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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영 May 05. 2021

Singing in the rain

김휘현 <가로등>

"내가 울면 가로등이 울고
내가 웃으면 가로등이 웃는다" 하시던


- 김휘현, <가로등>, <<구름 위의 돌베개>>, 창조문예사, 2010.




    가로등 아래 버려진 쓰레기 더미가 가로등 불빛에 빛나는, 비 내리는 밤이다. 우산을 단단히 받쳐 들어야지.


    J, 창문 너머 너는 무엇을 하고 있니. 어떻게 지내는지 묻기에는 내가 비참해질 것 같아서, 너의 안부보다 너의 형상을 보고 싶은 밤이다.


    불빛 아래 쓰레기, 일상의 배설물이 밴 가로등, 가로등의 악취가 밤비에 지워진다. 그리고 불빛 바깥에 선 나는, 우산 아래 숨어서도 밤비에 녹아내린다.


    - J, 창문에 어리는 너의 실루엣, 너와 헤어져서 세상은 비극이야. 일상 같은 골목 풍경이 유난히도 눈에 어리는구나.

    - K, 우산에 가려진 너의 얼굴, 네가 없어서 세상이 조금은 더 밝아졌어.


J 난 너를 못 잊어

J 난 너를 사랑해


J 우리가 걸었던

J 추억의 그 길을

난 이 밤도 쓸쓸히

쓸쓸히 걷고 있네


    쓸쓸히, 걷고 있네... 쓸쓸히, 걷고 있네...... 상념에 잠기면, 투명한 네가 나와 함께 걷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마주한 귀를 열고, 이어폰을 나눠 끼자. 우리 같이 들었던 첫 노래를 나는 기억해.


    흥얼거려, 쓸쓸한 웃음과, 놓아 버리는 우산. 조명으로 온기를 주고 싶다는 듯, 미소 짓는 가로등. (20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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