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는 조금 다른 캐나다의 의사가 되는 과정

한국 초등학생의 의대 광풍 현상을 보며

by BOSS


최근 한국의 한 방송에서 자녀들을 의사로 만들기 위한 목표로 부모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철저한 준비와 계획을 통해 교육하고 있다는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과외가 지금보다 더 성행하던 예전 제 세대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기에 충격적이거나 놀랍지는 않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바뀌지 않는 사회적인 현상을 바라보며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과 달리 캐나다에서 의사가 되는 과정은 어떨까요?


캐나다에서는 4년의 대학과정 (대부분 이과 쪽 전공이며 뛰어난 학생은 3년 만에 모든 과목을 이수하고 메디컬 스쿨에 지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을 마치고 최종 학부 성적과 보통 대학 2, 3학년 중에 신청해서 시험을 보는 MCAT(medical college admission test) 성적을 지원하는 메디컬 스쿨(undergraduated medical school)에 보내고 합격하면 비로소 의사기 되기 위한 첫걸음을 딛게 됩니다.


큰 주 (Province)의 대도시에 위치한 메디컬 스쿨은 선발하는 학생 수가 많지만 경쟁이 매우 심해 이를 피해서 다른 주에 있는 작은 메디컬 스쿨에 지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거주하는 주가 아닌 다른 주의 메디컬 스쿨을 지원하는 경우 지역 출신의 학생들을 위해 주어지는 가산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특별히 성적이 뛰어나지 않은 한 입학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의사가 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아래와 같은 과정으로


4 years university in science study

4 years undergraduate medical school

1 year residency training

2 years of post-residency fellowship training.


최소 11년이 걸리고 전문의로 불리는 Specialist가 되는 경우는 여기에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립니다.




대학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보통 큰 대학 메디컬 스쿨의 입학 정원은 120~200명 정도입니다. 면접에서 떨어진 저의 아이가 지원했던 대학에서는 6,0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지원했고 1차로 서류전형을 통과한 300명 정도가 면접을 보고 이후 190명 정도가 최종 합격했으니 보통 상위 2-3%에 드는 성적과 적성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냥 공부를 잘하는 수준이 아닌 엄청나게 잘하는 넘사벽으로 생각됩니다.


캐나다 메디컬 스쿨 (출처: Google)


서류전형 합격 후 진행하는 면접은 메디컬 스쿨마다 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담당 의대 교수, 현지 의사와 그 지역출신의 영향력이 있는 사람 등 4~5명의 면접관으로 이루어져 다양한 종류의 질문을 하게 됩니다.


자녀 2명이 모두 의사가 된 친구의 아들 면접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는 대학 3년 만에 필요한 전 과목을 모두 이수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고등학교 졸업 때도 학생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인 캐나다 총독상과 대학 전 학년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수재였습니다.


면접관이 질문을 합니다.


"성적이 매우 좋은데 공부 말고 특별히 잘하는 것이나 봉사 활동을 해본 적이 있나요?"

"네, 몇 년 동안 자원봉사자로 000에 그리고 000 기관에 참여해 프로젝트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 비보잉 (B-Boying) 팀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었는데 괜찮으시면 보여드리겠습니다"


질문에 답한 후 보여준 그의 현란한 춤솜씨에 모든 면접관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면접 때에는 지원한 학생들의 공부 외에 가능한 다양한 활동과 실제 경험한 것들을 보려고 합니다. 성적은 이미 서류전형을 거쳐 우수한 학생들만을 선발했을 테니까요.


메디컬 스쿨에 입학한 후 처음 맞은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 중 함께한 축하자리에서 궁금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축하한다. 입학생 중 네가 가장 어렸겠구나"

"아니에요. 가장 어린 학생은 대학을 2학년 반 만에 마친 한 여학생이었고 가장 나이 많은 학생은 미국 골드만 삭스 출신의 39세 펀드 매니저였어요"

"그해 졸업한 학생들 위주로 뽑지만 여러 경력과 직업을 가졌던 지원자들도 많이 입학했어요"


다양한 이전 직업과 연령에 많이 놀랐습니다. 펀드 매니저란 직업을 가지고 일하다 의대에 입학한 것도 놀라운데 39세라니요. 배움에는 늦은 나이가 없다고들 하지만 39세 입학해서 모든 과정을 마치고 의사가 되면 50세가 넘어야 할 텐데 그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메디컬 스쿨에 입학하면 또다시 치열하게 경쟁하고 졸업 후 전문의(Specialist)가 되기 위한 레지던트 기간에도 또 어려운 경쟁 (보통 10명의 레지던트 중 2-3 명만 전문의가 되고 나머지는 탈락합니다)을 통과해야 합니다. 떨어진 7~8명은 어떻게 될까요? 그들은 소위 말하는 재수를 하게 됩니다. 탈락 후 가능한 학교에 적을 두려고 하기 때문에 대학원으로 진학하여 다음 해 1년 후배들과 전문의 레지던트 과정에서 다시 경쟁하거나 아니면 전문의를 포기하고 가정의 (Family Doctor)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저의 가족과 가깝게 지내는 3 가정에서 또래의 자녀 5명이 모두 의대에 진학하였습니다. 성적이 뛰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모두 봉사 활동과 경력이 화려했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도 본인이 목표로 하고 원하던 분야의 전문의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가장 먼저 펠로우십을 마치고 전문의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두 친구는 다음 해 결국 가정의와 교수로 진로를 바꾸어 명은 메디컬 스쿨에서 강의를 다른 한 명은 멀리 시골에서 가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동생 3명도 전문의가 되지 못하고 가정의 그리고 한 명은 조금 덜 치열한 마취과 의사를 선택해 인생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한 명은 미국으로 옮겨 그곳에서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미국 의사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캐나다에서 전문의가 되는 과정은 정말로 힘들고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대체 누가 그런 전문의들이 되나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건강문제로 정기적으로 만나는 3명의 전문의들이 모두 유태인계입니다.


캐나다 병원의 수술 장면 (출처: University Magazine)


한편,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과한 의사들의 수입은 어떨까요?


자료에 의하면 평균적으로 가정의의 경우 30만 불대, 전문의들은 분야에 따라 40만 불대, 그리고 암 전문, 심혈관계 외과의사들은 50만 불이 넘는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밖에서 보이는 상황과는 달리 내부적으로 캐나다 정부는 해마다 늘어나는 예산부족으로 필요한 의사의 수를 늘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의사들은 그들대로 자신들의 파이를 지키기 위해 의대 학생의 정원을 많이 늘리지 않는 쪽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항상 부족한 예산으로 인한 처우가 개선되지 못하니 젊고 능력 있는 의사들은 Traveling doctor로 많은 수입과 근무환경 및 삶의 질이 높은 곳을 찾아 외국으로 떠나버리고 캐나다에는 의사의 숫자가 다시 부족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렇게 외국으로 나간 Traveling doctor들은 특히 소득세가 전혀 없는 국가를 선호하여 유명한 프로 테니스 선수들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 Monaco로 옮겨가 살듯이 부유한 중동 국가로 향하게 되는데 UAE가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아는 젊고 능력 있는 캐나다 의사들 중 일부는 두바이에 있는 병원과 계약하여 높은 연봉과 여유 있는 삶으로 그곳에서의 의사 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끝으로 유태인 커뮤니티의 전해오는 여담으로 아들 3명이 있는 유태인 가족에서 제일 공부 못하는 아들은 의사, 그다음 아들은 변호사 그리고 제일 똑똑한 아들은 비즈니스를 하게 만든다는 웃고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전면: U of T Medical School(출처: Master Stu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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