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지기 시작하면 방이 엉망진창이 된다. 돼지우리까지 가지는 않지만, 너저분해지고 물건들이 많아진다. 그런 방에서 생활을 하면 정서적 안정이 올리가 없다. 매년 새해가 되면 언제나 기분이 조금 다운되곤 했다. 새해 다짐을 항상 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바로 기운이 빠지곤 했다. 올해도 역시나 조금 우울감이 찾아왔다. 새해 시작부터 이미 지친 기분이었다. 월요일이 됐으나 몸이 무겁고 출근하고 싶지 않았다. 급하게 휴가사이트에 휴가신청을 낸다. (우리는 휴가에 관해서는 자유롭다. 언제 써도 상관없다.) 계속 누워있었다. 누워있다가 잠이 든다. 잠에서 깨어나면 냉장고를 뒤져 간단하게 먹을 것을 조금 먹는다. 그런 후, 다시 눕는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니 저녁이 되었다. 시간을 낭비하고 나면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더 이상 잠도 안 오고 그 상태에서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이 저 속에서 올라온다.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둘러본다. 엉망진창이다. 청소를 해야겠다.
창문을 열고, 먼저 쓰레기들을 치운다. 책상 위에 있는 필요 없는 종이들도 치운다. 재활용쓰레기를 분리수거한다. 마신 술병을 치운다. 조금씩 마신다고 했는데, 모아두니 제법 많은 술병이 있다. 이렇게 혼자 마시다가 알코올중독이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주의해야겠다. 모아진 빨래를 돌린다. 이불보도 교체해 준다. 한 시간가량 청소를 하고 나니 땀이 난다. 방이 넓어졌다. 물건이 많아서 어떻게 청소해도 정돈된 느낌은 나지 않지만 적어도 바닥에 굴러다니던 너저분한 것들은 모두 사라졌다. 적어도 사람 사는 방 같아졌다. 조금 기운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