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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호라 Oct 18. 2021

뮌헨역에서 맛본 맥도날드 버거와 스타벅스 커피

뮌헨에서 잘츠부르크까지(18.10.06.)

뮌헨에서 잘츠부르크로 가는 법은 퓌센에 가는 방법과 동일했다. 똑같이 바이에른 티켓을 끊고, 뮌헨 중앙역에서 출발하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낯섦에 대한 걱정이 없이 평소대로 늦잠을 잤고, 느긋하게 아침 10시가 넘어서 숙소를 나왔다. 이 날도 역시나 날씨가 지나치게 맑았다. 나오면서 호스트를 마주쳐서 간단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호스트는 정원을 관리하고 있는 듯했는데,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Everything was good?”

라고 호스트가 물었다.

“Yeah, good!”

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대답했다. 사실은 화장실이 방 밖에 따로 있는 거며, 세탁기를 무료로 이용하지 못했던 것도 불편했지만 떠나는 마당에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고, 그러기엔 내가 할 수 있는 영어 표현이 짧았다. 그리고 어쨌든 뮌헨에서의 시간은 좋았으니까.

“Are you live in Seoul?”

“Yes.”

나는 뭔가 더 덧붙여 말하고 싶었지만, 영어로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호스트도 좀 더 할 말을 생각하는 듯했다. 호스트는 좋은 곳에 산다며 적당히 좋은 말을 하며 다음으로 어디로 가냐 물었고, 우리는 잘츠부르크로 간다고 했다. 이제 적당히 할 말을 나눈 것 같았다. 호스트는 좋은 여행이 되라며 인사했다.

뮌헨에서의 숙소를 떠나며 - 눈이 부시도록 맑았던 날

숙소에서 가까운 역, ‘Harthaus’까지 갈 때는 주로 걸어가곤 했는데, 이 때는 잘츠부르크로 가기 위해 짐을 모두 갖고 나왔기 때문에 버스를 타기로 했다. 정류장에서 조금 기다리자 버스가 도착했다. 우리는 승차한 후 버스비를 계산을 하려고 했는데, 버스 기사는 그냥 타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마도 버스를 타기 전에 승차권을 미리 끊어야 했던 것 같다. 얼떨결에 버스를 무료로 탔는데 부정승차로 걸릴까 봐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가끔 운 나쁘게 검표원에게 걸리면 승차권의 백배라던가, 아무튼 정확한 금액은 모르겠지만 여행 경비를 거의 통째로 날리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거리라서 검표원에게 걸리지 않았고, ‘우리처럼 못 사는 동양인들 돈은 복지 차원에서 안 받는 거 아니냐’며 J와 함께 실없는 농담을 좀 하다 보니 금방 도착했다.


그런데 버스는 우리가 가려는 방향의 반대편 승강장에 정차했다. 반대방향으로 간다는 사실을 J가 알아서 다행이었다. 우리는 캐리어를 끌고 반대쪽으로 건너가려고 하는데 반대쪽으로 건너가는 길이 서울의 지하철만큼 친절하게 안내되어있지도 않거니와 경사로로 연결되어있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동안에 금세 지쳐버렸다. 전날 저녁을 화려하게 먹긴 했지만 다시 우리는 본의 아니게(늦잠을 자서)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마도 14~15시간 정도 공복 상태였을 것이다. 당이 필요하다고 느끼며, 전철을 기다리는 동안 승강장에 있는 과자 자판기에서 ‘킷캣’ 초콜릿을 하나 뽑아서 나눠먹었다. 뮌헨 중앙역에 도착해서는 맥도널드에 가 볼 생각이었다. 전날 역사에서 맥도널드 간판을 우연히 보고, 독일의 맥도널드에서는 어떤 ‘스페셜 한’ 햄버거가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소시지가 들어간 햄버거가 있다는 정보를 보고 그걸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뮌헨 역에 도착했는데, 뮌헨 역에서도 맥도널드를 찾느라 조금 헤맸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가 핸드폰으로 검색해보기도 하면서 결국 어찌어찌 찾아 들어갔다. 주문은 J에게 맡기고 나는 짐을 지키면서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J가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는 데, 생각보다 꽤 오래 걸리기에 배가 고팠던 나는 약간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숙소에서 나와 맥도널드를 찾아오기까지의 여정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오래 걸렸던 까닭은 우리가 찾는 소시지가 들어간 버거가 아무리 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다른 생소한 메뉴들 중에 고민해야만 했던 것이다. (뮌헨 역 맥도널드에는 한국인의 애착 메뉴, 상하이 스파이스 버거나 1955 버거가 없었다.)


J가 드디어 주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맞은편에 있는 슈퍼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햄버거가 나오기 전에 빠르게 빈 병을 반납해서 병 보증금을 환급받고, 기차에서 먹을 간식을 조금 사 오려는 것이었다. 병 보증금은 사실 안 받아도 그만인 정도의 금액(한 병에 0.25유로로 나는 두 병을 기계에 반환하고 0.5유로를 받았다.)이었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그 제도가 참 마음에 들어 지친 와중에도 꼭 해보고 싶었다. 그걸 위해 짐이 많은 와중에도 빈 플라스틱 생수병을 버리지 않고 가방에 고이 모셔왔으니. 맥도널드 맞은편에 있는 슈퍼는 꽤 컸는데, 한 바퀴를 빠르게 훑다 보니 구석진 곳에 왠지 잘은 모르겠지만 딱 봐도 생수병을 반환하는 용도로 보이는 기계가 있었다. 상단 중앙부에 동그란 구멍이 있고, 옆쪽에 작은 화면에 붙어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일단 그 구멍으로 생수병을 넣었다. 꼭 도서관에서 책 반납하는 기계처럼 생수병을 넣자마자 안쪽으로 쭉 미끄러져 들어갔다. 빈 생수병 두 개를 연달아 넣고 오른쪽 화면에서 ‘완료’ 또는 ‘이용 마침’의 의미를 가졌을 것 같은(독일어로만 되어있어서 화면 속의 언어를 읽을 수는 없었다.) 버튼을 누르자 영수증이 나왔다. 영수증은 계산할 때 내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물 한 병과 맥주 두 병(아잉거의 라들러 맥주, 슈나이더 바이스의 탭 4(오리지널)), 하리보 젤리 2개를 샀다. 최대한 빨리 슈퍼에서 할 일을 마치고 간다고 갔는데, 햄버거는 이미 나와 있었다. 내가 J가 주문하는 걸 기다릴 때처럼 J도 나를 기다리는 동안 짜증이 났을까 봐 내가 먼저 변명하듯 말했다.

“슈퍼가 꽤 크더라고, 그래도 최대한 빨리 골랐어.”

그리고 맥주 두 병은 예정에 없던 것이라 먼저 말했다.

“맥주는 포기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더라고…….”

고맙게도 J는 별말 없이 넘어가 주었다. 그리고 영수증을 보면서 장 본 금액의 총합이 생각보다 얼마 안 나왔다는 점에 놀라워했다.


생수병을 반납하고 받은 돈 0.5유로

드디어 첫 끼를 먹기 시작했다. 사실 먹게 되기까지의 과정에 비해 맛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패티 대신 소시지가 들어간 ‘독일 느낌’이 물씬 나는 햄버거를 기대했었지만 그 메뉴가 없었기 때문에 대신 주문한 메뉴는 그냥 일반적인 햄버거였다. 배가 많이 고픈 상태였음에도 반 정도 먹고는 빵을 빼고 먹었다. 한국에 현지화된 맥도널드 버거보다 어쩐지 더 짜고 느끼하기만 해서 입에 잘 맞지 않았다. 뮌헨에서 유일하게 실패한 식사가 있다면 바로 이 마지막 식사였다. 이 식사는 돌이켜봤을 때, 그간의 유럽여행을 통틀어서도 가장 실패한 메뉴로 남았다. 맥도널드가 아니라 그냥 역에서 아무 빵집이나 들어가서 탐스러워 보이는 빵과 커피를 마셨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나는 다시는 해외에서 애써 맥도널드를 찾아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기대 이하의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둘 다 커피가 심하게 마시고 싶었고 마침 잘츠부르크로 향하는 승강장의 바로 앞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주문하는 줄이 꽤 길어서 협소한 매장이 꽤나 혼잡했기 때문에, J는 밖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나 혼자 주문하러 들어갔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금방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두 잔 주문하고 계산을 했다. 다만 주문이 많이 밀려있어서 꽤 기다려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픽업대 근처에서 커피가 나오는 걸 계속 보고 있었는데, 마침 내가 주문한 커피 두 잔이 나온 것 같았을 때였는데, 어떤 다른 동양인 여자가 너무도 당연히 자신의 것인 양 가져가려 했다. 게다가 자기는 우유가 필요하다며 우유를 넣어달라고 했다. 두 잔은 한꺼번에 나왔기 때문에 직원은 우유를 넣은 커피 한잔을 포함해서 두 잔을 건넸지만 그 여자는 자기 것은 한 잔이라며 한 잔만 가져갔다. 뭔가 오류가 있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그 여자는 나보다 한참 후에 주문했던 사람인 것 같았다. 어쨌든 그 여자는 내 주문으로 나온 커피 두 잔 중 한 잔을 가져간 것 같았고, 픽업대에는 커피 한 잔만 남게 되었기 때문에 직원은 다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문한 사람을 불렀다. 역시나 아무도 그 커피를 가져가지 않았고, 그 짝 잃은 커피는 내 것, 여자가 가져간 커피도 내 것이었어야 했던 것이었다. 나는 계속 기다리고 있다가는 커피를 못 받을 것 같아서 픽업대에 가서 영수증을 내밀며, ‘I ordered two coffee.’라고 말했다. 내 말을 들은 직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다른 직원에게 보여주고는 갑자기 영수증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직원은 아무 말 없이 커피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내 커피가 나오는 중인지 아닌지 아리송했지만 뭐라 다시 말해야 할지 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가만히 픽업대 바로 앞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다행히 새로운 아메리카노 한 잔이 나왔을 때, 직원이 그 커피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주문한 커피는 무사히 받았지만 나는 기분이 약간 상한 상태였다. 나는 J에게 우리 커피를 가져간 듯한 그 여자 얘기를 했고, J는 동조하며 함께 욕을 해주었다. 그리고 새로 받은 커피의 사이즈가 한 사이즈 더 크다는 점을 발견해서 기분이 좀 나아졌다. 점원이 사과한다거나 친절하게 대해 주진 않았지만 아무 말 없이 서비스를 베풀어준 것 같았다. (실수일 수도 있겠지만, 뭐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뮌헨 역의 스타벅스 커피맛은 한국의 스타벅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별히 쓰지도 시지도 않았다. 한국의 스타벅스 커피와 같은 맛을 느끼며, 사이렌 오더 시스템이 그리워졌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내 커피를 가져가는 엉뚱한 사람이 없었는데 생각하며…….


우여곡절 끝에 한 잔은 더 큰 사이즈의 커피를 받았다

다소 우여곡절 끝에 얻은 커피를 들고 잘츠부르크행 열차에 탑승했다. 오후 1시 55분에 출발하는 열차였다. 바이에른 티켓으로 탑승이 가능한 종류의 열차를 타야 했다 보니 뮌헨 중앙역에 도착한 시간에 비해 떠나는 시간은 꽤 늦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열차 내부가 꽤 쾌적하고 넓어서, 처음 본 종류의 하리보 젤리가 맛있어서 기분이 완전히 좋아졌다. 이런 게 여행의 좋은 점일까? 언제든 기분 전환을 시켜줄 새로운 배경이 계속해서 펼쳐진다는 것. 퓌센에 갈 때 탔던 열차보다 테이블이 훨씬 넓고 탑승객이 적어서 조용하고 여유로웠다. 잘츠부르크까지 가는 동안 뮌헨 역에서 산 하리보 젤리를 디저트 삼아 커피를 마시며 여행 경비 정산을 했다. 사실 거의 그동안의 돈 관리를 J에게만 맡겨두었던지라 J가 주로 기록하고 나는 중간중간 기억나지 않는 부분들을 떠올리며 도왔다. 우리가 돈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그만큼 썼다는 걸, 정산을 마치고 난 뒤에야 다행인지 불행인지 깨닫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여행 경비를 생각하면서 다녀야겠다고 느꼈다. J와 나 둘 다 어쩔 수 없는 P형(MBTI 마지막 척도 유형 중에서 ‘인식형’을 말한다) 인간이어서 계획을 하지는 않았고 쓸 때마다 기록이라도 잘해두는 것이 잘 챙기는 것이었다.


뮌헨에서 잘츠부르크까지는 퓌센과 비슷하거나 조금 먼 정도로, 열차로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정산을 하며 그동안의 여행을 되짚어보다 보니 금방 국경을 넘어갔다. 열차로 국경을 넘어가는 체험은 나에게 처음으로 해보는 체험이었다. 당연히 뭐 색다를 것은 없었다. 국경을 넘어갈 때에 뭐라도 있지 않을까- ‘여기부터 오스트리아’라는 표지판이라도 있지 않을까, 어떤 벽이라도 있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정확히 언제 넘어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국경은 그냥 지도상에만 있을 뿐이었다. 국경을 넘어왔다는 체험은 ‘고작’ 핸드폰에 문자가 오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독일어로 된 문자가 몇 통 왔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대략 오스트리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같은 웰컴 문자.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9월에 평양을 방문해서 했다는 말이 생각났다.(여행했던 3년 전, 당시 기준으로 정말로 얼마 전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아래를 내려다봤는데, 북한과 남한이 전혀 갈라진 땅이라고 느낄 수 없었다는 말. 당연한 얘기이고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얘기이고,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열차로 연결된 나라들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일 텐데 그게 그렇게 나에겐 뭉클하게 다가왔다. 북한과 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그냥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 대 나라로 자유롭게 오갈 수만 있다면 좋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미래가 ‘곧’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처럼 분단국가였으나 지금은 통일된 국가로서 굳건해진 독일에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다음에 또 독일을 가볼 기회가 된다면 그땐 베를린을 가보고도 싶다. 한국인에게는 그 어떤 곳보다도 남다른 감정으로 다가올 여행지일 것 같다.


잘츠부르크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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