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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중지란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잘난 체하던 유럽의 제국들

by 하얀돌

( 여러나라의 비참과 치욕 https://brunch.co.kr/@sonsson/27 )


1856년 미국은 구아노 제도법을 통과시켰으니, 미국 시민이 타국이 점령하지 않은 어떤 섬이건 새로이 발견하였을 때는 이를 미합중국의 소유로 한다는 것이었다. 신통방통한 막무가내의 선언을 통해 미국은 100개가 넘는 섬을 자신의 소유로 하였다. 1867년에도 미국은 러시아제국으로부터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매입할 수 있었다.


1898년에는 마침내 아메리카 대륙의 터줏대감이었던 늙은 제국 스페인과 쿠바에 대한 주도권을 두고 전쟁을 치루게 된다. 미국은 이미 1853년에 1억5천만달러를 지급하고 쿠바를 매입하겠다고 스페인에 제안 하였지만, 스페인은 신대륙의 역사 깊은 전략적 요충지를 경쟁자에게 넘겨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남미 대륙을 달구고 있던 시몬 볼리바르 혁명의 큰 바람이 쿠바에도 불게되고, 이에 영향을 받은 쿠바의 자치세력들에 의해 쿠바섬에서도 독립전쟁이 간헐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스페인 본국과 쿠바 혁명세력의 분쟁을 활용하고 싶었던 미국은, 현재까지도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메인호 침몰과 쿠바에서의 자국민 보호라는 등을 명목으로 내세우고 미국-스페인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1898년 4월 양국은 서로간에 선전포고를 하게 되는데, 전쟁의 주요원인은 쿠바에서 발생했지만 실제의 전쟁은 쿠바, 필리핀, 괌, 푸에르토리코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다. 당시까지 남아있던 스페인의 주요 해외 식민지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인 침략이었다.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던 젊은 국가 미국과 함께 식민 모국에 대항하여 각지에서 봉기한 식민지 독립세력의 협공으로 이미 쇠퇴기에 접어들고 있던 늙은 제국 스페인은 패배에 이를 수 밖에 없었다.


1898년 12월 양국은 파리강화조약을 통해 기존의 전쟁을 정리하게 된다. 미국이 필리핀, 괌, 푸에르토리코를 차지하며 쿠바를 보호국화하고, 스페인은 반대급부로 미국으로부터 2000만불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의 해외팽창과 스페인의 해외기지 상실이라는 힘의 교환이 극명한 조약이었다. 뿐만아니라 여기에서도 미국이 돈을 문제해결의 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태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1898년 7월 7일, 하와이로 이주하여 거주하고 있던 백인들 요청을 이유로, 이전까지 오랜 기간 독립왕국이었던 하와이를 미국은 합병한다. 이후로도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의 투투일라 섬을 흡수하고, 1754년부터 덴마크 서인도회사의 소유였던 덴마크령 서인도 제도를 1916년 2500만 달러에 매입하여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로 바꾸었다.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짧은 기간동안 엄청나게 팽창해오던 미국은 세계 1,2차 대전을 거치는 기간동안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쟁에 개입하게 되고, 마침내 고전적 방식의 팽창주의를 멈추고 호흡을 고르게 된다.


양차 대전기간 잘난 체하던 유럽의 제국들이 서로간 피터지는 총력전으로 인적 물적 자원을 소진하고 있는 동안, 미국은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올리는 전략으로 실속을 차리게 되었다. 대서양 방면에서는 독일이 소련과 영국을 상대로 상호간 수 백 만명에서 수 천 만명에 이르는 손실을 보며 기진맥진하고 있을 때, 싸움이 중반전을 넘어가는 시점에 슬그머니 참여한 미국은 이미 지칠대로 지친 독일을 상대로 부담없이 승승장구 할 수 있었다.


미국이 강조해 마지않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당일 피해자 규모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을 합친 전체 연합군이 15,000명 수준, 독일군이 10,000명 이하 수준이었던 반면, 미국이 참전할 일이 없던 동부전선 스탈린그라드 단일 전투의 피해자 규모는 독일과 추축국이 60만명 이상, 소련이 110만명 이상이었다. 서부전선과 동부전선에서 벌어진 전쟁의 치열함과 피해규모의 정도는 누가 보더라도 비교할 필요조차없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태평양방면에서는 장개석 및 모택동의 중국대륙과 소련의 시베리아쪽 군사력과 남양의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의 식민정부와 싸우느라 그렇지않아도 제한적인 역량을 일본은 한 없이 분산 낭비하고 있었다. "진주만을 기억하라!"(Remember Pearl Harbor)는 훌륭한 명분과 유럽 전선에서 탈출해온 과학자들과 거대한 몸집의 물량을 무기 삼아, 짧은 기간 내에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아메리카는 일본을 박살냈다.


패전국이던 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승전국이던 영국, 프랑스, 소련이 각각 패배와 다를 바 없는 피해를 입었지만 미국만은 승리의 달콤함을 누리게 되었다. 구대륙의 열강들이 자중지란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동안, 신대륙의 미국은 성공의 달콤한 키스를 서로 나누며, 자신을 위해 국제 정치질서의 새로운 틀을 마침내 스스로 짜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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