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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cere Baek Oct 01. 2022

우린 서로 스며들어

우리 반 여학생 중에 가장 조용하고 차분하던 K가 1학기 마지막 날 전학을 가게 됐다.

여름방학식 날, K 편으로 어머니께서 정성스러운 손 편지를 보내셨다. 5년 교직생활에서 학부모님께 받아본 것 중 가장 정성스러운 편지였다.

스티커로 동봉된 예쁜 편지봉투를 살포시 열자 정갈한 글씨로  글이 적혀있었다.    번이나 눈길이 가던 문장이 있다.


… 선생님과 함께 한 후로 아이가 많이 밝아졌어요. 원래 계획대로 작년에 갔더라면 선생님을 못 만났겠지요. 아이들 편에서 이해해주신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문득, 도덕 시간 긍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아이들이 해준 말이 생각난다.

"긍정은 선생님이에요!"

"선생님은 그냥 엄청 밝아요."


사실 올해는 본의 아니게 업무적으로 힘든 일이 많아 어두운 표정을 많이 지은 해여서 미안하기도 했는데. 그 표정을 가려준 마스크에게 조금은 고맙기도 했고.

어머니의 편지와 아이들의 말을 통해 다행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상대방에게 무얼 주었는지 알게 됐다.


좋은 것을 가까이하고 어우러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대상을 따라 하게 되고 변하게 된다고 한다. 언젠가 강연에서 들었는데, 인간의 뇌에는 ‘거울 뉴런’이 있다고 한다.

거울 뉴런은 상대방을 보면서 비슷해지거나 공감하거나 배우려고 거울처럼 반응하는 현상을 말한다.


매년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신기하리만큼 나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흡수한다. 그래서 아이들 앞에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신중하게 하게 된다.

그리고 나도 가지각색인 아이들의 모습에서 많이 배운다.


그렇게 1년을 함께 보내다 보면, 어느샌가 말투도 표정도 닮아있던 우리들.


내겐 아이들이 마치 내 전용 거울 같다.

아이들의 모습은 내가 어떤 말들을 했고, 어떻게 표정 짓고, 행동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렇게 우린

매일

서로 스며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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