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의 부동산 투자 이야기 (3)
지역이 정해지고 3가지의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집들을 집중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리스팅 된 집들의 숫자가 많았고 12월부터 시작한 집 보기는 다음 해 4월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괜찮은 집들이 나오면 주중이라도 늦은 시간에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주로 주말에 집중적으로 예약하고 한 주에 평균 12~15집 정도를 계속 보다 보니 숫자가 많아져 150집이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리얼터를 지정하고 집을 보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미안한 마음에 처음 생각했던 자신의 조건에 웬만큼 맞으면 계약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경력이 오래된 리얼터들은 자신의 관점으로 구매자들에게 집을 추천하고 약간의 부담감을 주면서 거래를 빨리 성사시켜 버리기도 합니다.
당시 모기지 중개인에서 리얼터로 전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인 저의 리얼터는 뜨거운 열정(?)으로 불평 없이 우리가 내세운 조건에 맞는 집을 계속 찾아주면서 큰 불만이나 부담감을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이 괜찮으면 저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등 100퍼센트 만족하는 집을 찾지 못하고 있던 중 그의 조언으로 우리는 시각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그동안 생각지 못했거나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4월 부활절 연휴 기간에 마음에 드는 집을 보고 오퍼를 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토론토시는 모든 건물에 상업용 또는 주거용으로 용도를 지정(zoning)하는데 그 집은 특이하게도 주거용과 상업용 용도 모두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임대의 경우 상업용은 세입자에게 월 임대료와 13%의 세금(HST)이 부과되지만 주거용은 세금이 없습니다. 연휴가 끝나는 주중에 구매 희망자들의 오퍼를 받아 경쟁하는 날(offer register day)을 지정해 놓았지만 우리는 연휴기간에 리스팅가격보다 금액을 올려 오퍼를 먼저 제출하였습니다. 이런 경우의 오퍼를 preemtive offer 또는 bully offer라고 부릅니다. 집주인이 preemtive 조건을 수용할 경우 그동안 집을 보았던 사람들에게 오퍼 일정 변경을 통보하고 구매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행히 당겨진 일정이 받아들여져 그날 오퍼경쟁이 시작되었고 다음날 오전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채택되어 마침내 첫 투자 부동산의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뒤에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금액에서 5,000불 차이가 났었다고 합니다. 계약일로부터 60일 후 잔금 지불과 함께 최종 이전 등기(final closing)를 하고 그전에 3번을 방문해서 집을 살펴볼 수 있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조건은 리얼터와 상의해서 집을 찾고 있는 중인 관심 있는 세입자가 방문해서 볼 수 있는 기회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구매한 집의 최종등기가 끝나야 소유권을 가지게 되고 렌트를 리스팅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입자가 정해지면 렌트 계약 후 보통 1달 또는 2달 뒤에 입주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집을 소유한 뒤 빠르면 2달, 늦으면 3~4달 뒤부터 렌트 기간이 시작되고 그때부터 렌트비를 받게 되는 구조입니다. 우리는 자금 운영과 소유권 등기 후 렌트계약,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완전히 소유한 집이 아니므로 시장에 리스팅 할 수 없지만 부동산 회사 리얼터들의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가능한 세입자를 미리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우리가 지정한 리얼터가 소속되어 있는 부동산 회사의 리얼터 숫자는 100명이 넘어 사내 이메일 시스템으로 개인적으로 필요한 매물과 구인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있었습니다. 이 방법은 당시에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어 왔지만 법적인 문제점이 제시되어 이후로는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행히 세 번의 기회 중 첫 번째로 집을 본 부부가 렌트를 원해 최종 이전 등기가 끝나자마자 렌트계약을 하고 바로 입주할 수 있었습니다. 캐나다의 렌트 계약은 오퍼 제출 시 세입자의 직업, 수입, 신용평가 점수, 이전에 렌트한 집주인의 정보 및 추천서 등 까다로운 서류를 많이 요구합니다. 첫 번째 집을 본 부부로부터 받은 오퍼를 본 저와 와이프는 많이 놀랐습니다. 오퍼 외에 첨부된 모든 서류에는 수입을 증명하기 위한 자신의 사업체 전년도 재무제표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첨부 자료들은 그 부부의 명의로 된 집이 3채나 있고 전년도 연봉은 서류상으로만 50만 불이 넘는다는 내용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집이 3채나 있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렌트를 할까?'
이 의문점은 입주할 때 전달받은 10장의 월 렌트비 수표(posted cheque)를 보고서 풀렸습니다.
받은 수표들은 개인이 아닌 그의 회사 수표였고 그것은 렌트비용을 모두 회사 경비로 처리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오퍼와 함께 첨부된 자료에 나온 살던 집은 토론토 외곽의 큰 저택이었는데 자신의 회사와 제품 디스플레이룸이 다운타운에 있는 관계로 교통체증으로 긴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가까운 곳에 주거지를 옮긴 것이었습니다.
렌트가 시작되고 며칠 지난 후 세입자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입주 전 집안 전체 페인트 칠을 하려는데 자신들이 선택한 색들이 마음에 드는지 저와 와이프에게 물어보는 내용이었습니다. 보내준 자료에는 선택한 몇 가지의 페인트컬러 샘플과 작업을 할 인테리어 회사의 명세서가 같이 들어 있었는데 그 견적 금액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 작은 집 칠하는 비용이 15,000불이 넘는다고?'
'무슨 벽에 작품을 만드나?'
렌트 살고 있는 세입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집에 페인트 칠하겠다는데 집주인으로서 거절하거나 반대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답을 보냈습니다.
'아! 저도 좋아하는 색입니다.(감사합니다)'
그리고 3개월 뒤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원래 있던 식기세척기 소음이 조금 심해서 자신의 비용으로 새 식기세척기로 교체했고 나중에 나갈 때에도 그냥 두고 갈 거라며 괜찮겠냐고 묻습니다.
'네, 괜찮습니다.(감사합니다)'
그렇게 만 2년을 거주한 첫 세입자 부부는 좀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 집을 옮기기로 했다는 연락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통보한 그다음 주부터 2주간 프랑스 칸 영화제에 다녀오려고 하니 집이 비어있는 그 기간 중에 쇼잉을 부탁한다면서 전문 업체에게 집안 청소를 해놓도록 하겠으니 1주일만 뒤로 미뤄달라고 합니다.
'전혀 문제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다녀오십시오)'
매주 청소 전문 업체에서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깨끗이 관리를 하고 눈에 띄는 인테리어와 가구를 사용하고 있어 사진들을 첨부해서 리스팅 하자마자 쇼잉 예약이 이어졌고 첫 번째 집을 본 사람이 리스팅보다 높은 금액으로 바로 오퍼를 제출하고 렌트계약이 끝나 하루 만에 모든 일정이 쉽게 끝나버렸습니다.
그렇게 그 첫 번째 투자용 주택 구입과 첫 번째 임대를 통해서 캐나다와 토론토의 조금 다른 소득 계층과 소비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광역 토론토지역에는 한국에서 이민 온 분들이 선호하는 지역이 있습니다. 그곳으로 거주지를 정하고 살게 되며 보고 경험하는 것은 당연히 그 지역에 국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래 살다 보면 이런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캐나다가 G7 국가이고 한국보다 수준이 높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살까?'
'한국보다 잘 사는 국가라고 하는데 정말 맞는 말일까?'
이민 초기 한인 선호지역에서 잠시 살았던 저 또한 직장, 한인 커뮤니티, 지역 이민자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통해 같은 질문을 스스로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로 연결된 임대사업을 통하여 캐나다에 얼마나 많은 부유층과 일반적 사람들과는 다른 소득과 소비계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참고로 2011년에 80만 불 대에 구입한 그 집의 당시 렌트비는 월 5,000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