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dplay - [Yellow]
어릴 적에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면 무조건 엄마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 삶에서 정서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는 나의 언니다. 어릴 적부터, 나는 언니 따라쟁이였다. 키나 덩치는 언제나 언니보다 커서, 처음 보면 다들 내가 언니인 줄 알았지만-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면 "네가 막내구나"하고 다들 알아채곤 했다. 덩치에 비해 나는 언제나 어린애 같았고, 작지만 언니는 언제나 나보다 어른스러웠다. 언니는 항상 나보다 모든 것을 잘했다. 어린 시절 언니가 그림을 잘 그려서, 언니 옆에서 따라 그리지만- 언니보다 못 한 내 솜씨가 부끄러워 나는 매번 내 그림을 감추곤 했다. 고등학교도 뺑뺑이가 아니라 지원해서 갈 수 있는 곳을-언니가 갔기에 나도 따라갔다.
어린 시절부터 분리불안 장애가 있던 나는 언제나 언니와 방을 함께 썼고, 언니는 항상 내 곁에 있었다. 내가 학교에 가기 싫다며 등교거부를 하던 어린 시절에도 언니는 매번 나를 기다렸다 함께 학교에 가곤 했다. 내가 우울함에 대학교를 휴학하고 이불속에만 들어가 있을 때, 나를 끌고는 자기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중에도 영화표를 3장 예매해서 나를 앉혀두었다. 나를 세상 밖으로 다시 끌고 온 것도 언니였다.
그러니 음악도, 언니가 들으면 옆에서 함께 들었다. 그렇게 알게 된 가수가 여럿이지만 오늘은 그중에서 "콜드플레이(Coldplay)"에 대해 말하려 한다.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브릿팝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딱히 취향이랄 것도 없는 사람이었는데, 중고등학생 때, 언니의 영향으로 J-pop, J-rock, 브릿팝, 빌보드 핫 100 같은 것을 mp3로 다운로드하여 듣고 했었다. 그러다 콜드플레이를 알게 되었고, 나는 어쩐지 취향이랄 게 없는 사람이어서 나 스스로 무엇이 좋다 하는 게 어려웠다. 그러다 언니가 "좋다"라고 하면, 마치 좋아해도 충분한 것 같아 그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콜드플레이도 그랬다. 언니가 좋아했다. 그러니 나도 함께 들었다.
그렇게 1집부터 콜드플레이를 들었고, 계속해서 들었다. 어느 순간 이전 곡보다 좋다는 느낌이 덜하고, 내게도 취향이 생긴 것인지 조금씩 마음에서 멀어지는 듯했지만, 이미 콜드플레이를 위한 자리 한편은 고정석으로 놔둔 셈이었다. 그들의 지난 곡들을 매년 다시 찾아 듣곤 했으니까.
언니가 조금 힘들고 지쳐있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나 나를 도와주기만 하던 언니였는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도 내 존재를 잊지 말라고, 언제나 응원한다고, 언니는 소중하고 멋진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언니에게 꽃을 배송하기로 맘을 먹고는, 그 누구에게도 사준 적 없는 비싼 꽃다발을 주문한다. 최대한 예쁜 꼿으로 하려 꽃집들의 SNS를 잔뜩 뒤졌다. 그러다 가장 취향에 맞게 꽃꽂이하는 곳을 찾아서 연락을 한다. 메시지를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언니가 좋아한 콜드플레이의 "Yellow"의 한 소절을 적었다. 하늘을 보라고, 너를 위해 반짝이고 있다는 그 가사를 적었다. 언니가 하는 일들이 모두 이 가사처럼 반짝이며 빛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선물을 받고는 언니가 매우 고마워했다. 지금까지 받아본 꽃 중 가장 예뻤다고 했다. 그 후 언니의 집에 가면, 그때 꽃다발과 함께 전달한 메시지가 언니네 집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게 보였다. 메시지를 버리지 않고 간직해 주는 게 고마웠다. 그 이후에도 몇 차례 언니에게 꽃과 메시지를 보냈고, 언니는 매번 그 메시지들을 함께 보관했다. 잘 보이는 곳에 말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네가 준 꽃들은 다 좋았어."라고 말했다. 이렇게 여러 번의 꽃을 전달했지만, 어쩐지 가장 처음 전달한 노란 꽃이 꽂힌 꽃다발이 가장 기억 속에 남아있다.
콜드플레이가 한국에 두 차례 내한을 했고, 난 그 두 번 모두 갔다. 첫 내한 때도 이틀을 갔고, 해외에서도 한번 갔고, 최근 내한에도 이틀을 갔다. 신곡이 나오면 찾아들을 정도의 열성팬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저 그들의 옛 노래들이 내 추억과 함께 있다.
최근의 공연 속에서도 Yellow가 나오며 모든 관객들의 손목의 팔찌가 노란빛을 내며 세상이 노랗게 물들었다. 그 순간, 다시금 언니가 떠올랐다. 항상 내 곁에서 나를 위해준 언니의 존재를 떠올리며- 행복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콜드플레이의 공연이 더욱 따스하게 다가왔다.
나에게 언니는 Yellow. 빛나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