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는 멀어집시다
소진은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다.
소진의 친구 은지는 우울증이다.
은지는 가정에서 부모와의 불화를 겪고 있으며 집에 들어가면 외롭고 우울한 기분만 든다고 했다. 은지는 소진이에게 너에게는 무엇이든 말하겠다고 했다. 너는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이며 내 말을 들어주는 유일한 상대라고 했다. 소진이는 공감능력이 높고 따뜻한 성격을 갖고 있다. 은지의 감정에 깊게 공감되고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따뜻한 가족의 케어를 받지 못하는 은지가 불쌍하기까지 하다.
은지는 본인의 속마음을 소진이에게만 이야기할 수 있다며, 가정에서의 일, 슬픔, 외로움, 부모에 대한 분노, 소외감 등을 소진이에게만 털어놓는다. 은지는 소진이에게 너는 세상에서 자기 편이 되어주는 유일한 사람이며 가족보다 더 소중하다고 했다.
은지는 자해를 시작했다.
손목을 그으면 답답한 마음이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다. 아팠지만 그 아픔보다 꽉 막힌 감정이 탁 트이는 듯한 해소감이 자해를 멈추지 못하게 했다. 자해를 했다고 소진이에게 말했다. 소진이는 깜짝 놀랐다. 울었다. 울면서 왜 그러냐고, 자해는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
소진이는 은지가 점점 걱정되었다.
하루종일 머릿속에는 은지 걱정밖에 없었다. '은지한테는 나밖에 없는데, 나만이 은지를 봐줄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라도 연락이 되지 않으면 또 자해를 한 것은 아닌지, 더 심한 것을 시도한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 은지의 안위를 끊임없이 확인했고 손에서는 휴대폰을 놓지 않았다. 위험한 짓을 한다면 어떻게든 말려야 할 것 같았다.
어느 날 아침 등교를 준비하며 소진이는 은지에게 연락을 했다. 연락이 되지 않았다. 수십 번의 전화 끝에 연결이 된 은지는 또 손목을 긋고 화장실에 있다고 했다. 소진이는 울면서 119를 불렀고 은지의 집으로 달려갔다. 은지의 손을 잡고 울면서 앰블런스에 함께 타고 병원까지 갔다. 내가 옆에 있을 테니 나를 봐서라도 자해만은 하지 말라고 애원했다. 내일부터 은지 옆에 함께 붙어 있으며 은지가 다시 이런 나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지켜줘야겠다 생각했다. 학교 가는 것보다 내 소중한 친구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더 소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