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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우 Mar 05. 2024

페이브먼트

<Slanted and Enchanted>

 로파이. 하이-파이와 반대되는 말로 고의적으로 저음질을 내는 음악을 나타낼 때 쓴다. 이런 로파이 장르의 시초격은 아니고 대표되는 밴드가 있으니 바로 페이브먼트이다. 

 예로부터 노이즈 록을 하는 밴드들은 많았다. 이전에 언급했던 소닉 유스부터 벨벳 언더그라운드, 지저스 앤 메리 체인 등등 여러 밴드들이 있었다. 이런 밴드들은 주로 기타를 개조하거나 이펙터를 써서 귀를 와장창 박살내고는 했는데, 페이브먼트는 이런 기조와는 달랐다. 아예 레코더를 비틀즈 시대에나 쓰던 걸 구해서 썼던 것이다. 물론 기타의 이펙터는 덤이다. 

 이런 노이즈에 환장할 만한 조합을 내놓은 앨범이 1992년에 나오는데, 바로 Slanted&Enchanted이다. 처음부터 이게 1992년에 레코딩하게 맞나 싶은 음질로 사람을 놀래키지만 특유의 멜로디 라인이 들어가며 '이게 왜 좋지?'로 시작하는 이 앨범은 평론가들과 인디 씬 팬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물론 단순히 노이즈로만 칭찬을 받은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멜로디 라인과 특유의 장난끼가 가득한 음악, 그리고 단순히 내뱉지만 듣기 좋은 보컬까지. 이 모든 것이 좋은 화음을 맞추어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것이다. (실제로 이 장난끼 가득한 앨범은 레코딩할때 1주일 밖에 안 걸렸다.)


 이후 페이브먼트는 2집 Crooked rain,Crooked rain을 발매하며 또 호평을 받았으나 이런 스스로의 장난에 지친걸까, 그들은 음악에 좀 더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노이즈를 줄이고 멜로디를 살리며 여러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했다. 실제로 그들의 레코딩 기간도 늘어났다. 그렇게 낸 것이 3집 <Wowee Zowee>. 1집을 듣고 이 앨범을 들으면 같은 밴드가 맞나 싶을 정도로 확 달라졌는데 로파이한 특징은 줄어들었고 하드코어 펑크, 포크등 많은 음악 장르를 자신들에게 융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어느 실험적인 앨범들이 그랬듯이 처음에는 안 좋은 반응을 얻었다가 후에 4집이 대중성을 잡으면서 성공하자 재평가되며 그들의 최고작으로 남았다. 그 후 밴드는 5집을 내고 자신들의 에너지의 한계를 느끼고 해체를 한다.


 장난으로 시작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음악에 다가간 밴드인 페이브먼트. 앨범마다 다른 맛을 내는 밴드를 찾고 있다면 이 밴드가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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