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둥실
덩더쿵이 매거진을 만든대!
남편인 시밀레에게 덩더쿵 소식을 전할 때마다 항상 감탄하는 말이 나온다.
이 얼마나 멋진 아마들인가!
덩더쿵에서 아이 둘을 보낸 게 벌써 10년 가까이 되어간다는 것도 신기하다.
우리 큰 아이는 2015년도 5월에 들어갔는데, 뭐랄까..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한 정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일하는 엄마였고, 커리어에 미련이 많았기 때문에 아이를 낳고 일하고, 육아로 퇴사하고를 두 번 반복했다.
프리랜서로 일하기도 했는데, 그동안 아이는 영아 어린이집에 다녔다가, "놀이학교"라고 부르는 곳에도 보냈었다.
하지만 감성 충만했던 우리 큰 아이는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돌아오는 엄마 아빠가 간절했던 터라, 우울해하는 네 살 아이를 보며 나도 참 많이 슬퍼했더랬다.
처음에는 발도르프 어린이집을 봤는데, 선생님과 면담하고 마음을 접었다.
교육방식은 자연친화적인 건 알겠는데, 선생님이 너무 젊고 어른으로서 보듬어주는 게 부족하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일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보다는 나을 수 있겠으나, 이미 놀이학교에서 비슷한 연령(20대)의 선생님에게서 실망을 했기 때문에 젊은 선생님이라는 점이 장점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덩더쿵에 문의하고 5월에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면담을 했다.
첫인상의 선생님들은 경험이 많아 보였고, 나보다 인생 선배이신 분 들 이어서 배울 것도 많아 보였다.
그렇다. 나는 내가 배울 수 있는 선생님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앞서 토마토의 글에서도 나왔지만, 터전 상황은 참 불안이 가득했던 것 같다.
그 안에 중간에 들어간 우리는 익숙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우리는 친해져야 한다며 손을 내밀어주는 엄마들, 아이를 다그치는 내 모습에 대해 조심스럽게 조언해 주는 엄마들이 고마웠고, 어린이집의 다채로운 행사에 눈이 돌아갔다.
다 같이 손잡고 추는 강강술래 동작을 눈치껏 따라 하고 외우는 게 재밌었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과 긴 시간에 걸쳐 "함께하는 활동"을 한 적이 있었나 싶다.
언제나 항상 새로웠다.
매년 절기가 돌아와도, 구성원이 달라지니 활동 내용도 달라진다.
이렇게 다채로울 수가! 정말 무지개 같았다.
시댁에서 살다 보니 마실 초대는 많이 못했는데, 정작 다른 집 마실은 많이 갔던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집은 참 마실을 안 한다는 평이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면 딱 그 정도의 성향 탓인 것 같다.
사람들과의 부대낌이 많지 않았던 사람인데, 그런 활동이 5년 동안 이어지니 버거웠던 것도 같고.
그런데 그 5년이 지나고 사람들과의 부대낌이 뚝 끊기니, 너무 어색하다 못해 외로웠다.
지금은 다시 회사를 다니고 정신없이 회사일에 치이고 있으니 외롭지 않으려나.
우리 아이들은 덩더쿵에서 참 잘 지냈던 것 같다.
선생님들이 올려주시는 사진에는 왜 우리 아들이 안 찍히는지 모르겠으나, 다녀와서 물어보면 사진 찍을 때 도망 다닌 건가 싶기도 했다.
우리 딸은 사진에 잘 나왔던 것 같은데. ㅎㅎ
매 절기마다 크고 작은 활동을 하고, 화요일엔 텃밭에 가고, 금요일엔 산에 오른다.
언니 오빠들 따라가겠다고 다리 후덜 거리면서 등산했다는 딸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얼마나 기특했는지 모른다.
평일에는 덩더쿵에서 즐겁게 지내고 주말에는 집에서 푹 쉬고 그런 안정적인 흐름을 가져가는 것도 좋았고.
친구랑 투닥거리고 싸우다가도 화해의 말을 건넬 줄 아는 아이들이 대견했다.
아이들과 엄마들의 관계도 집집마다 그림이 다르다는 것도 신기했다.
서로 고민을 말하고, 그 상황에서 엄마아빠들이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도 내가 "사람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결국 우리 아이들도 무럭무럭 자라나 "어른"이 된다는 걸 생각하게 되었고, 하나의 인격체로서 어떻게 대할지를 고민하게 했다.
지금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덩더쿵에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 기억에서 덩더쿵은 많이 흐릿해진 것 같아서 좀 아쉽지만, 그 내면에 자리 잡은 생각의 흐름, 방식은 덩더쿵의 기둥이 자리 잡고 있으니 괜찮다.
그 기둥 옆으로 자기 자신의 꽃을 피우고, 그 꽃들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 것을 보는 것 같다.
나는 그저 그 꽃들을 외면하지 않고, 자꾸 들여다볼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을 가르쳐 준 것 또한 덩더쿵이다.
이런 것들을 덩더쿵의 아마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덩더쿵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한 시절이 아니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간관계를 배우는 곳이었다.
아이와 아이들의 관계, 아이와 어른의 관계, 어른과 어른의 관계를 배웠다.
작은 관계들이 우리 가족의 인생에 큰 배움이 되었다.
너무나도 감사한 덩더쿵.
앞으로의 덩더쿵은 또 어떤 모습일까.
졸업아마로서 항상 응원하고, 앞으로 작은 도움이라도 보탤 수 있으면 좋겠다.
by 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