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캠핑을 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야 있었지만, 어쨌든 스포츠 매장에 가서 캠핑장비들을 사 두고, 떠날 날을 고르고 있었다. 매번 날씨가 좋다가 가려던 그 주는 조금 흐리고 가랑비가 온다 했다.
구글에 처음으로 '캠핑장'을 검색했다.
가까운 곳으로, 평점이 높은 곳으로 웹사이트를 보다 몇 군데는 올해의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문을 닫았다는 글을 봤다. 결국 가장 가까운 곳으로 아마 수백 번은 지나쳤을 20분 거리의 캠핑장으로 출발했다. 사실 우린 캠핑장의 위치보다 '캠핑'이라는 처음의 경험을 필요로 했다. 그곳의 위치는 잘 알고 있었고, 입구가 작은 곳이라 지나치지 않으려고만 조심했다.
리셉션에서 들어가는 입구 쪽 차단기를 수동으로 올려줬다. 차를 몰고 들어가자 생각보다 넓었다.
끝까지 가서 둘러보고, 우리가 묵을 곳에 주차했다.
예약도 필요 없이 텐트 칠 공간만 있으면 충분했다.
남편이 가서 비용을 지불하고 우리의 새로운 경험에 대한 안내 내용을 듣고 왔다. 이제 우리는 하루 동안 묵을 자연을 마음껏 즐기면 되었다.
텐트를 치고, 근처의 나무 테이블에서 늦은 점심으로 라면을 끓였다.
바로 옆의 작은 냇물가에 들어갔더니 여름인데도 물이 차다. 남편이 수족관에서 사용하는 아주 작은 그물망으로 수풀 쪽을 툭 쳤는데 작은 물고기가 들어가 있다. 우린 기쁘고 물고기는 운이 나쁘다.
아이들은 물총을 쏘아대며 놀았고, 놀이터의 그네도 탔다.
잠시 나무 테이블로 가 보니 다른 사람들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다. 우리의 살림을 치워줄까 하니 괜찮다, 한다. 나보고 한국인이라 묻길래 어떻게 알았냐고 했더니, 내가 가진 코펠에 한국기업의 마크를 가리킨다. 그들은 폴란드에서 왔다 했고 암벽등반을 하러 온 듯했다.
그곳은 돌로 된 산도 있었다.
아이들은 그중 홈이 파여서 오르기 좋은 가파른 산을 금세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다.
그 언덕에 염소들도 같이 뒤따른다.
사람들이 빈 손으로 산으로 들어갔다가 큰 나뭇가지들을 끌고 온다.
이제 저녁 준비를 할 때가 되었다.
텐트 주변으로는 돌로 동그랗게 만든 작은 화로들이 있다. 우리도 그들을 따라 산으로 들어갔다 나뭇가지들을 주워온다. 마침 일요일이라 군데군데 비어있는 화로에서 전날 타다 남은 장작을 가져와 불을 지피니 잠들 때까지 환하게 타준다.
하늘에는 달도 별빛도 아주 밝고 촘촘하다.
작은 무대 위에서는 락커들이 집에 갈 시간이 지났는데도 제 흥에 취해 끝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무서운 얘기를 들으면서 금세 잠이 든다.
텐트에서의 첫날밤은 춥고 시끄러웠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지역이라 일교차가 컸다. 새벽에 비가 잠깐 내린 듯했고, 운치 좋은 냇가의 물은 모든 소음이 잠든 밤, 홀로 세차게 소리를 켰다. 캠핑장 바로 앞의 도로는 공사 중이라 철제 다리를 설치해 놨다. 새벽시간의 자동차들은 그 위를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지나갔다.
어쨌든 아침이 밝았다.
이른 아침 잠바를 걸쳐 입고 그저 지퍼를 내리며 내디뎠더니 벌써 자연이다.
들꽃들은 아침 일찍 더 예쁘게 피어있고, 몇몇 사람들은 혼자 조용히 아침을 보내고 있다. 커피를 끓이는 사람, 책을 읽고 있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그리고 길 위에는 마치 번데기처럼 침낭 속에서 곤히 자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아침으로는 햇반과 김자반 그리고 엄마표 깻잎 통조림이다. 염소들도 우리를 나와 아침거리를 찾고 있다.
불행히도 우리 쪽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아들은 과자봉지를 잡고 하나씩 주다 아예 봉지를 내던지며 도망친다. 염소들은 순식간에 봉지 안의 과자를 먹고 우리 테이블로 와 혓바닥을 훑는다. 근처 다른 텐트의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찍고 우리가 뭘 맛있는 걸 먹길래 염소들이 이러나 기웃기웃한다.
다른 텐트의 아이들은 염소를 쓰다듬고 빵을 주다 숫제 올라타는 애들도 있다. 이번엔 염소들이 내뺀다.
나는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을 두고도 매번 다른 목적지로 향했다. 지나가면서 그저 작고 별 볼 일 없는 곳이라 생각했다.
멀리 왕복 4~5시간을 소비하면서 그럴듯한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자연도 예쁘게 가꿔진 곳을 좋아했었다.
그동안 나의 편협함과 무지함으로 헤매다 이제야 가까운 곳의 아름다움을 찾게 되었다.
소박한, 가꿔지지 않은 자연 속에서 나는 임시로 작은 내 집을 지어놓고, 자연을 가득 담아 가져 가게 되었다.
그러고도 그곳이 좋아 두 번을 더 찾아갔다.
공간이 주는 한정함으로 느릿이 움직이는 시간을 그냥 음미하면 되었다.
설거지 한 그릇들을 햇볕에 말려놓고,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나도 해바라기를 한다. 심장이 다시 따뜻하게 데워지면 그늘을 찾아 책을 몇 장 넘겨본다.
어두워지기 전에 나무를 마련해서 불을 지피고, 저녁을 해 먹고, 하염없이 불을 보다 또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본다.
옆 텐트의 사람들은 어둠이 오자 그들만의 세상으로, 그림자만 남겨두었다.
오롯이 우리만 남는다.
그러다 잠이 오면 몇 발자국 떼서 나의 작은 집으로 들어가 땅 위에 몸을 뉘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