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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SS Sep 16. 2023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 정리해야 할 일들

떠난 사람과 캐나다에 남아있는 사람들


꽃가게를 운영하는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꽃가게도 계절이나 휴일에 따라서 매출 차이가 겠네."

"2, 4, 5월 그리고 12월 다른 때보다 많지."

"2월은 발렌타인 데이, 4월은 부활절, 5월은 마더스 데이 그리고 12월은 크리스마스와 하누카(Hanukkah) 때문인데 그 외에 가장 매출이 큰 달은 3월!"

"3월? 특별히 공휴일도 없는 것 같은..."

"장례식에 주문이 좀 많아. 다른 때에 비해서"


춥고 긴 캐나다의 겨울이 나고 조금씩 날이 풀리기 시작하는 3월이 되면 연세 많은 분들의 마음과 긴장이 함께 풀리는지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거나 겨우내 집 안에서만 보냈던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외출을 했다가 아직 미끄러운 길에서 낙상사고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시는 분들이 많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캐나다에서 특별히 가깝게 지내온 분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듣고 장례식에 다녀온 이후 여러 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조금 복잡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이 앞으로 살아갈 날보다 많은 세대이고 태어난 순서대로 가는 세상이 아닌 요즘이기에 어느 정도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고 꼭 필요하고 기록으로 남길 것은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례식 장면 (출처: Vaughn Greene Funeral Service)


5년 전쯤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 와이프와 아이들을 위해  동안 가족의 구성원으로 제가 맡아서 해오던 일들을 정리했던 기록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필요한 사항과 자세한 정보들을 빠짐없이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정리한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유언장 (Will)


캐나다에서 유언장은 반드시 작성해서 남겨두어야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본인 사후에 집행될 수 있습니다. 유언장 없이 남겨진 유산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정해진 규정에 따라 처리되어 국가에 귀속됩니다. 유언장은 변호사나 공증인에게 의뢰하여 작성하거나 또는 본인의 자필로 직접 쓰고 증인 두 사람의 확인과 집행인을 지정하면 법적인 효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참고로 세법상 캐나다는 한국과 달리 증여세와 상속세가 없기 때문에 재산을 증여 또는 상속받는 자녀나 가족의 입장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증여받거나 상속받은 부동산에 모기지나 대출금이 남아있으면 이 조건도 함께 따라오며 만약 나중에 팔게 경우 부모가 구입한 당시 가격과의 매도차액에 대한 양도세를 적용받게 됩니다.


동산의 경우 부모로부터 유산을 받을 때 (현금이 아닌 금융기관을 통할 때)  형성 과정과 출처에 대한 증명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받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2. 금융기관의 공동계좌 (Joint Bank Account)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부부가 안타깝게도 여행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자녀들이 부모의 계좌에서 급히 필요한 돈을 인출하려 했으나 은행에서 허가해주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사고로 불행한 일을 당했고 부모의 사망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법적으로 계좌의 주인이 없어진 상태에서는 비록 유자녀라 할지라도 그 계좌에 있는 돈을 인출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걸려 당장 여기저기 필요한 곳에 돈을 사용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게 되었습니다.


그 일 이후로 와이프와 공동명의로 되어있는 은행 계좌에 큰아이와 작은 아이의 이름을 모두 추가해서 비록 불행한 일이 발생했을 경우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했습니다.


3. 세금 신고관계 (Income Tax Report)


캐나다에서는 만 18세가 되는 해부터 소득이 없더라도 의무적으로 세금신고를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이민 온 다음 해부터 전년도 세금신고 기간 중 방법을 공부하고 직접 작성해서 캐나다 국세청에 제출해 왔습니다. 이후 피고용인(Employee)에서 전문직 자영업자 (Profesional Self-Employed)로 바뀌면서 회계사인 친구로부터 새로운 내용을 배우고 궁금한 점은 묻고 알게 되면서 지금까지 직접 해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부에서 발행한 신고양식에 직접 기재해서 제출하고 복사본은 따로 만들어 보관하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PDF파일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컴퓨터와 USB에 별도로 보관하여 가족들이 사용하거나 직접 작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유언장 (출처: MooseJawToday.com)


4. 집수리와 관리 (Maintenance & Repair)


콘도나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서 거주하는 경우 예상하지 못한 고장이나 파손으로 인한 집수리와 일정기간 사용한 가전제품의 교체는 불가피한 일입니다. 살고 있는 주택 이외에 임대용 주택들이 있는 관계로 인테리어 공사, 전기, 냉난방 공사 및 간단한 집수리를 할 수 있는 컨트랙터들과 연락하고 작업을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상 한 업체에만 관련된 작업을 맡기지 않고 괜찮은 다른 업체에도 공사를 계약하는 경우가 있어 전체 업체의 숫자는 많은 편입니다. 공사 분야별로 업체들과 담당자들의 리스트를 작성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연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5. 자금관리와 운용 (Financial Management)


아직 은퇴 전이지만 두 사람으로 유지되던 가계소득이 한 명으로 바뀌면 소비와 지출 등 전체적인 자금 운용의 변화가 오게 됩니다. 와이프와 이런 상황을 가정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여러 경우의 수를 만들었지만 그때의 경제사정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직접 만나 상의할 수 있는 금융기관과 담당자들의 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나신 장모님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옷장과 이불장등에 깊숙이 보관되어 있던 각종 귀중품과 자식들에게 주려고 사놓은 소중한 선물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중에는 자식과 손주들을 위해 사놓고 시간이 흘러버려서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먹은 물품들도 상당히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 소중한 물건들이 주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전해지지 못하고 동안 묻혀 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라말은 어릴 적부터 수없이 들어와 내가 아닌 일로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그 말은 점점 더 생생하게 가슴에 와닿습니다. 저도 결국은 빈손으로 떠나겠지만 세상에서 나를 알고 기억하는 남겨진 사람들에게 좋은 억과 더불어 사랑을 나누어 주는 마음이 필요한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전면 사진 (출처: Architectural Dig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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