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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열두달 Oct 22. 2023

다시 여름날, 나의 푸른 나날들

때론 불안하지만 다시 오늘을 살아가

알 수 없는 것이 삶이니까

알 수 없는 일들이 여전히 다가올 것이다.


불안감에 넘어져도

때론 다시 무기력해져도

지나고 나면 

푸른 바다의 모습으로, 푸른 숲의 모습으로

일상은 다시 돌아올 테니까.


다시 새로운 오늘을 매일 살아간다.




무채색으로 가득한 일상이었다. 나는 나라는 사람과 가장 친하게 지내는 법을 잘 몰랐다. 나라는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어떤 것을 잘하고, 어떤 것을 어려워하는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택하는 색들은 나에 대해 꽤 많은 것을 말해준다. 내가 가장 무기력했던 시절에는 옷장도 소품도 모두 무채색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나는 차분하고 튀지 않고 무든 것이 무난하게 느껴지는 무채색을 항상 택하곤 했다. 어떤 선택에 있어서 '음... 아무거나'라고 말하곤 했고, 취향이랄 게 딱히 없었다. 감정 또한 단조로웠다. 


이제는 내 마음속의 여러 가지 색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린 시절 힘들었던 형편과 가족의 질병으로 인한 힘들었던 마음, 잘 풀리지 않아서 실패의 연속이었던 시절에 대한 속상했던 마음, 내가 이룬 것들로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 나 자신과 제대로 소통하고 알아가고 싶었던 마음, 좋아하던 일로 멋지게 살아가고 싶었던 마음.. 그 모든 마음엔 틀린 마음은 없었다. 내 마음속을 조금씩 들여다보기 시작하니, 어떤 작은 것을 하더라도 스스로 '선택'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고, 그런 선택이 모여 나만의 고유한 '취향'이 되었다. 하나 둘 수집된 취향은 나만의 고유의 색이 되었다. 


무기력과 우울에 쉽게 빠져들던 나는 이제는 작은 시도들과 변화들을 즐겁게 여긴다. 새롭게 배우고 싶고 알아가고 싶은 것들이 가득해져, 하루의 시간이 모자라다고 느끼곤 한다. 직접 부딪혀 본 적이 없었던 내 꿈을 가지고 이젠 세상에 조금씩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채색을 좋아하던 나의 일상에도 이젠 컬러가 생겼다. 이제는 푸른색이 좋아졌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던 때 나에게 가장 위로가 되었던 자연의 색. 푸르고 넓은 바다, 그리고 푸른 숲의 색이 변함없이 좋다. 


그래서 나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내 일상에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나의 '푸른 열두 달'.


푸르른 넓은 바다가 잔잔한 날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아득하기까지 한 드넓은 검푸른 바다의 알 수 없는 깊이는 때로 불안한 마음을 들게 할 때도 있다. 사철 푸른 나무라고 하여 비바람을 맞지 않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을 맞이하는 것이 삶이기에 불안할 때도 있다. 이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풍랑이 지나가고, 비바람은 지나간다. 그럴 때 바다와 푸른 숲은 다시 자신의 본모습으로 돌아와 제자리에 서 있다.  그럼에도 오늘도 따뜻한 햇볕과도 같은 힘을 안고, 다시 일상을, 현실을, 오늘을 살아간다.

때론 불안하지만 새로운 오늘을 매일 맞이한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나의 푸른 열두 달,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처럼 또다시 찾아온 여름의 푸른 나날들을 이젠 기쁘게 맞이해 본다. 



안녕, 나의 푸른 열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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