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더믹 이후 정말로 오랜만에 전부터 가깝게 지내던 분들과 부부동반으로 함께 모임을 가질 기회가 생겼습니다. 모임은 저와 연배가 대부분 비슷하거나 위인 분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날은 점심식사로 약속이 되어있어 식당에서 만나 함께 식사를 한 후 가까운 카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커피와 음료를 주문하려는데 와이프들 중 성격이 활발하고 거침없는 한 분이 제안을 합니다.
"식사는 같이 했으니 커피는 여자분, 남자분들 따로 다른 테이블에서 마시도록 하죠. 와이프들 오랜만에 만났는데 수다도 좀 떨어야 하니까"
모두가 좋다고 찬성하여 남녀 각각 다른 테이블로 헤쳐 모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와이프 말로는 함께 모이면 늘 남자들 위주로 시작한 대화는 결국은 정치, 스포츠, 군대 같은 재미없고 지루한 주제로 흘러간다고 와이프들의 불평이 심해 남녀 따로 앉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남자들 군대에서 축구하던 이야기를 제일 듣기 싫어한다고 하더군요. 어쨌거나 남자들은 오랜만이다 보니 서로의 건강, 사업, 한국정치등 이런저런 영혼 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한동안 침묵이 흐르자 한분이 묻습니다.
"요즘 연어는 어디서 제일 싸게 파나요? 코스트코 멤버십을더 이상 안 만들어서 다른 곳에서 사야 되는데"
"아 그러세요? 얼마 전에 000에서 꽤 싸게 팔던데 한번 가보세요."
"아니에요. XXX가 조금 더 싸더라고요. kg당 00불로 이번 주 수요일까지 세일 중이에요"
그때까지 조용하던 남자들이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돌며 '여기서는 얼마더라' '저기서는 뭐가 제일 싸더라' 하며 자기들이 경험한 시장 본 이야기를 조금씩 흥분하며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뭐지? 무슨 상황이지?'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지 저는 계속 말없이 듣기만 했습니다.
매주 발행하는 플라이어 (출처: redflagdeals)
"매주 목요일마다 그로서리 스토어(Grocery Store)에서 플라이어 (Flyer)가 나오는데 확인해서 그 주에 할인해서 싸게 파는 것들골라서 사면됩니다."
"플라이어 확인하려고 매장에 매주 가기는 좀 그런데요."
"매주 발행하는 플라이어만 모아서 보여주는 앱이 있어요. 자, 여기 보시면 가격, 물품, 거리로 순서대로 정리해서 볼 수도 있어요."
"아! 그런 게 있었나요?"
이렇게 대화의 내용이 확 바뀌면서 갑자기 모인 사람들이 생동감에 넘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만난 그분들이 요즘 모두 장을 보러 다닌다는 이야기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10년이 넘게 알고 보아온 그분들의 모습에는 전혀 그런 면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분명 남성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다!'
여성과 남성 모두 중년의 나이를 지나게 되면 호르몬의 변화로 갱년기와 여러 가지 다양한 신체적 변화를 겪게 됩니다.남성의 경우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Testosterone) 수치가 40세 이후 매년 평균 약 1%씩 감소하지만 대부분의 나이 든 남성들은 여전히 정상 범위 내에 있으며, 약 10%~25 % 정도만이 수치가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증상에 관해서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수치가 낮은 모든 남성들이 경험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낮은 테스토스테론과 관련된 증상은 반드시 수치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나이, 약물 사용 또는 30 이상의 체질량 지수(BMI)와 같이 다른 이유로 인해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낮은 테스토스테론의 증상으로 성적인 욕구와 능력의 감소, 체력 감소, 감정의기복,우울한 기분과 집중력 저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또한 졸음 증가, 수면 장애, 빈혈, 근육량 감소, 체지방 증가등 전에는 보이지 않던 증상들도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저도 일부 경험해 보았습니다)
직업과관련하여 저는 이미오래전부터 카페, 베이커리 전문점, 대형 식품매장등 매주3~4곳 정도를 신제품과 경쟁업체 제품의 모니터링, 시장의 트렌드를 확인하기 위해서 방문하고 그곳에서 직접 장을 보기도 합니다.예전에는 와이프와 함께 장을 보러 매장에 들어가면 곧바로 흩어져 각자 관심 있게 보고 사야 할 품목들을 고른 후 계산대 앞에서 만나 함께 계산을 마칩니다. 육식을 좋아하는 저는 당연히 육류코너와 향신료, 각종 소스와 베이커리 쪽으로 발길이 옮겨져 필요한 것을 사고 와이프는 좋아하는 야채, 과일과 필요한 냉장/냉동식품과 유제품을 사는 경우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와이프는 사야 할 식료품의 정보를 보내주고 보통 회사에서 3시쯤 먼저 퇴근하는 제가 퇴근길에 장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델리카티슨 코너 (출처: blogTo)
그런 저도 그날 전까지 매주 발행되는 모든플라이어를 정리해서 보여주고 선택하는 앱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저의 세대만 해도 가부장적인 관습이 많이 남아있어 남자가 집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장 보러 가는 행동에 대해서 부모님들은 편견을 가지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많이 바뀌어 단순히 나이의 많고 적음과 여자 아니면 남자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하지 않고 부부 중 한 사람이 바쁘면 누구든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되었고 심지어 성별에 상관없이 개인의 재능이나 능력에 따라 누구든지 정당하게 평가받고 차별하는 것은 거의 사라진 것 같습니다.
남녀 성별에 대한 우스갯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캐나다에 살기 위해 외국에서 온 한가족이 반려견과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그 가족 내의 서열이 아래와 같이 새롭게 정리됩니다.
'아이들1순위, 여성 2순위, 반려동물 3순위, 그 뒤에 남성'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와이프에게 물었습니다.
"오늘 와이프들은 모여서 주로 무슨 이야기했어?"
"응, 고금리 시대에 모기지 이자 줄일 수 있는 방법, 투자로 괜찮은 재테크 정보 등 뭐 이런저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