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이야기- 구두 행례
그녀가 깡통집 앞에 서자 조용히 문이 열렸다. 그녀는 서슴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닮았어요. 닮았어. 희한한 그 분위기와.”
그녀의 첫마디였다.
“당신이 한 번도 오지 않아 섭섭했다고 말하면 실례일까요?”
“괜찮아요. 섭섭할 땐 섭섭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건 멍충이란 뜻이니까요.”
“흠, 그런 난 멍충이는 면한 건가요?”
부루가 소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다고 해두죠.”
“표정이 밝군요. 일이 괜찮은가 봐요.”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새로움이 에너지원이 되고 있어요.”
“다행이군요, 소개팅도 자주 있으니까.”
부루의 말에 그녀는 하하하 웃었다.
그녀는 양중마을의 맨 끝 집에 살고 있었다. 깡통집을 짓기 위해 포크레인이 땅을 파고 있을 때, 시끄러운 소리를 참지 못하고 득달같이 달려와 시끄럽다고 항의를 했었다. 그때, 건축주는 쳐다보지도 않고 일에 열중해 있었는데, 함께 일하던 한 준수한 남자가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곤 자신은 건축주의 절친이자 엔지니어이며 건물이 완공이 될 때까지 이곳에 머물러 있을 것인데, 안면이나 트자고 했다.
그 다음 날부터 그녀는 틈만 나면 산책을 빙자해 언덕을 올랐고, 이것저것 참견을 해댔다. 그때마다 엔지니어는 그녀의 상대가 되어 주었다.
“아유, 아무리 흙 튀기는 작업장이라지만 너무 어질러져 있잖아요. 정리 좀 하면서 해요.”
그녀가 포크레인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면 엔지니어는 양쪽 귀를 틀어막은 채 되물었다.
“뭐라고요? 안 들려요?”
당연히 안 들리지. 시끄러워 귀청이 터질 지경인데, 귀까지 틀어막고 앉았으니.
“청각문제아한테 무슨 말을 하겠노. 멍충이라고 소리 질러도 못 알아들을 텐데!”
그녀가 퉁을 놓으면 그런 말은 잘도 알아듣고 “누가 청각문제아야? 오, 세상에 청각문제아란 단어 창출해내는 것 좀 봐. 똥천잰대.” 라고 놀렸다.
티격태격거리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 딱 일 미터 간격인데 좁힐까 말까 그녀는 고민하다 말았다. 엔지니어가 더 다가오지도 뒤로 물러나지도 않고 딱 그 선에서 놀고 싶어하는 게 뻔히 보였다.
어쩌면 이 관계가 더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위로 하며 그녀는 전날의 소개팅을 까발리곤 했는데, 한번은 그녀가 소개팅 남자가 정말 별로 였다고 툴툴거렸다. 그러자 엔지니어가 한 마디 했다.
“그의 언동을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그대도 흔쾌히 대하지 않았잖아요.”
마치 그녀의 소개팅을 다 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아니면 넘겨짚었든지.
어쨌든 그녀는 새로 구한 직장에 출근하기 전까지 매일 언덕에 올랐고 깡통집이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완공되기 며칠 전에 출근을 하게 되었는데, 퇴근하면서 언덕 위를 기웃거려보면 적막만 떠돌았다.
그리고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 일주일 동안 참석하고 돌아왔더니 깡통집만 덩그러니 서 있고 모두 어디론가 가 버렸다.
그때 얼마나 당황스러워졌는지 모른다. 세상에 전화 한통 없이 가버리다니. 아, 서로의 전번을 모르고 있었구나. 그녀는 연락처를 물어보지 않은 걸 후회하고 후회하며 발만 굴렀다. 그리고 속으로 욕을 백 바가지 퍼부어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언제 떠난다고 언질이라도 주었어야지! 킬킬대며 논 게 몇 시간인데! 만 시간도 넘었겠다. 그 시간이면 말리장성을 백 번도 더 쌓았다고!
“어제 소개팅은 괜찮았어요?”
부루가 그녀의 상념을 깼다.
“네? 아우, 뭐, 그냥. 그런데 정말이지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부루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녀는 금방 알아들었다. 이 요상한 깡통이 사람 속을 다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 엔지니어가 하던 말을 떠올리며 그 족속들은 다 독심술사들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그게 쉬우면 소개팅이라는 단어 자체도 생기지 않았을 걸요.”
그녀가 생각을 이어갈 여유도 주지 않고 부루가 거푸 말했다.
“그렇겠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 그러려니 해야지요. 물론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고요. 남자와 여자 모두 데이트 신청에 용감하지 않는 건 거절 당할까봐 그러는 거라더군요. 거절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죠. 내 입장에서만 보면요. 그런데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상대방의 성격과 취향이 나와 정반대라서 그런 거니까요.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그 사람도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으려고 고심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 거절이란 말부터 바꿔야죠. 거절이 아니라 ‘수신 결여’ 라고요. 나의 신호와 상대방의 신호가 교집합을 찾지 못한 거니까요.”
“수신 결여요?”
그녀는 낄낄거리며 그 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다.
“그 말이 그렇게 우스워요? 그럼 섭섭한데.”
“아니에요. 거절이란 낱말보다 가시가 없어 훨씬 좋아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좀 쉬도록 해요. 소파 위 단추도 좀 눌러보고.”
부루는 좀 나이 많은 선배 같은데 흉허물 없는 사이처럼 편안했다. 소파도 편안이란 단어를 열 개 쯤 쌓아놓은 것처럼 무지하게 안락했다. 적당한 온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지만 마치 지압을 받은 것처럼 온 몸이 시원했다. 그녀는 나른함을 즐긴 후 어깨 위의 작은 버튼을 눌렀다. 스르르 벽이 열리더니 안에서 책받침대와 책꽂이가 딸려 나왔다.
“당신을 위해 엔지니어가 특별히 만든 거예요. 언제라도 와서 읽고 쉬어요. 저 안쪽에 책과 잡지 등이 약 오백 권정도 있는데, 가끔 리뉴얼 될 거예요.”
아, 그녀는 감탄했다. 엔지니어가 그녀를 위해 이런 공간을 만들어 놓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역시 사려 깊은 그 남자는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선물을 남겨 놓았다. 그녀는 책꽂이에 꽂힌 시집과 철학서와 소설과 연애잡지를 손으로 쓸어보다 시집을 꺼내 몇 편 읽었다.
시집을 꽂아놓은 그녀는 연애 잡지를 꺼냈다. 연애란 말은 싱그러우면서 어질머리가 나게 했고, 그런 이야기를 다룬 잡지는 보고 싶지 않은데도 지나치지 못했다. 그녀는 잡지를 훌렁훌렁 넘겼다. 그러다 ‘구두행례’ 라는 이상한 제목에 꽂혀 읽어 내려갔다.
가온국 서쪽 지방에는 희한한 풍습이 많았다. 길에서 친구와 마주치면 머리통을 마주대고 문지르며 우정을 과시하고, 노인의 인사법은 덩실춤이고, 식사에 초대 받았을 땐 노래 한 절로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 등은 풍습에도 끼지 못했다.
그들은 청춘의 구애 방식도 독특했는데, 마음에 드는 대상이 있다면 그 사람의 집 주변을 돌며 팜팜새 노래를 불렀다. 화관을 두른 듯 아름다운 머리 깃을 가진 팜팜새는 그 지방에서만 사는 작고 날렵한 새로 구애를 할 때는 길고 섬세한 날개를 퍼덕이며 팜팜, 파암팜팜, 팜팜, 파암팜팜팜- 우는데 명랑하면서도 간곡한 목청이라 누구라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혹한의 동절기가 지나고 봄기운이 스멀대기 시작하면 청춘들은 겨드랑이가 간지러워 가만히 있지 못했다. 젊은 남녀는 일제히 밖으로 뛰어나와 구애의 현란한 노래를 불렀다. 여자라고 수줍어하며 뒷걸음질을 치는 법은 없었다. 구애보다 더 얄랑꼴랑한 것은 없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 즐거움을 파묻어 놓을 수 없었고, 청춘의 구애보다 발랄한 것은 없기 때문에 신나게 춤을 추고 마음껏 목청을 찢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하여 곳곳마다 높고 낮은 팜팜새 소리가 울리고, 때로는 홀로 목청을 뽑고, 때로는 무리지어 합창을 했다. 나이 든 사람들은 팜팜새 노래를 들으며 젊은 날의 추억을 떠올리고 어깨를 들썩이다 더는 참지 못하고 악기를 들고 나와 응원을 하기도 했다.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들고 나팔과 피리와 바이올린이 등장을 하고 어린 아이들까지 떼를 지어 팜팜새 소리로 흥을 돋을 때면 때 아닌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누군 한 사람의 구애를 받고 곧 사랑을 이루어 기쁨을 누리기도 하고, 누군 여러 사람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든 어쩌든 그들에게 구애는 즐거운 놀이이자 삶의 활기였기 때문에 신명을 다해 열렬히 팜팜새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어스름이 밀려오고 밤이 가고, 새로운 아침이 지나갈 즈음에 구애를 받은 사람은 붉은빛 종이를 봉투에 넣어 대문 앞에 걸어놓았다. 봉투 안의 종이에는 구애받은 사람의 간략한 신상과 원하는 바와 여유 시간이 간략하게 적혀 있고, 구애한 사람의 신상과 의견을 적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면 팜팜새족들은 한 곳에 자기의 의견을 적어 놓았다. 그렇게 몇 번 의견이 오고 가고 구두 행례를 신청하고 시간을 정했다.
구두 행례는 짧고도 짜릿한 데이트였다. 그건 바로 구애한 사람이 구애 받은 사람에게 구두를 신겨주는 풍습이었다. 아무도 없는 빈 홀에서 두 사람만이 남아 맨발을 잡고 신발을 신겨주는 행위는 은밀하면서도 구체적이었다. 신체의 내밀한 부분이면서 또한 그다지 대수로워 하지 않는 발을 내밀고 대하는 사이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감정의 진심 어린 순간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토대로 교제 여부를 결정했다. 퍼레이드처럼 요란한 구애에 비해 교제 여부는 매우 신중했다. 교제란 선택을 향한 걸음이고, 선택은 책임이 뒤따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 지방의 유력한 가문에 ‘니니’라는 아가씨가 있었다. 순백의 눈꽃나무를 연상시키는 니니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천진하고 발랄했고, 모든 젊은이들의 기쁨이었던 만큼 그녀의 집 주변에서는 매일 팜팜새 노래가 들려왔다.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던 날, 니니는 붉은빛 종이가 담긴 봉투를 대문 앞에 걸어놓았다. 며칠이 지나자 다섯 명의 젊은이가 구두행례 신청을 했다. 니니는 무려 다섯 번이나 구두행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그만 눈앞이 아찔했다. 구두행례 때의 구두는 평소에 신는 신발이 아니었다. 평소 치수보다 조금 작은 새 신발로 신축성마저 없어 신겨주는 사람도 신는 사람도 몹시 애를 먹었다.
“이제 제 발은 앞뒤로 다 까지고 찌그러진 양푼이 될 거예요.”
니니가 드레스의 리본을 매며 구시렁거렸다.
“그럴지도 모르죠. 영주의 딸은 여덟 번이나 신는 통에 며칠 동안 걷지도 못했다잖아요.”
유모가 맞장구를 쳤다.
“으, 아무도 모르게 구두 옆구리라도 좀 찢어놓아야 하는데.”
“차라리 첫 번째에게 OK 하는 게 빠르겠수.”
“그럴 순 없어요. 구두를 신겨주기 전에는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남자들의 손길을 다 받아보고 싶은 건 아니고요?”
“아니에요. 그건 아니라고요. 얼마나 힘든지, 아휴……”
유모가 콕 찝어 말하자 니니는 펄쩍 뛰었다. 사실 구두행례처럼 괴로우면서도 설레는 일은 없었다. 낯선 남자와 눈을 마주칠 때 이는 스파크며, 망설이며 묻고 대답하는 떨림이며, 그리고 사이즈 작은 구두에 맨발을 밀어 넣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신겨주는 사람의 배려와 신는 사람의 여유와 참을성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청춘과 젊음이 시험대 위에 놓인 듯 하지만 얼마든지 견뎌냈다. 연애란 그렇게 가벼운 제스처는 아니므로.
마침내 구두 행례의 날이 되었다. 니니는 드레스 자락을 끌며 작은 홀로 들어갔다. 지난번 보다 더 긴장되었다. 이상하게도 경험이 더해질수록 긴장 또한 심해지는 게 바로 구두행례였다. 관계의 역설처럼, 알면 알수록 조심스럽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번에도 만나지 못할까봐 지레 걱정을 하는 걸까? ‘데이트는 즐겁고 연애는 힘들다.’는 속언처럼 누군가를 만나 커플을 이룬다는 건 손쉬운 일은 아니었다. 니니는 손바닥에 나는 땀을 닦으며 초조히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노크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시종과 함께 한 청년이 들어왔다. 자리에서 일어선 니니는 청년과 가볍게 목례를 나누었다. 그는 키가 크고 어깨가 떡 벌어졌는데, 가슴팍이 갑옷처럼 단단해보였다. 청년은 입이 무거운지 짧게 묻고 짧게 대답했다. 그 점이 니니를 안달 나게 했다. 잠깐 잠깐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니니는 의자에 앉았다. 그도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니니가 살그머니 드레스 자락을 잡아 올렸다. 눈처럼 희고 대리석보다 매끈한 다리가 드러났다.
청년의 눈은 오직 니니의 다리에 머물렀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잊었다. 니니의 헛기침 소리에 허겁지겁 구두를 집어 들었다. 청년은 니니의 발을 잡아 구두 속으로 밀어 넣었다. 구두는 처음으로 사람 손에 닿은 데다 작아서 쉽게 들어가지 않았다. 청년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고 니니의 발에서도 땀이 났다. 맨발에 물기가 어리자 더 신겨지지 않았다. 청년은 구두를 조금 잡아 당겼다. 다시 니니의 발을 잡고 구두 속으로 밀어 넣었지만 동그란 발뒤꿈치는 여전이 구두 밖을 맴돌았다. 청년은 다시 구두를 잡고는 확 당겼다. 구두가 쭉 찢어져버렸다. 청년의 기대 또한 찢어져버린 것처럼 아연실색했다.
그러나 니니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예 쭈그리고 앉아 배를 잡고 웃었다. 청년의 손에 들린 구두는 뒤쪽이 터져 샌달처럼 가뿐했다. 니니는 찢어진 구두 속으로 발을 쏙 집어넣었다.
“아주 좋아요. 시원하고 좋아요.”
니니가 겅중겅중 뛰며 말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어쩔 줄 모르던 청년의 얼굴에 안도감이 번졌다. 벌떡 일어난 그가 니니를 와락 껴안았다. 쿵, 쿵, 쿵, 그의 심장소리가 북소리처럼 울렸다. 그의 완강한 신체는 공들여 쌓은 성벽처럼 정교하고 견고했다. 니니는 힘의 소용돌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그대로 빠져들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가 나가고 난 후 니니는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두 번째 청년을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말쑥한 차림새의 꽃미남 청년이 들어왔다. 약간 까칠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가시처럼 날카롭고 오만한 인상은 아니었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뚜벅뚜벅 걸어온 그는 니니의 손에 입맞춤을 하곤, 수정빛 아름다움을 가졌노라고 칭찬했다.
니니의 맨발을 본 그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리곤 맨발은 가죽에 달라붙으니 잘 말려야 한다며 니니의 발을 구두 위에 올려놓고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실내 습도가 꽤 높다고 말하며.
“외국에는 이런 풍습이 없겠지요?”
니니는 그가 외국여행이 취미라고 적었던 것을 기억해 내고는 그렇게 물었다. 질문을 기다린 것처럼 그는 경쾌하게 말했다.
“구두행례 같은 것은 없지만 나라마다 그들의 환경과 역사에 다른 독특한 풍습들이 있지요. 당신은 구두행례가 불편한가요?”
“조금 그렇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우리 같은 젊은이들은 불편하죠. 이제 이런 건 별 의미가 없어요.”
“기회가 되면 바꾸고 싶은가요?”
“그러고 싶어요. 언제까지나 옛것을 옹호할 수는 없잖아요. 요즘 환경에 맞게 새로운 풍습을 만들어 내는 게 낫지요. 데이트 경진대회 같은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기발하고 특별한 데이트를 공모하여 구두 행례를 대신하는 거예요.”
기발한 데이트? 니니의 귀가 솔깃해졌다. 니니가 관심을 보이자 그가 잘생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세상의 변화와 속도에 맞춰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내는 것도 의미 있지 않겠어요?”
그의 의견에 니니는 맞장구를 쳐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구세대의 생활방식을 고집하는 건 변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변화가 없다면 발전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피력하는 남자의 확신에 찬 눈을 보며 니니는 다 말랐다는 표시로 발을 비볐다.
그가 니니의 발을 잡고 구두를 신겼는데, 니니는 그보다 앞서 발가락을 구부리며 힘껏 밀어 넣었다. 발가락이 짓눌리고 발꿈치가 끼고 쓰라렸지만 그를 위해서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니니가 구두코를 가지런히 모으자 그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는 숙제를 끝낸 표정으로 출입문을 향해 걸었다. 니니는 비명을 참으며 절둑절둑 걸어가 그를 문밖까지 배웅했다.
세 번째는 퍼포맨스 맨이었다. 바퀴 달린 신발을 신고 온 그는 니니 주변을 빙글빙글 돌다 펄쩍 뛰어 물구나무를 서더니 그대로 콰당 넘어져버렸다. 대자로 벋은 채 그는 구두행례의 풍습을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설명했는데, 훌륭하신 그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아가씨의 발을 만져보고 싶어서 만들어 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신도 내 발을 만져보고 싶어 여기에 왔다 이거예요?”
부러 도전적인 말투로 니니가 물었다.
“당연하지요. 발을 만진다는 의미는 친구라는 뜻이거든요.”
“아직은요. 우린 지금 서로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잖아요. 친구할까, 말까, 하고.”
“그렇지 않아요. 이미 친구가 되었어요. 난 당신의 원숭이라고요.”
그가 한 손으로 턱을 잡고 한 손으로 얼굴을 득득 긁었다. 니니가 어이가 없어하자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세상은 지루한 공이에요. 똑같은 방향으로 끝도 없이 빙빙 돌고 있는 원구를 즐겁게 하려면 끊임없이 재미를 짜내야 해요. 당신의 재미튜브는 꽉 잠겨 있어요. 내가 뚜껑을 열고 꾹꾹 눌러 짜내줄게요. 나만 믿어요. 자, 그대가 구두만 신으면 우린 도장 찍은 친구에요? 그렇죠?”
니니가 눈을 흘기거나 말거나 그는 싱글싱글 웃으며 니니의 발을 잡아 구두 속으로 밀어 넣었다. 당연히 발은 안 들어갔다. 그는 눈을 빠르게 굴리더니 니니의 드레스 자락으로 발을 감싸는 실례를 범했다. 니니는 화를 내야 할지, 모른 척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니니의 속마음도 모른 채 그는 어찌어찌해서 발을 구두 속으로 우겨넣었다.
빙고! 그가 외쳤고, 니니는 드레스자락이 찢어질까봐 걱정이었다. 그런 불상사는 막고 싶었다. 니니가 드레스 자락을 조심조심 빼내는 동안 그는 장황히 자신의 이력을 떠벌리고, 또 다른 발을 드레스 자락에 감싸 구두 속으로 밀어 넣는 걸 니니가 말렸다. 드레스자락이 찢어지면 두 사람의 관계도 여지없이 박살난다는 것을 상기 시키면서. 그는 잔머리의 황제답게 쉬지 않고 입을 놀렸다. 이 남자를 누가 말릴 수 있을까? 니니라면 가능할까? 니니가 눈을 찡그린 채 그를 올려다보고 있을 때, 그는 어울리지 않게 깍듯이 예를 갖춰 목례를 하더니 장난스런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퇴장했다.
네 번째 청년은 서당샌님이었다. 오로지 책만 파다 온 듯한 그는 구두 행례가 처음인지 연신 쭈뼛거리고 수줍어했다. 소문에는 그 대신 친구들이 주구장창 팜팜새 노래를 부르며 구두행례를 신청했다더니, 말 그대로 숙맥이었다.
그가 더듬거리며 안부를 물었다. 니니는 그의 안부 뿐 아니라 그의 부모와 그의 친척들과 친구들과 그가 나온 학교의 총장 안부까지 물었다. 그가 얼굴을 붉히며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나는 물론이고 모두 안녕하십니다.” 그래도 니니는 짓궂게 자꾸 자꾸 이것 저것 물었고 그는 어물어물 넘어갔다. 그가 어색하게 어깨를 움찔거리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니니가 드레스자락을 휙 들어 올렸다. 니니의 정강이가 눈부시게 드러났다. 그는 놀라서 허둥거리며 구두를 집어 들었지만 니니의 발을 선뜻 잡지 못했다.
“데이트 안 할 거예요?”
니니의 말에 그의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예? 해 해야지…요.”
“그럼 구두 좀 신겨줘요.”
니니가 발을 앞으로 밀자 청년은 니니의 발을 병아리 잡듯 가만히 잡고는 구두 안으로 옮겨 놓았다.
“이건 걸친 거지 신은 게 아니잖아요.”
니니가 타박하듯이 말했다. 그러자 청년은 니니의 발목을 잡고는 안간힘을 썼다. 발뒤꿈치도 밀어대며, 발에 힘 좀 줘 보라는데, 그런다고 들어가나요?
“그냥, 다 신겨준 걸로 해요.”
그가 말했고, 뭐라고요? 니니가 샐쪽 눈을 흘기자 그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그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해맑은 눈웃음을 흘리며 문 밖으로 달아나버렸다.
다섯 번째 젊은이는 툭 튀는 게 없는 것이 특징이었다.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프로필에 생김새도 중간이었는데, 마음은 열어 보일 수 없기 때문에 경이로운 것이라는 그의 말에 니니는 잠깐 사로잡혔다. 니니가 수줍게 웃자 그도 조금 웃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그는 니니의 발이 뻘겋게 부푼 것을 보았다. 그가 윗옷 주머니에 꽂은 행커치프를 꺼내며 물었다.
“발이 많이 아픈 것 같아요. 이것을 사용해도 괜찮겠습니까?”
얇은 실크 손수건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픔이 가시는 것 같았다. 그는 또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어 사철나무 잎을 몇 개 따왔다.
“신발이 조금 작아서 꽉 싸매야 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얇은 천에 감싸인 니니의 발은 사슴의 발처럼 작고 귀여웠다. 그는 미소 지으며 니니의 발을 바라보았다. 그가 니니의 발을 구두 안으로 밀어넣고는 나뭇잎 두 장을 발뒤꿈치에 댔다. 시원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통증을 가시게 했다. 그는 가만히 손수건을 잡아 빼 다른 쪽 발도 감싸 안전하게 신겨주었다.
니니가 고마워하자 그는 가장 늦게 구두 행례를 하는 바람에 친절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며 멋쩍어 했다. 잠깐 적막이 흘렀다. 적막이 부담스러워 니니는 무슨 말인가를 하려 했지만 그가 먼저 이렇게 말했다.
“만약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입니다. 하루 종일 구두 행례를 하셨는데 그만 쉬셔야지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가 목례를 하자 니니도 따라서 벌떡 일어섰다. 그가 문 밖으로 나갈 때까지 니니는 멍한 눈으로 그의 뒷모습만 지켜보았다.
구두행례가 끝난 후, 니니는 고민에 빠졌다. 구애자들은 각각 매력이 있고 각각의 단점이 있었다. 그 사람의 어떤 점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또 어떤 점은 좋아보였다. 이 사람은 이런 점 때문에 놓치기 싫고, 저 사람은 그런 점 때문에 제쳐놓고 싶지 않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도대체 누가 제 짝일까요? 도대체? 도대체!”
니니는 부러 비명을 지르며 방안을 왔다갔다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유모는 혼자서 잘 생각해보라며 방을 나갔다. 조언자가 없으니까 더 헷갈렸다. 푸우, 푸우, 헛숨을 날리며 머리를 싸매던 니니는 유모가 보던 책을 끌어당겼다. 조상들의 어록으로 제본된 지 백년도 넘은 것이었다. 니니는 눈이 닿는 대로 소리 내어 읽었다.
* 내가 별빛에 감동하는 이유는 먼 길을 달려와 땀도 닦기 전에 맑게 웃기 때문이다.
* 책은 사색하는 집이다. 그대는 그 집에 자주 가는가? 그곳에서 무엇을 생각 하는가?
* 왕관을 쓴 강인하고 아름다운 이여, 그래도 그대는 나를 대신할 수 없다.
* 시간은 내부의 힘이 강하다. 때문에 육체는 말라가도 정신은 팽팽해진다. 사람이 늙 으면 더 깐깐해지는 건 이 때문이다.
* 그대의 눈이 즐거웠다고 해서 영혼까지 흡족하다고 오해하지 않기를.
*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내 삶을 살지니 방해하지 마라.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날마다 바 깥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 사랑하는 이는 나와 우주 사이의 가교이다. 그, 또는 그녀가 없다면 어떻게 그 넓은 곳 을 유영할 것인가?
* 사랑은 두 개의 눈을 가졌다. 한 개는 불타는 감정의 눈이고, 또 한개는 심연을 꿰뚫어 보는 이성의 차가운 눈이다.
니니는 읽는 것을 멈추었다. 우주의 유영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에게 이성의 차가운 눈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누군가 마음에 들면 오직 그 대상을 향해서만 달렸다. 상대를 향한 열망의 눈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성의 차가운 눈이 생길 수 있다는 거야. 니니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책을 덮었다.
어쩌면 구두 행례만 하다 늙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도 몇 번이나 데이트를 상대를 만났고, 천상의 짝이라고 의심치 않았으나 별 일도 아닌 것으로 헤어지고, 알고 보니 별 볼이 없어 헤어지고, 막상 흥분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사랑이 아니었다.
유모는 ‘나’라는 사람이 어떤지 알아야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긴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눈앞의 매력에 휩쓸렸다 뒤늦게 후회한다는 것이었다.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겨 있던 니니는 벌떡 일어나 거울 앞에 섰다. 흑단처럼 검고 풍성한 머리칼에 피부가 희고 약간 마른 아가씨가 마주보고 있었다. 생기 있는 표정과 살짝 들린 입가 때문인지 쾌활해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보이는 것과는 달리 태생적인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드러나지 않게 소심하고 두려움도 많았다. 그렇게 감정이 예민한데도 눈치는 무뎠다. 농담과 진담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낭패를 보는 일이 종종 있었다. 궁금하면 절대 못 참고 날밤을 새워 궁리하고 읽고 뜯어보는 통에 무절제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런 니니를 진정으로 이해해 줄 사람은 누구일까? 그녀의 개성을 그녀의 기호로 읽어 줄 수 있는 사람, 그녀의 호기심을 증기 기관차처럼 팔팔 끓어오르게 할 수 있는 사람, 폭풍우가 치는 밤에 그녀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걱정해주는 사람은?
니니 또한 어떤 남자에게 마음을 주어야 할까? 그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저절로 사랑하는 마음이 일어나게 하는 이는 누구일까? 용기와 배려를 갖춘 한 남성이기 전에 삶의 초조와 염려를 안고 사는 한 사람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이는 누구일까? 그의 등 뒤로 감춘 고민을 거리낌 없이 받아 주고 껴안으며 힘을 북돋워 주고 싶은 사람은 과연 누구인지.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서로의 에너지를 끌어올려줄 사람은 누구인지……. 니니는 오래도록 생각에 잠겼다. 별님이 졸린 눈을 비비며 창문에서 멀어질 때까지 침실 불은 꺼지지 않았다.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진정한 사랑은 내 심장에 붙여놓은 것처럼 숨 쉴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야.”
또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부드러운 양털이불에 볼을 문지르는 것처럼 따스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나의 진정한 사랑이야.”
또 다른 친구는 이렇게 외쳤다.
“1000볼트의 전기가 나를 휩싸는 것처럼 순식간에 나를 살라버리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의 진정한 사랑이다.”
니니는 그런 멋진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오랜 생각 끝에 그녀의 마음이 한 사람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그녀는 팜팜새 노래를 담아 한 사람에게 보내기로 했다. 그 사람이 구두행례를 신청해주어서 기뻤다. 니니는 그의 손길이 닿았던 발을 만지며 어서 아침이 왔으면 하고 기다렸다.
잡지를 덮은 그녀가 후, 하고 한숨인지 날숨인지를 내쉬었다. 낭만이 깃든 데이트를 언제 경험했는지 기억이 까마득했다. 요즘의 소개팅은 순전히 탐색전이었다. 때문에 소개팅 날짜와 시간이 정해지면 기대보다는 불안이 먼저 밀려들었다. 커피숍에 나가 마주 앉아 있는 동안 나와 상대 중 누가 더 기우는지 저울질부터 했다. 결코 젊은 청춘의 발랄 난만한 꽃망울이 톡톡 터지는 화창한 테이블은 아니었다. 뭔가를 알아내려는 상대의 말에 찔리고 맞받아 창끝을 들이미는 게임이었다. 소개팅이란 부담 없는 뉘앙스처럼 가볍게 젊음을 만끽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부루가 그녀의 상념을 깼다. “팜팜새 노래가 필요한가요?”
부루의 목소리에 그녀는 얼른 표정을 바꾸었다.
“지금 당장 필요하다면 내가 불러줄게요. 파암…… 팜팜 파암팜팜……”
“오, 지금 나한테 구애하고 있는 거예요?”
“아, 아, 아니죠. 그냥 노래 부르는 거라고요.”
그러자 그녀는 짓궂게 다시 물었다.
“왜요?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어요? 구애도 하지 못 할 만큼요?”
“무슨 말을? 당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잘 알면서. 단지 난 팜팜새 노래를 잘 부르거든요.”
그녀는 풋, 웃고는 아무 책이나 집어 들고 팜팜새 노래를 흥얼거렸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하면서 자신을 잃어버린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잊고 있던 자신을 찾는 게 사랑의 의미가 아닐까? 그런데, 왜? 그녀는 그 질문의 답을 오랫동안 찾았다. 그리고 몇 번의 연애를 통해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연애를 하게 되면, 그러니까 연애에 빠지게 되면 감정통제가 잘 안 되었다. 연락이 뜸하면 소홀한 것 같아 섭섭해 하다 종내는 차일까봐 전전긍긍했다. 시도 때도 없이 문자하고 전화하면 집착남처럼 여겨지고, 혹시 스토커적 문제남은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나와 연애하는 남자가 다른 이에게 조금만 잘해주면 질투 폭발하고, 연애인의 미모를 칭찬만 해도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짝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면 다른 일까지 엉망이 되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는 게 연애였다. 그래서 연애라는 걸 걷어차 버리기도 하지만, 짝이 있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증을 이기지 못하고 또 소개팅 자리를 기웃거렸다.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서로의 어깨를 돋아 올려주는 사랑은 어떤 것일까, 어떤 사람을 만나야 그런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그녀 또한 니니처럼 수없이 고민했다. 그러나 그 고민은 시간을 두고 조금씩 조금씩 깊어져야 할 문제였다. 지금은 부루의 콧노래를 들으며 쉬어야 할 때였다.
“책이나 더 읽을래요.”
그녀가 말했다.
“그래요. 난 팜팜새 노래나 부를래요.”
부루는 콧노래를 부르고 그녀는 다리를 죽 벋고 얼음으로 뒤덮인 하얀 표지의 소설을 집어 들었다. 깡통집 천창으로 금빛 햇살이 우수수 쏟아져 들어왔다. 휴일다운 휴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