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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희 Sep 01. 2023

흘러가는 데로 흐르게 하라


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濁 我獨醒 

거세개탁 아독청 중인개탁 아독성 

新沐者 必彈冠 新浴者 必振衣 

신목자 필탄관 신욕자 필진의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창랑지수청혜가이탁오영 

滄浪之水濁兮可以濯吾足 

창랑지수탁혜가이탁오족         


       

온 세상이 흐려 있는데 나만이 홀로 맑고 

뭇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이 홀로 깨어 있다.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을 털고

새로 몸을 씻은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턴다

창랑의 물이 맑거든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내 발을 씻으리라


《고문진보》<어부사(漁父辭)>    


                     

초나라에서 시인 굴원이 추방되었을 때 은자였던 한 어부를 만납니다. 굴원은 “세상이 흐리고 더러워 깨끗한 자신이 추방을 당했다.”라고 하소연을 합니다. 그러자 어부가 “상황에 따라 처세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성인군자.”라고 말해줍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절대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사람들만 살 수 없습니다. 때로는 더럽고 부조리한 것이 가득한 세상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이 타락했다고 모두 숨어버리고 떠나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이런 세상에 꿋꿋하게 살아남아 깨끗하고 맑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뉴스를 보면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이 많이 전해집니다. 가끔은 용감한 시민, 선한 시민의 뉴스가 보도될 때면 온 세상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세상을 한꺼번에 바꿀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런 세상에 굴복하지 않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완성해 가면서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준다면 굴원이가 원했던 맑고 깨끗한 세상이 되어갈 것입니다. 흙탕물에 계속 맑은 물을 부으면 결국 그 흙탕물은 맑은 물이 됩니다.     

노자는 세상을 물처럼 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상선약수(上善若水)’ 즉,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라고 합니다. 물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순응적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물은 만물을 길러주고 키워주지만, 자신의 공을 남과 다투려 하지 않습니다. 물은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변합니다. 이런 성질처럼 어떠한 상황에도 능동적으로 유연성 있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물의 성질에서 우리는 삶의 자세를 배워야 합니다. 모나지 않게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데로 흐르며 적응해 가며 사는 삶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어부가 굴원이에게 조언해 주었던 것처럼 창랑의 물이 맑거든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발을 씻으면 됩니다. 세상의 변화에 순응하면서 때론 소극적으로 때론 강한 물줄기 같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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