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상담을 하신 한 분이 있었다.
그분은 이미 일곱 명의 트레이너를 거쳤고,
PT만 100회 이상 받았다고 했다.
임신을 준비하며 운동을 시작했지만,
가장 열심히 운동하던 시기에는 임신이 되지 않았고
어떤 계기로 운동을 쉰 지 몇 개월 지났을 때 오히려 임신이 되었다고 했다.
물론 개인의 경험일 뿐이지만,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출산 후 회복이 잘 되지 않아 1년을 보내고,
그제야 나와 인연이 닿았다.
100회가 넘는 PT를 받았는데도
혼자 운동을 이어가기 어려웠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시키는 대로 다 했다"라고 했다.
트레이너가 돈을 보고 하는 건지 아닌지,
그녀는 느낄 수 있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잘 따라서, 임신만 되면 됐으니까요."
그녀는 중량을 높이며,
에너지 드링크와 각종 파우더를 타먹는 일상이 되었다고 한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언젠가부터 '성과를 키워 내야 하는 일’로 바뀌어 있었다.
트레이너들은 그녀에게 운동대회 출전을 권했다고 한다.
그녀는 그때가 운동 수행 능력이 굉장히 뛰어난 시기였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건강한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얘기를 들으면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다.
그녀의 건강을 진정으로 생각한 트레이너라면 어땠을까?
운동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 여기지만,
강할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고강도 운동은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높여
여성의 생리 주기나 호르몬 균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임신을 준비하던 그녀에게
주 5일의 고강도 운동이 과연 필요한 선택이었을까.
고강도 운동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 스트레스는 '회복'을 전제로 해야 의미가 있다.
회복 없는 운동은 몸에게 단지 고통일 뿐이다.
몸은 '고통과 회복'의 리듬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그 리듬은 누구도 대신 알아줄 수 없다.
오직 자신만이 느끼고 배워야 하는 것이다.
가장 최적의 컨디션을 위한 운동 종류, 강도, 빈도수, 시간
데이터상에 권고 기준치는 있지만
나만의 데이터도 만들어가야 한다.
나는 트레이너로서,
그 리듬을 함께 찾아가는 사람이고 싶다.
정답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그가 스스로 자신의 건강에 대한
전문가가 되도록 돕는 조력자로서.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느끼는 대로' 자신의 몸을 알아가는 과정.
그 길 위에 진짜 건강이 있다고 믿는다.
운동은 더 잘 살아내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나는 사람에 맞게 그 방법을 안내해 줄 뿐이다.
평생의 무기를 가지고
언제 어디서든 건강을 챙기며 운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이 '진정한 운동 자립'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삶을 위한 운동을 이야기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트레이너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운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계속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