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트온 Oct 29. 2023

프롤로그

[소설] 뭄바이의 북극여우 

어릴 때 아빠가 데려가 준 어느 동물원에서 북극여우를 본 적이 있다. 동화책에 나올 법한 신비한 푸른빛이 감도는 순백색의 하얀 여우. 귀가 뭉툭하고 작고 동그란 몸에 복슬복슬한 털이 탐스러워 작은 강아지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면서도, 검은 아이라인으로 화장을 한 듯 빈틈없는 날카로운 이목구비는 순진무구한 어린 소녀가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살육의 기운을 뿜는 전사 무장을 한 듯,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기이한 느낌, 한 번 보면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만큼 강렬한 기운을 발산했다. 


'아빠, 북극여우가 어떻게 북극을 떠나서 다른 곳에서 살 수 있어?'


 나는 북극여우가 북극이 아닌 여기 있어도 되는지 궁금해서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동물 우리에 붙은 팻말을 읽어보고,  여우는 털 색과 양을 조절하여 아주 추운 겨울에도 상당히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에도 생존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대답을 듣고서야 나는 북극여우가 어딜 가도 쉽게 죽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문 이미지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B%B6%81%EA%B7%B9%EC%97%AC%EC%9A%B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