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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낱 Apr 01. 2022

그녀에게서 듣는 ‘그곳’의 안부

 아이러니하게도 지방 소도시로 이사 와서  팔리는 책을  권이나 내고 지금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계시는 작가님과 알고 지내게 되었다. 책을 내는 족족 ‘세종 도서 선정되어 전국 방방곡곡 구석구석의 도서관에 책이 비치된다든지 ‘우수 출판 콘텐츠 ‘사서 추천도서 채택되고, 우리나라의 콧대 높은 거대 출판사들이 군산까지 내려와 계약서를 쓰고 가는 핫한 작가님이다. 나는 한때 과분하게도  작가의 에세이 쓰기 수업 참석했다. 그때 썼던   일부분이다.          


 곧 문 닫을까 봐 조마조마한 카페가 있다. J동 A 아파트 앞 골목에 있는 작은 카페 ‘한낱’. 기껏해야 대단한 것이 없이 다만.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뜻이다. 문장 속에서나 가끔 보던 어휘를 따로 떼어 내니 너무나 멋스러운 낱말이 된다. 어쩜 이렇게 예쁜 이름을 지었을까.      


 조심스레 안을 살펴보면 정말 한낱 하다. 투박한 테이블 몇 개. 조금 불편한 의자 몇 개. 한쪽 벽면에는 나지막하게 책이 꽂혀 있다. 요즘 유행하는 새하얀 카페의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왠지 ‘사장님이 출판사 관련 일을 했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작명 센스 하며, 꽂혀 있는 책들 하며, 그러니까 약간 지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장님까지.      


 여기에도 로스팅 작업실이 따로 있다. 놀랍다. 정말 군산은 ‘카페 한다고 하면 로스팅 기계 정도는 하나씩 돌리지 않나요?’ 하는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산미가 있는 커피다. 작은 골목 안에 있는 위치의 문제인 것일까. 사장님이 자주 문을 닫아서인 것일까. 시큼한 커피가 손님들을 모으지 못하는 것일까. 손님이 너무 없다. 아직은 주인장이 고집을 부린다. 일부러 찾아갔는데 임대라고 붙어있으면 너무 허망할 것 같은 집. 오래오래 갔으면 하는 카페 ‘한낱’이다.                



 군산으로 이사를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군산에 대한 느낌들을 시리즈로 쓰던 시절에 썼던 글이다. ‘내 고장에 대해 뭘 안다고 이런 글을 써?’ 하는 소리가 나올까 봐 걱정도 하면서 글을 발표했지만 함께하던 글동무들은 ‘외지인의 시선으로 본 군산’에 대한 이야기가 신선하다며 좋아해 주었다. 그중에 커피를 좋아하는 내가 픽한 몇 곳의 커피와 카페 이야기를 이 글에 담았다. 그전까지는 ‘스벅(스타벅스)의 노예’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군산의 카페 문화가 신기하기도 하고 이제껏 내가 마신 커피들에 대한 의문도 생겼던 시기였다. 이 글을 쓰고 나서 아쉽게도 주인이 바뀐 집도 있고 없어진 곳도 있다. 위의 ‘한낱’이라는 후미진 골목의 카페도 그 후로 갈 때마다 휴점이었다.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Close’를 내건 채 내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결국 여기도 문을 닫는구나. 아깝네.’ 그러고는 잊고 지냈다.      

 

 며칠 전 작가님의 SNS에 내가 쓴 글에서 본 '카페 한낱'에 드디어 와 본다며 예쁜 카페라떼와 치즈케이크의 사진과 짧은 글이 올라왔다. 정작 나는 '그곳'의 존재를 잊고 있었는데 내 글을 읽은 작가님은 내내 염두에 두고 있었나 보다. 나는 이 카페의 간판을 보고 나의 필명으로 삼았다. 그만큼 이 단어가 주는 울림도, 의미도 좋았고 무엇보다 내가 이 작은 도시에서 추구하는 삶이 담겨있다는 느낌을 받아 마음에 쏙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커피는 괜찮았나 보다. 세상의 모든 것이 개인의 취향에 아주 크게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섣불리 맛집, 여행지나 물건들을 추천하기는 힘들다. 더구나 오래전 내가 글에서 언급했던 카페들이 없어졌거나 그럴 기미가 보일 때는 난감하기도 했다. 정보를 정정하거나 보충 글이라도 써야 하나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내가 쓴 ‘기껏해야 대단한 것이 없이 다만’ 먼지 같은 작은 글로도 누군가의 발걸음을 옮기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해졌다. 실제로 내가 언급한 접시나 냄비를 검색해서 구입했다며 나에게 이야기할 때는 정말 쥐구멍을 찾았다. 그럴 때 글에 대한 책임감도 무거워진다. 귀찮아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기억에만 의존해서 쓴 글이 있지 않은가, 내 생각과 주장을 드러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상처받는 이는 없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겸손한 ‘한낱’의 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조만간 그곳에 찾아가 봐야겠다. 내 글쓰기의 시작점인 ‘한낱’에. 나도 예쁜 하트가 그려져 있는 맛있는 카페라떼 사진을 찍어야겠다. 그리고는 내 글을 읽은 누군가에게 이곳의 안부를 전해야겠다.



* 사진은 핫한 배지영 작가님의 인스타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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