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욘,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의 기준을 되찾기까지

by 쏘헤니

툭툭이가 바이욘 앞에 멈춰 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탑 위에 새겨진 수십 개의 얼굴이었다.

탑 위에 빽빽하게 새겨진 거대한 표정들은 햇빛이 구름에 가려질때마다 웃는 듯하다가도 금세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기분 하나 없는 얼굴인데, 왠지 모르게 표정이 달라보이는, 묘한 얼굴이었다.


돌계단을 오를 때마다 얼굴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돌 사이에서 어렴풋한 윤곽이 보이고, 몇 계단 더 올라가자 턱선 같기도, 그저 침식된 바위의 결처럼 보이던 부분 위로 희미한 눈매가 드러났다.


마지막 계단에 다다랐을 때에야 모호하던 형체가 하나의 얼굴이 되었다.

그제야 그 표정이 온전히 눈에 들어왔다.

그 표정이 나를 내려다보는 것도, 나를 응시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저 오래전부터 이 자리에 서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지켜본 존재처럼 조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이 얼굴들이 나에게 어떤 큰 감정을 건네진 않았다.

그저 묘하게 지금의 나와 겹쳐보였던 것 뿐.


아무도 나를 모르는 낯선 땅에서도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시선들을 의식하고 있었다.

나의 말투, 나의 행동.

여행자도, 현지인도 아닌 애매한 존재로 서 있는 느낌.

보여지는 대로 내가 규정될까봐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조이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또 다른 의미로 '보여짐'을 신경썼다.

잘 살아야 한다는 압박, 흔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

누구에게 강요받지 않았지만 스스로 만들어낸 시선 속에 조용히 긴장하며 지내왔다.


바이욘의 얼굴들 사이에 서니 그 시선의 정체가 조금 또렷해졌다.

지금 이곳도, 한국에서의 나날도,

결국 나를 묶어두었던 것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보여짐의 기준'이었던 것을.

마치 남들이 만들어 놓은 잣대를 내 기준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바이욘의 얼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떠한 기대도, 실망도, 판단도 없이 조용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 무표정함 속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지만 그 시선은 묘하게 불편했다.


바이욘의 얼굴들은 침묵하고 있었으나 그 침묵은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게 만들었다.

그 얼굴들이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에게 들이대던 시선과 닮아있었기에.


따프롬이 나에게 놓아도 되는 것을 알려주었다면,

바이욘은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다시 묻게 만든 장소였다.


누군가의 시선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던 건 아닌지,

내 기준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정말 내 것이었는지.


바이욘의 얼굴들은 끝내 침묵했지만 그 침묵이 나를 조금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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