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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솔 Oct 25. 2024

유튜브 시대에도 살아남는 라디오

_ 사람들은 앞으로도 아날로그 감성을 찾겠지

유튜브의 시대, OTT의 시대다.

카페를 가도, 지하철을 타도, 식당을 가도, 버스를 타도.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보거나, OTT를 보고 있다. 책을 읽거나, 가만히 앉아서 넋 놓고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모두들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집은 지금도 여전히 라디오를 듣는다. 집의 거실에도 라디오가 틀어져있고, 운전하는 동안에도 라디오를 듣는다. 예전에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청취자 사연이 나오면, 음악이 나오는 채널로 채널을 바꾼 적도 있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라디오를 듣는 목적은 '음악' 특히 '안 들어본 음악' 듣기였다. 지금은 사연이 나와도 채널을 바꾸지 않는다. 오히려 라디오를 듣는 목적은 사연을 듣기 위한 것이 되어버렸다. 순수하게 음악을 듣고 싶으면, 라디오가 아니라, 스트리밍서비스를 이용하면 되니까.


TV가 처음 나온 시절, 많은 이들이 라디오가 없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라디오는 TV시대에도 당당히 살아남았다. 지금은 유튜브와 OTT의 시대이다. 그리고, 점점 TV가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 라디오는 여전히 살아남아있다. 여전히 누군가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며, 누군가는 그 사연을 듣고 있다.


라디오의 사연은 '극단적인 아날로그' 미디어다. 내가 듣기 싫은 부분을 건너뛸 수도 없으며, 2배속으로 들을 수도 없다. 디지털시대, AI시대, 숏폼의 시대에 사람들은 여전히 라디오를 듣는다. 모두들 AI가 가져올 삶의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에서 편안함을 찾는다.


내가 좋아하는 책 중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책시리즈가 있다. 내용을 보면, 정말 일관적인 주제도, 세상을 설득하려고 하는 주장도 없이, 그냥 일상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일상을, 혹은 순간 떠오르는 잡념을 풀어놓은 책인데, 다시 읽어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래서, 나도 한번 라디오 사연스러운 잡념들을, 일상들을 적어보기로 했다. 일관된 주제도, 주장도, 논리도 없으나, 그냥 난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아마 나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의 하루하루가 그렇지 않을까? 소위 말하는 '대의'를 따르는 하루하루는 아니지만, 하루하루 소중하고, 하루하루 정신없는 일상을. 그래서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인 '라디오 사연'을 다들 즐겁게 열심히 듣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글들도 읽는 분들이 주제를 찾거나, 주장을 찾거나, 논리를 찾지 말고, 그냥 라디오 사연처럼 흘려 읽으면 좋겠다. 그저 '나도 이런 적이 있어'라고 안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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