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커지는 만큼 창문의 가려짐은 줄어든다
두 개의 부엌으로 난 창문은 클래식한 갈색으로 단단한 고형 손잡이가 무엇보다 믿음직해 보였다. 손잡이를 돌리면 밖으로 젖혀지며 열리는 창문은 나에게 처음이었으며 뭐라 할 수 없는 아날로그 같은 낭만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 창 너머에 이웃집과 마주한 커다란 두 그루의 시더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켜 주고 있었다. 두 나무 사이에 이웃집 부엌 창문이 보일 때쯤 얼른 나무의 가지들이 자라 완벽하게 그 틈이 메워지기를 기다렸다.
맨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부엌의 창문은 커튼으로 완벽하게 가려져 있었다. 흰색의 자수가 놓아진 가볍고 밑 자락이 물결무늬처럼 잘라져 나풀거리는 커튼이었는데 어디서 이런 여성 취향의 커튼을 골랐을까 웃음이 나왔다. 나풀거리는 스타일을 안 좋아하고 무엇보다 창 전체를 가리는 커튼이 마음이 안 들어서 이제나 저제나 바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기저기를 찾아 해 매었는데 마음에 꼭 드는 커튼을 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시간의 전반적인 인테리어 스타일은 ‘팜 하우스’(farm house)로 우리 집은 평균적인 스타일이다. 시골집 갔을 때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였음에도 호시탐탐 어떻게 하면 ‘모던’ 스타일을 구사할지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항상 다시 그 자리, 우리 집 스타일로 돌아와야 했다. 모던을 찾아 헤매다 창문 위에 밸런스만 걸어 놓았다. 그러자 2/3 가량의 창문 아래가 훤히 드러나 보였다. 처음엔 다 보여주는 것 같아 어찌나 이상하던지 적응하는데 한 참이 걸렸다.
해마다 가지가 뻗어 두 집 사이를 완벽히 가려주던 시더 나무를 전문가의 도움으로 쳐내야 했다. 시더 나무에 병충해가 들어 동네에 있는 시더 나무가 전부 병들었기 때문이다. 집 위로 두 척이 넘게 커버려 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병든 나무가 이웃집을 덮칠까 봐서 한 일이었다. 올봄부터 시작한 주방 고치기 프로젝트에서 창문의 위 부분을 가리던 밸런스마저 걷어내었다. 일주일에 만에 자란 덩굴손이 창문 밖을 덮어 자연 커튼을 형성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드러낸 잘 생긴 모습의 창! 여기에 뭔가를 더 한다는 것은 마치 사족처럼 불필요한 것을 더하는 느낌이 들었다. 근육질의 남성이 단순한 러닝 티셔츠만 입어도 건강함과 매력이 묻어 나오듯이, 치장한다는 것이 그 잘생김을 가리는 것 같은 느낌 말이다.
주방 전체의 색을 고를 때도 이 창문에 맞춰 골랐으니 시작부터 이 창을 엄청 존중해 준 셈이다. 아날로그적 부엌 창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창살이 들어간 방음과 방풍의 현대적 공법의 창이다. 미시간의 추운 겨울을 나기에 절실했으므로 오래전에 교체하였다. 바늘 만한 구멍에서 황소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덩굴손의 잎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어도 창을 가릴 계획이 없다. 저녁에 조명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프라이버시는 충분히 지켜지기 때문이다.
창문 인테리어
인테리어 중에서 가장 어렵고 시간을 많이 보냈던 부분이 어떻게 창문을 할까 였다.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 버리기” ‘리빙 룸’ 편에 설명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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