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어디까지 가능할까?
프랑스에서 지내면서 거의 매일 저녁 나를 위한 저녁을 차린다. 워낙 조용한 동네이고 저녁이 여유로운 일과를 보내다 보니 요리 말고는 딱히 할 게 없더라. 프랑스는 한국보다 저녁 식사 시간이 늦다. 웬만한 식당들은 저녁 7시에 저녁 장사를 시작하니 말이다. 이 7시도 저녁식사 기다렸다 바로 먹는 것이고 식당도 7시 예약보다는 7시 반 예약이 더 많다. 7시에 예약 후 가서는 '뭐야 사람 별로 없잖아. 예약 괜히 했나?' 하곤 했는데 7시 반이 지나니 사람들이 몰려와 자리를 빼곡히 채우더라. 여기서 계속 지내다 보니 나도 어느샌가 이들과 같이 7시 이후에나 저녁을 먹기 시작하면서 저녁 식사를 준비할 시간이 더욱 넉넉해졌다. 퇴근을 5시~6시 사이에 하곤 했기에 퇴근길에 장을 보고 와서는 30분~한 시간 내로 모든 저녁 준비를 마친다.
나는 옷은 대충 입으며 나 자신의 비주얼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지만 (친오빠는 진심으로 혹시 내게 색맹이냐고 물었다. 옷의 색 조합이 납득할 수 없어서 말이다.) 전부터 요리의 비주얼은 제법 신경 쓰는 사람이었다. 한국에서는 당근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요리에서 당근을 빼지 않았는데 그건 당근이 주는 비주얼적 요소 때문이었다. (내가 먹었던 한국 당근들은 별로 맛이 없었다. 당근만큼은 프랑스가 더 맛있는 것 같다. 이곳 당근이 더 달다.) 프랑스에서 비록 혼자 차려먹지만 음식을 대충 하지는 않는 편이다. 정말 귀찮은 날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먹음직스럽게 보이게 만들려 애쓴다. 그래서 그런지 내 친구와 가족들은 내가 보낸 음식 사진을 보면 "네가 한 거야?"라는 메시지를 자주 보낸다. 거기에는 보통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내가 프랑스에 있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그런 한식 요리까지 가능함에 놀라서이며 두 번째는 집에서 먹는 게 아니라 사 먹는 외식 같은 비주얼 때문이다. 보통 자신들이 집에서 잘하지 않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내가 집밥을 만들고 주변인에게 "네가 한 거야?"라고 들었던 집밥이지만 돈 주고 사 먹는 외식 같은 요리들에 대해 보여주고자 한다. 집밥 메뉴가 한정적이었던 분들에게는 다양한 메뉴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집밥은 사실상 세상의 모든 메뉴임을 보여주고 싶다. (물론 내가 모든 요리를 하는 건 아니지만-) 매일 같은 요리만 하는 게 지겨웠던 분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그리고 화려함과 맛을 모두 가져 손님 접대 용으로 적합한 요리들, 비주얼도 있지만 정말 맛있어서 장사를 한다면 팔고 싶다 생각했던 나의 집밥 요리들을 보여주려 한다. 맛있게 봐주시길 기대한다.
*사진은 얼마 전 만든 참치타다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