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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난 Mar 19. 2023

오늘 자로 6급 교행직 공무원 의원면직합니다.

Finally I am free.

2023.1.1. 면직 발령이 났다.

자정이 지나서 2023년 1월 1일이 되었고 100일도 훨씬 전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그날이 되었다.

2023.1.1. 자 면직발령



1년 전에는 퇴직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그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6개월 전에는 연말까지만 버텨보고 휴직을 하든지 퇴직을 하든지 그때 가서 결정하기로 했다.


한여름이었던 8월에 퇴직을 결심했고 8월 말 의원면직을 신청했고 10.1자로 면직이 결정되었지만 교육청에서 후임 실장 발령을 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하여 12월 말까지 면직을 연기하고 4개월 정도를 더 버텼다.


그때가 130여 일 전이었고, 나는 달력에 출근일수를 하나씩 손꼽아 세면서 100번이 넘는 출근을 어찌해야 할지 느릿느릿 흘러가는 야속한 시간을 원망하면서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보냈다.


9월, 10월, 11월. . . 살면서 이렇게 시간이 안 가는 연말이 있었나 놀라울 정도였는데 11월 말, 12월 초 코로나에 확진되면서 업무정리할 시간을 놓쳐버리고 남은 30일은 마감에 쫓기는 사람처럼 일하다가 끝이 났다.


이날을 기다려올 때는 홀가분하고 속 시원할 거라 기대했는데 생각 같지는 않았고 아직 실감도 나지 않는다.


마지막 출근을 끝내고 다음날부터 몸살기운이 있어서 집에서 쉬었는데 긴장이 풀렸는지 온몸이 흐늘흐늘 늘어져서 회복이 잘 되지 않았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나의 14년 공직생활을 정리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다음 주 중에 학교에 가서 인수인계를 하고 와야 정말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날 것 같다.


퇴직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면 중간에 면직의사를 철회했을지도 모르겠다.

누구는 만족하면서 하는 일을, 누구는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하는 일을 나 혼자 온갖 유난 다 떨면서 참을성 부족한 티 내는 건 아닐까? 하면서 내 결정에 확신을 갖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나의 상황, 행정실의 여건, 퇴직하고 싶었던 나의 마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결정장애, 혼란스러운 상태... 글을 쓰면서 응원받고 격려받아서, 여러 사람들이 공감해 줘서 힘을 얻어 면직까지 올 수 있었다.

(지난 7월부터 의원면직 결심과 과정을 블로그에 남겨왔고, 브런치에는 그중 몇 개의 글을 매거진으로 옮겼다.)


공무원 그만둬도 잘 살 수 있다고, 소소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내가 의원면직만큼이나 많이 검색해 봤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공무원이 되고 싶은 사람은 그 하나만을 꿈꾸며 노력해서 나아가겠지만, 공무원을 그만두고 싶은 사람은 마음이 너무 어렵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너무 힘들 땐 그만두는 것도 괜찮다고, 버티기만 하는 게 다는 아니라고, 그만두고도 잘 사는 사람이 있다고...


내가 잘 살아서 내 모습이 또 누군가에게 마음의 위안이 되고 용기가 된다면 그것도 감사한 일이겠다.




그동안 너무 쓰고싶었던 '이누야샤 가영이 퇴사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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