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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ki Jul 29. 2020

당신은 여한 없이 놀아 본 적이 있는가?

놀이와 공부에 관한 기묘한 이야기

“나는 평생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모두 재미있는 놀이였다.” -에디슨-


아이들에게 놀이는 학습이다. 뭐든 놀이처럼 하고 놀이로 배운다. 긴 시간 동안 주도적으로 몰입하며 놀수록 생각과 창의력이 좋아진다. 비싼 장난감보다는 아이의 사고력을 넓혀주는 열린 장난감이 좋은 장난감이다. 놀이에 대한 태도가 공부와 일에 대한 태도를 좌우한다.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하게 된다. 어릴 때 마음껏 후회 없이 놀아보는 경험이 아이의 성공과 미래를 좌우한다.


아이들은 놀이로 배운다


“얘야, 그만 놀고 공부해라!”, “너는 노는 것밖에 모르니? 공부하고 놀아~”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들이고, 부모들이 알게 모르게 내뱉는 말들이다. 공부를 위해 잠시 기분전환을 하고 힘들면 잠시 쉴 때 하는 정도로, 놀이를 과소평가한다. 어릴 때부터 ‘논다’라는 것의 의미가 온통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 차다 보니 어른이 되어서도 놀 줄을 모른다. 어쩌다 시간이 나고 휴가를 얻으면 대부분 소비적인 행동들로 이루어질 뿐 정말 재미있게 잘 노는 어른을 보기가 쉽지 않다. 우리 가정과 사회가 어릴 때부터 그렇게 가르쳐 온 것이다.


놀이는 생각보다 훨씬 효과적이며 매우 근본적인 학습방법이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재미있게 놀기 위해 아이들 뇌 속에서는 쉼 없이 새로운 방법들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놀이의 또 다른 부수적인 효과는 신체가 건강해지고, 정신도 리프레쉬가 되어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강아지도 집에만 있으면 스트레스받아서 성격이 이상해진다. 하루에 한 번 산책만 해도 기분전환이 되고 피곤해서 잘 자고 건강하게 일어난다. 놀이를 통해 건강하게 잘 놀고 피곤해서 잘 자면, 신체의 선순환이 정신과 감정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놀이가 주는 힐링의 원리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아이와 자전거를 타고 주위를 둘러보던 중, 넓은 공터에서 놀라운 걸 발견했다. 그 먼 나라 지방 도시에 뽀로로 바람 풍선 놀이기구가 있었다. 아이는 “아빠! 우리 저기 가보자!”하며, 이미 마음속으론 타고 있었다. 30명 정도는 족히 동시에 놀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였는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격도 저렴해서 아이에게 신나게 혼자 놀아보라고 했다. 그때부터 아이는 때약볕에서 4시간을 혼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쉬지 않고 놀았다. 내가 보아도 정말 여한 없이 질릴 때까지 노는 것 같았다. 마지막 미끄럼을 타고 내려온 아이는 한 마디를 걸쭉하게 뽑아냈다. “자~알 놀았다!” 아이는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행복감을 잊지 못하고 있다.


아이의 사고력을 높여주는 열린 놀이 방법과 열린 환경


놀이를 통한 학습에서 가장 핵심은 ‘오픈(Open, 열린 것)’이다. 가지고 노는 장난감도 열려 있어야 하고, 노는 장소도 열려 있어야 한다. 노는 시간도 열려 있어야 하고, 노는 방법도 열려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열려 있어야 놀이를 통해 ‘열린 사고’가 가능하다. 열린 장난감을 가지고 친구들과 열린 마음으로 놀아야 학습이 된다. 닫힌 공간에서 혼자서 닫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은 열린 사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열린 장난감, 열린 환경이 아이의 사고력을 넓게 열어준다.


아이의 놀이가 학습이 되려면 좋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야 한다. 비싼 장난감이 아니라 열린 장난감이 좋은 장난감이다. 열린 장난감은 정답이 다양해서 아이가 ‘응용’할 수 있는 장난감이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장난감이다. 대표적인 것이 레고 블록이다. 레고는 예시가 있지만 얼마든지 다르게 만들어 볼 수 있다.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넓혀준다. 아이가 한 번 맞추고 사달라고 하면 두 번째부터는 섞어서 매뉴얼 없이 만들어 보도록 가르쳐야 한다. 다른 아이가 가지고 있는 것과 합쳐서 새로운 걸 함께 만들도록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열린 장난감의 핵심은 응용이다. 아이의 응용력을 끝없이 자극하는 놀이는 훌륭한 학습이 된다. 


아이가 10살 때 이사를 하는 날이었다. 아이가 이사를 돕기에는 아직 어려서 가지고 놀 장난감을 찾던 중 아껴둔 레고 블록을 주었다. 예전에 해외출장 갔을 때 기념으로 사놓은 어른용 레고 블록이었다. 점심을 먹고 아이 방 침대부터 놔준 후 거기서 혼자 맞춰보라고 했다. 한참 짐 정리를 하다가 몇 시간 후에 들어가 보니, 꼼짝 않고 집중하고 있었다. 이삿짐 차가 가고도 아이는 혼자 계속 맞추고 있었다. 결국 총 7시간을 걸려 1,000 pcs가 넘는 레이싱카 실제 모델 블록을 혼자서 다 맞추었다. 마지막에 1 pcs만 잘못 끼운 것을 고쳐준 것 빼고는 어른용을 혼자서 다 해냈다. 아이가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열린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가 7시간 걸려서 만든 1,000pcs짜리 어른용 포뮬러원 모델


놀이를 통해 아이의 사고를 넓혀주는 열린 놀이 방법 중 하나는 ‘역할놀이’다. 역할놀이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에게 매우 효과적이다. 아이가 어려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는 장난감이 되어보거나 장난감의 친구가 되어볼 수 있다. 조금 크면 함께 노는 친구 입장이 되거나 다른 사람이 되어볼 수도 있다. 청소년이 되면 역할놀이는 더 효과적이다. 여행지, 박물관, 유적지에서 과거의 유명한 인물이 되어 그 상황에 직접 들어가 보게 된다. 몰입이다. 상상 속에서 그 인물의 역할을 해 보는 것은 공감능력을 토대로, 창의력과 사고력을 높여주는 훌륭한 방법이다, 역할놀이는 상위인지능력을 통해 공감능력을 길러주고, 역할에 따라 책임감과 주체심도 높여준다.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1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내 와인 동호회 회장과 동문 130명이 넘는 음악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다. 자원한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맡게 되었는데, 중요한 건 역할을 대하는 나의 자세다. 나는 두 모임의 회장 역할을 할 때, 일하듯이 한다. 비전과 목적을 설정하고, 매년 방향과 전략을 수립한다. 매번 모임에서는 모임의 목표와 계획을 세운 후 성과를 측정한다. 이전과는 다른 다양한 방법과 시도에 와인 동호회 회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아졌다. 음악동아리는 잠시 슬럼프였는데, 내가 맡은 후로 3년간 참석인원이 4배로 뛰었다. 내가 일하듯이 한다는 건, 태도와 자세를 말하는 것이지 진짜 일이 되게 하지는 않는다.


‘잘 논다’라는 것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아이가 잘 놀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것이 중요하다. ‘잘 논다’라는 건 그 놀이를 대하는 ‘태도’의 이슈다. 놀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태도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놀이의 효과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최선을 다하는 자세, 진지한 태도가 중요하다. 노는 것에 무슨 최선을 다하고 진지한 자세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놀이를 잘한다는 것은 그 태도 측면에서 공부나 일을 잘한다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잘 논다’라는 건 진지한 태도로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한 때 유행하던 물통세우기 놀이. 한 순간 전 세계인의 놀이가 되었다.

나는 회사에서는 놀듯이 일한다. 잘못 들으면 오해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다. 일이 주어지면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 가지고 놀지를(목표와 계획을) 먼저 고민한다. 혼자 놀지 전문가와 함께 놀지(협업)도 생각한다. 주어진 것 외에 다른 재미(성과)도 찾아보고, 가능하다면 동시에 시작한다. 일단 놀기 시작하면 집에 가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논다. 정말 제대로 잘 놀았던 것들은 위(상사)로도 알려주고, 아래(후배들)로도 나눈다. 억지로 하지 않고 놀이처럼 즐겁게 했을 때, 성과도 제일 좋았고 인정도 크게 받았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자기만의 방법대로 하고, 스스로 하고, 주도적으로 한다. 응용하고, 혼자서도 잘하고, 함께 협업해도 잘하고, 심지어 즐거워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는 자기만의 공부방법이 있고, 스스로 하고, 주도적으로 한다. 응용해서도 하고, 혼자서도 잘하며 함께해도 잘하고, 심지어 공부가 재미있다고 한다. 잘 노는 아이는 자기 맘대로 놀고, 스스로 놀고, 주도적으로 논다. 응용하며 놀고, 혼자서도 잘 놀고, 친구들과도 잘 논다. 정말 즐겁게 논다. 자아! 뭐가 다른가?


아이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놀이에 대해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온 힘을 쏟아부으며 논다. 최선을 다한다. 이마에 땀이 흐르고, 더운 줄도 추운 줄도 모르고 논다. 열정이다. 주위의 모르는 아이와도 손잡고 데려와 함께 논다. 자존감이 높고 오픈마인드다. 놀이를 잘 못하는 친구에게는 가르쳐주면서 논다. 선생님의 수준으로 놀면 마스터가 된다. 함께 노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걸 안다. 경쟁이 아닌 협업의 자세다. 정말 잘 노는 아이와 정말 일 잘하는 프로의 모습은 비슷하다.


아이가 어떻게 노는지를 보면 그 아이가 보인다. 어떤 놀이를 선택하고, 어떻게 접근하는지 놀이에 대한 태도가 모든 걸 말해 준다. 아이가 크면 그 태도는 삶을 대하는 태도가 된다. 아이가 논다고 걱정하기보다는 제대로 잘 놀도록 가르쳐야 한다. 한 번쯤 여한 없이 행복하게 놀아보아야 한다. 아이가 커갈수록 사고의 넓이만큼 열린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여행을 통해 넓은 세상을 놀이터처럼 노는 아이는 세상만큼 넓은 열린 사고를 갖게 된다. 프레드리히 니체가 말했다. ‘성숙이란 어릴 때 놀이에 집중하던 진지함을 다시 발견하는 데 있다.’라고.

뉴질랜드 남섬 밀포드 트레킹 코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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