훔쳐라, 아티스트처럼>은 매년 주기적으로 한 번씩 집어 듭니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 위 문장에 다다를 때면 언제나 핸드폰을 들고 비치보이즈의 노래를 검색합니다. 2분 정도의 짧은 노래이지만 그래도 책에서 소개한 대로 지금과 다른 공간을 상상해 보는데 충분한 몰입감을 전해주는 곡이긴 해요.
지금의 나, 지금의 환경, 지금의 수준에 나는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가? 만약 이런 질문을 듣는다면 저는 이런 늘 대답만 할 것 같아요. ‘절대로 그렇지 않다. 항상 뭔가가 부족하다.’ 왜냐하면 제 삶은 과거와 현재가 별반 다를 바 없이 비슷비슷하기만 하고, 오히려 과거는 전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완전히 삶이 뒤바뀐 경험이 제 인생에 들어온 적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 들어 정말로 제가 늘 비슷한 삶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게 가능할지, 그 정도로 담대해질만한 여력이나 여유가 있기는 한지 궁금해하곤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매년 반복해서 읽는 책이었지만 이번 주에는 위 문장이 유독 머릿속을 자주 맴돌았습니다.
어쩌면 그저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제게는 지금의 환경을 바꿀만한 여유가 조금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책 속 문장대로 ‘원하는 세상과 연결되기 위해 특정한 곳에 살 필요는 없다’면 지금 당장 주변 환경을 완전히 바꿀만한 여력이 없더라도 제 세상은 제가 원하는 모습대로 변화하고, 팽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제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길 원하는지 스스로 분명히 알고 있다면 말이에요.
오로지 나만의 관심사나 취향에만 몰두하는 게 정말로 바람직한 일인 건지 종종 의심스러울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위 문장을 읽고 나니 취향과 관심사를 날카롭게 다듬는 행위에도 정말 큰 장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관심사는 현재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다른 세상으로 눈을 돌려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니까요.
현재만 바라보며 주저앉는 게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서도 다른 세상과의 연결점을 찾으려는 시야를 지닌다면 지금의 환경에서 벗어나지 않더라도 어떤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문장이었습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이 생각이 상당히 믿을만한 사실이라고 생각하긴 한다. 어떤 환경은 기존의 환경보다 우리에게 더 나은 것을 제공할 수 있고, 그 덕분에 우리는 환경을 바꾼 것만으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이 기존의 환경에서 물리적으로 완전히 벗어나는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지금 당장은 현재의 환경에서 완벽하게 벗어나기 어렵더라도 간접적으로나마 현재의 환경에서 벗어날 능력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걸 좀 더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다.
지금 몸담고 있는 세계에서 벗어나 어떤 세계를 구축해 보고 싶은가?
: 꽉 막힌 생각이 지배적이지 않은 세계와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 그런 외향의 사람은 그런 옷을 입으면 안 된다, 그런 배경을 가진 사람은 그런 일을 맡을 자격이 없다, 그런 성격의 사람은 그런 사람과 어울릴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 그런 나이대에는 그런 행동을 할 수 없다 등등 ‘~한 주제에 감히 ~할 생각은 마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깔려있지 않는 세상에서는 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는 나는 옷장에는 어떤 옷을 걸어둘지, 어떤 공간을 자주 방문할지, 어떤 취미를 가졌을지,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을지 호기심이 생긴다.
꿈꾸는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금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 제각기 삶을 살고 있는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을 찾아 나서고 싶다. 머릿속에 있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현실을 살고 있는 제각기 다른 사람들 말이다. 국가나 인종, 성별을 막론하고 다양한 직업군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브이로그나 다큐멘터리를 좀 더 가까이해봐도 좋지 않을까?
"정말 좋아하는 일이 아니면 절대 선택하지 않아. 좋아하는 일만 하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아. 이게 진정한 자유지."
<나는 거인에게 억만장자가 되는 법을 배웠다>
성공한 기업가의 일생을 다룬다는 점에서 다른 자기 계발 도서와 다를 바가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읽었으나 의외로 다른 자기 계발 도서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솔직한 이야기와 마주할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돈이 왜 인생의 전부가 아닌지, 남부럽지 않게 성공한 후에는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돈이 아무리 많아도 행복하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진솔한 생각을 엿볼 수 있어 정말 흥미롭게 읽었어요.
책을 읽는 내내 오랫동안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을 꽤 많이 발견했지만 그중에서도 저자처럼 젊은 나이에 엄청난 부자가 된 또 다른 인물이 말한 ‘진정한 자유’를 다룬 문장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습니다. 싫은 것은 피하고 좋아하는 일만 하는 삶도 자유라고 할 수 있다면 역사에 남을만한 엄청난 성취를 이루지 않아도 인생은 꽤 홀가분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에요.
엄청나게 많은 돈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건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직 일생일대의 성취로 얻어낸 막대한 재산만이 사람에게 자유를 선사하는 유일한 수단인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기 싫은 것은 될 수 있으면 피하고, 가급적 좋아하는 것에 좀 더 많은 시간을 쏟는 노력만 들여도 인생은 좀 더 자유로워질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현실에서는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에만 온전히 시간을 쏟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어떤 구체적인 액수의 돈이나 특정한 성취가 아니라,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우리를 진정으로 자유롭게 만든다는 생각을 일깨워 준 점이 신선했어요. 그동안 제가 온전한 자유로움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제게 무언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무언가를 꼭 얻어내야만 비로소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저를 가로막았기 때문인 건 아니었을지 돌아보게 되네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막대한 돈만이 내 삶에 진정한 자유를 가져오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싫어하는 일을 피하고, 좋아하는 것에만 몰두할 수 있는 삶 또한 자유라면 진정한 자유와 가까워질 방법은 생각보다 쉽게 일상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반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의식적인 선택을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진정한 자유와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무한히 스크롤 하는 대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산책하길 선택하는 것처럼, 아주 소소하게라도 내가 진정으로 좋아할 만한 걸 찾아낼 수 있을 만큼의 노력을 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꽤 괜찮아질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만족스러울까?
: 아침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 여유만 있어도 될 것 같다. 한 페이지라도 일기를 쓰고, 외국어 공부를 좀 하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책을 좀 읽는 정도의 여유 시간만 있어도 말이다. 원하는 대로 해외여행을 떠나고, 매일 쾌적한 공간에서 살고, 늘 질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돈이 마련되지 않더라도 어쩌면 나는 인생을 꽤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멀리서 보면 매끄러워 보일지라도, 제작자는 가까이에서도 매끄럽게 보일 정도로 끌 자국을 다듬는 데에는 딱히 대단한 돈을 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작고 무작위한 끌 자국은 이것이 인간 손에서 탄생한 산물임을 상기시키며 까사 밀라의 복잡성에 또 다른 층위를 더한다. 거칠게 다뤄졌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수천 개의 폭력적인 홈 하나하나가 날씨와 태양의 궤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빛을 반사하여 표면은 시시각각 모습을 바꾼다.
<더 인간적인 건축>
<더 인간적인 건축>은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요. 올해 본 책 중에서 가장 두꺼웠지만 의외로 책을 펼치고 한 장씩 살펴보니 사진과 그림이 상당히 많은 덕분에 읽기 수월해 보이더라고요. 실제로 책을 읽어보니 생각보다 내용이 흥미로워서 책의 두께에 비해 페이지가 매우 빠르게 넘겨졌습니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저자가 어떤 우연한 계기를 통해 건축에 빠졌는지 설명하는 내용이 등장하는데요. 그중에서 스페인의 건축물인 카사밀라를 묘사하는 대목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건축물의 표면이 거칠다는 점이 '인간 손에서 태어난 산물임을 상기시키'고 '복잡성에 또 다른 층위를 더한다'고 설명한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카사밀라는 울퉁불퉁하고 거친 표면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거친 면 때문에 시시각각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는 묘사가 참 흥미로웠는데요. 거칠고, 모나고, 울퉁불퉁한 건 보기 좋지 않으니 매끄럽게 다듬어야만 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과 정반대되는 묘사였기 때문에 유독 제 눈길을 끈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다른 사람과 다르더라도 개의치 않는 모습, 무작위 한 타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쉽게 자신을 바꾸려 들지 않는 줏대 있는 모습을 언제나 동경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과연 스스로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모습과 닮은 구석이 있는지 자주 돌아보곤 했어요. 모든 요구를 일일이 수용하지 않을 만큼의 고집은 있지만 그렇다고 스스로를 믿고 완전히 대담해질 용기는 아직도 부족한 것 같고, 지금의 저를 멋지고 자랑스럽게 여기기엔 아직 스스로를 완전히 인정할 수 없어서 말이에요.
하지만 거칠고 울퉁불퉁한 표면이 건축의 매력을 더해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면, 아직 스스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과 완전히 일치하지도 않고 아직은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이미 지금 이 상태 그대로도 매력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울퉁불퉁한 모습은 보이지 않게 감추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매끄럽게 바꿔야만 하는 상태가 아니라 그 자체로도 이미 괜찮다는 걸 일러준 문장 덕분에 저도 스스로의 울퉁불퉁한 면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굳이 가리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드러내도 괜찮은 모습을 괜히 인정하지 못하고 더 매끄럽게 고치려 한 적은 없는지를 생각해 보며 말이에요.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은 울퉁불퉁한 모습은 항상 부끄러워하거나, 매끄럽게 정돈해야만 하는 요소라고 여길 수는 없다. 그 점이 나다운 모습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굉장한 장점이 될지도 모른다.
그동안 남들로부터 가리거나 부끄럽게 여겨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면에서 장점을 찾아본다면?
: 마음먹은 대로 대담해지기엔 너무 쉽게 부끄럼을 타는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어떤 장점을 찾을 수 있을까? 어쩌면 수줍음이 대담함의 반대말은 아니라는 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좀 긴장한 채로도 위험을 감수할 수는 있고 주목받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더라도 새로운 시도는 해볼 수는 있으며 실제로도 그렇게 해낸 경험이 있기는 하니까.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꺼내 보일 방법은 많다는 걸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수줍음을 굳이 고치려 들지 않아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