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단상 시
화분을 정리하다가 깨달았다
산다는 건 모두다 전쟁이라는 것을
한 떼거리가 머물다 떠난 자리에는
처치하기 곤란한 옷가지와 짐짝들만 남겨졌다
피난민들이 드문드문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우글우글 왁자지껄 한 시절을 살아가더니
다시 포성이 터졌나보다
허공이 터뜨리는 된서리 포성에
기둥도 서까래도 흙벽도 후들거렸나보다
잠시 노독을 풀던 그들이
꽁무니에 된서리를 매달고
다시 홀연히 길을 떠났나보다
집문서는 꼭꼭 땅에 숨겨놓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