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 날고 싶어

나는 정말 날고 싶었어

by 베란다 고양이

발걸음 뒤에 남는 것들을 모두 버려두고 어디론가 날아버린다.

높이 뛰다 보면 진짜 날 수 있을지 몰라.

자꾸만 조금만 더 높게 뛰어본다.

내 머리 위 아득히 멀리 보이는 것들에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닿을 것만 같은 순간엔 진짜 날 수 있을지 몰라.


나를 붙잡지 말아 줘.

가녀리고 슬픈 손가락들이 자꾸만 가지 말라고 한다.

손을 잡았다가는 영영 날 수 없을지 몰라.

발이 앞으로 가려해도 눈은 자꾸만 뒤에 맴돌아.

진짜 마지막으로 뛰어보면 날 수 있을지 몰라.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어.

결국 가고자 하는 곳에는 너희가 있다는 것을 슬프게 인정할 수밖에 없어.

가야만 하는 곳이 뭐가 중요하겠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는,

지금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는,

그때는 같이 날 수 있을지 몰라.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04화4. 왜 하는지 모르는 달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