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나를 자유롭게 하리라
고다마 미쓰오, <아주 작은 목표의 힘>
“(아침자습 분위기를 흐릴 속셈으로) 쌤, 우리 중간고사 잘 치면 맛있는 거 사 주세요!”
“얼마나 잘 칠라고?”
“(일동 한목소리로) 1등요! 1등 하면 치킨!”
“(어이상실) 1드으응? 3등 안에 들면 1인 1닭이다!”
“(1등 할 기세로) 쌤, 약속했어요. 1인 1닭!”
며칠 뒤 중간고사에서 우리반은 여섯 반 중에 아슬아슬하게 5등을 차지했다. 덕분에 애꿎은 닭 20마리는 목숨을 건졌다.
매주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공지를 해버렸다. 불금을 포기하고 금요일에는 글쓰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일단 시도는 해보는 걸로. 그로부터 1년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가끔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동네? 책방? 독서일기? 클럽? 어느 지점에서 마음이 혹했는지는 모르겠다. 본인 취향대로 매주 책을 읽는다니 눈을 반짝이며 당장이라도 읽겠다는 의지와 들뜬 표정이 스치기를 잠시, 매주 글도 써와야 한다니 재빨리 마음을 접었고 원래의 눈빛을 되찾았다.
여름 휴가, 직장 연수 등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독서일기를 정신없이 썼다. 45편의 글을 썼으니 내 나이 숫자만큼을 쓴 셈이다. 글쓰기가 업도 아니고 어디 내보일만큼 잘 쓰지는 못하지만 매주 글을 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게 또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금요일 저녁의 쓰기 압박을 견디고 나면 낭독의 카타르시스(자기가 써온 글을 자기가 소리내어 읽어야 하는 오글거림도 계속 하다보면 적응된다)와 대화의 희열이라는 보답이 돌아온다. 다람쥐가 생각하고 쳇바퀴를 도는 게 아니듯 매주 ‘읽기-쓰기-해방’의 쳇바퀴를 돈다. 멀리 보냈다 싶은데 돌아서면 금요일이 바투 다가와 있었다. 지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1년 이상 독서일기를 쓸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것이었다. 매주 금요일!
오늘날처럼 거의 모든 개개인이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그에 따른 계획을 짜서 살아온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원시 시대는 물론이고 고대나 중세, 근세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 맞춰 삶을 영위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란 원래 목표지향적인 존재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 말은 곧 인간의 뇌 또한 목표지향적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5p
저자는, 원시적부터 오랜 기간 ‘꿈의 실현’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변화’가 아니라 ‘현상 유지’를 위해 살아온 뇌는 목표를 정하는 순간 저항하고 반항하며 목표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저항과 반항 또한 격렬해진다고 한다. 정말 맞는 말이다. 새해 첫날 세웠던 목표를 마흔여섯 해 동안 이룬 게 없을 뿐 아니라 무슨 목표를 세웠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새해 첫날 ‘올해는 매주 책 읽고 글을 쓰겠어!’라는 결심을 했다거나, ‘글을 써서 책을 낼거야’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독서일기를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지금까지 올 수 있었을까?
매주 금요일이 수십 번 반복되는 동안 ‘독서일기 습관’이 어느정도 자리잡은 것 같다. 출근하기 전에 양치질을 하는 게 당연하듯, 눈 뜨면 커피를 내리고 보온병에 옮겨담는 시간이 행복하듯 좋은 습관은 나를 자유롭게 한다. 독서일기가 습관이 되어가는 것을 어리석은 나의 뇌는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뇌가 어떤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하도록(9p)' 작게 시작했어야 했다. 중간고사 3등, 1인 1닭. 목표가 너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