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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무원, 민원대 너머의 일

다양한 고용형태와 행정의 실체

by 공쩌리

공무원이라는 직업과 그 조직은 명확한 역할과 규칙 속에서 운영될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복잡한 고용형태와 권한, 책임 구조로 얽혀 있었다.


# 모두 다 같은 공무원이 아니라고? 그럼 공무원들은 어디에?

입직 전에는 몰랐는데 시청 안에는 다양한 근로, 고용형태가 존재한다.


- 정규직 공무원 :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 공무원 시험으로 채용

- 임기제 공무원 : 계약 기간이 정해진 공무원. 서류와 면접으로 채용

- 공무직(무기계약직) : 정규직처럼 계속 근무할 수 있지만, 공무원은 아니고 근로자 신분

- 기간제 근로자 : 일정 기간 동안 계약을 맺고 근무

- 공공근로 : 청소나 단순 안내, 반복 전화 업무 등 담당


입직 전에 민원대 업무가 공무원의 일의 전부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그러면 어디서 무엇을 하냐고? 시청 어딘가에 찾아보면 사무실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행정업무를 처리한다.


#권한도, 경험도, 힘도 없는 신규직원이 행정가로서 운영 전반을 관리해야 한다.

일전에 건설 현장에서 본사에서 파견된 신입 관리자가 베테랑 인부들에게 무시당하고 비협조적인 태도에 고충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내 상황과 비슷했다.


내가 일하는 곳은 1명의 정규직 공무원이 행정 전반을 맡고, 3명의 공무직(무기계약직)들이 실무를 담당하는 구조였다. 공무직(무기계약직)은 한 자리에 오래 머물러 업무에 능숙한 베테랑이었고, 나는 갓 입직한 아무것도 모르는 1년 차 신입이었다.


행정담당으로 사업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집행하며 업무의 방향을 조정해야 했지만, 협조가 되지 않았다. 업무 제안에 "못한다, 안된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설명하고 대화해도 세명의 실무진에게 인원수로 밀려 그들에게 끌려가는 상황이 되고, 팀장님은 왜 일이 진행이 안되냐며 압박을 주셨다.


사실 업무 요청의 대부분은 팀장님의 의견이었고, 나는 그저 지시받은 대로 전한 것이었지만 그들은 따르지 않았다. 결국 팀장님이 직접 나서서 말하자 실무진은 즉시 실행에 옮겼다.


그동안 내가 겪은 어려움은 무엇이었는지 현타가 왔다. 같은 말이라도 내가 말할 땐 절대로 못한다더니... 팀장님 말씀 한마디에 바로 가능하구나.


이런 상황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반복되었고, 권한은 거의 없지만 책임만 있는 내 위치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려고 해도 실무진이 협조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무력감 속에 지치기만 했다.


# 행정은 서류 정리가 전부? 진짜 일은 여기서 시작된다!

입직 전에는 민원창구가 공무원의 전부인 줄 알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일들이 곧 공무원의 업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선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일이 실제로 실행되기까지, 그 뒤에 얼마나 많은 행정 업무가 촘촘히 엮여 있는지는 정작 직접 그 세계에 들어와 보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


민원대 업무는 저녁 6시면 땡 하고 끝이 나고,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지만, 행정 업무는 그렇게 단순하게 끝나지 않는다. 일을 다 마쳐서 퇴근하는 게 아니라, 계속 일을 붙들고 있을 수 없으니 일단 퇴근하는 것이다. 머릿속엔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이 맴돌고, 답변이 필요한 보고 요청들이 쌓여 있다. 퇴근 시간은 단지 물리적인 종료일뿐, 마음은 늘 업무에 붙들려 있는 기분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던 공무원은 단편적인 이미지에 불과했다는 것을. 민원대라는 단면을 넘어, 행정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일들은 단순히 서류를 작성하고 보고서를 정리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며, 각종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절차와 법령, 예산의 틀 안에서 최선의 방향을 찾아가는 복잡하고 세밀한 작업이었다. 하나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수차례의 검토와 논의가 이어지고, 작은 시행 하나에도 수많은 이들의 조율과 협력이 필요했다.


입직 이전, 공직사회는 정해진 역할과 규칙이 명확하리라 생각했다.

입직 이후, 다양한 근로 형태와 복잡한 권한, 책임 구조를 직면했다.


나는 그 복잡하고 거대한 시스템의 일부가 되었다.

그 안에서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역할과 책임을 지닌 행정가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늦게나마 체감하게 되었다.


여러 고용형태에 따른 불명확한 역할 분담과,

조직 내 권한과 책임의 차이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맡은 역할에 비해 권한은 미비한 상황 속에서 점점 답답함과 무력감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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