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채워지는 사랑을 받고 싶어요

애착외상

by 보물

마음에 큰 구멍을 가지고 상담실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깊은 구멍을 채우기 위해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는데, 잘 되지 않아서 지쳐서 찾아오세요.

그 고군분투의 과정이 매우 극단적이기도 하다 보니, 자의로 때로는 타의로 상담이 시작됩니다.


꽉 채워지는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정작 그 사랑을 주려고 하면 그 사랑을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시험하게 되는. 사랑을 줄 것 같은 사람을 구원자로 이상화했다가도 작은 실망 앞에서는 무너지는.

관계 안에서 극단을 오가는 분들입니다.


극심한 유기불안 : 상대가 떠날까 두려워 집착하거나 확인을 반복합니다.

흑백논리적 관계 인식 : ‘좋은 사람–나쁜 사람’으로만 나누어 보며, 대상의 양가적인 모습을 통합하기 어려워합니다.

공허감 : 가슴이 텅 빈 듯한, 존재가 붕 떠 있는 듯한 공허함을 자주 호소합니다.

자기 파괴적 행동 : 자해, 폭식, 충동적 행동 등으로 현실감을 확인하려 하기도 합니다.

정서적 불안정 : 분노 조절이 어렵고, 감정이 순식간에 바뀌며, 때로는 스트레스 상황에 압도되어 해리되기도 합니다.


선천적 기질과 불안정한 양육환경, 애착손상경험이 맞물리며 기본 신뢰가 자리잡지 못하고, 불신을 내면화하게 됩니다. 사랑을 확인하고 시험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결국 이 방식이 상대방을 지치게 하니, 결국 관계가 끊어지면서 나와 타인에 대한 부정적 믿음이 다시 강화됩니다.


상담실을 찾아오는 내담자분들,

보통 20대 초반에서 30대 사이로, 이때 가장 힘들어하시죠.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수동적 관계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역동적이고 능동적인 대인관계를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40대 이후 나이가 들고 사회적 경험이 쌓이면, 양상은 조금씩 다듬어지기도 합니다. 다양한 관계 경험을 통해 차츰 관계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요.


상담을 통해서는 대인관계기술과 효과적인 자기표현 기술, 정서 알아차림과 조절, 명상 등 안정화 작업이 진행됩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관계가 어떤 것인지 심상으로 떠올리는 연습을 합니다.

내가 이 파국적인 행동으로 얻는 것은 결국 사랑이 아니라 파국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정서와 행동을 분리하고 훈련하는 거죠. 극단적 정서와 불안한 관계 경험으로 인해 그동안 놓친 것들을 다시 학습하는 과정이겠네요.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서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면서 알아차리고, 그 정서를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나는 것입니다. 자신이 느끼는 그 감정의 정당성을 부여받고, 충분히 수용되는 것을 다시 경험하면서 안정감을 찾아가는 것이죠.


사실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혼란과 수치심이거든요.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내가 버려지지 않는다”는 경험은, 분열된 마음을 조금씩 통합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그 경험은 곧 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이며,

동시에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과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을 회복하게 하지요.


그리하여 내담자는 조금씩 관계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고, 지켜내고 싶은 관계를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사랑받고자 하는 생존 욕구를 채우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하는 분들을 꼭 안아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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