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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삶의 코너스툴

세상살이에도 코너스툴이 필요해

by 베란다 고양이

집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시간이 있다.

분명 집에 있는데도 계속해서 더 안정적인 공간으로 떠나고 싶어지는 그런 날.

마음을 둘 아주 작은 공간이 필요할 뿐인데 그 작은 공간이 어디인지도 모르겠는 순간이 오면 주인이 없어 버려질 여지조차 없는 한 마리의 가련한 강아지처럼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발가락을 꼼지락대며 파이지 않는 굴을 만들어 나를 그 속에 꽉 끼워두고 싶다.

차라리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 나를 더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마음에도 코너스툴이 필요하다. 삶의 치열한 경기 속에서 지치고 고통스러울 때 물도 마시고 침도 뱉을 그런 코너스툴.

내 코너스툴이 어디쯤 왔는지 생각해 본다.

어쩐지 코너스툴이라는 곳이 내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찾아오는 것만 같다.

있는 힘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음에도 왠지 마구잡이로 살아지는 것 같은 순간에 데구루루 굴러와 내 발에 툭하고 채이는 것을 들어보면 그곳에 내 코너스툴이 있을 것만 같다.

삶의 어려운 점은 그런 코너스툴이 찾아올 운명의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에 있는 것 같다.

이상하게도 아무리 열심히 찾아다녀도 찾을 때는 보이지 않는 물건들이 있지 않은가.

내 인생의 코너스툴도 바로 그런 것 같다.

간절히 찾고 싶은 날에는 꽁꽁 숨어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어느 날 문득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에서 대뜸 나타나 나를 봐달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다음엔 잘 찾을 수 있는 곳에 그것을 놔두게 될 것이다.

그렇게 이런 우연과 운명 사이에 놓인 코너스툴을 몇 번 만나다 보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언제든 내 힘으로 찾을 수 있게 되는 그런 날이 오겠지,

내가 직접 코너스툴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그런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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