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na Perri- [A thousand years]
어린 시절 보았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중,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이 꽤나 강렬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언니가 좋아해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비디오를 돌려보기에 옆에서 함께 보다 보니 나도 어느샌가 빠져버렸던 영화였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에, 카메론 디아즈가 아주 매력적인 조연으로 등장했다. 극 중에서 줄리아 로버츠에게는 오랜 남사친이 있었고 그들은 서른 살까지 서로에게 짝이 없다면 결혼하자는 장난같은 약속을 했다. 그녀의 서른 살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고,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기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오랜만의 연락에서 그는 결혼 소식을 전하며 그녀를 초대한다. 그녀는 그의 결혼을 방해하고 그의 맘을 돌리기위해 그에게로 떠나며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극 중에서 줄리아 로버츠와 남사친이 함께 보트를 타고 관광을 하는데 어디선가 음악이 흐르고 그들은 서로 마주 보며 "우리 노래다!"라고 외치며 함께 춤을 춘다. 그러면서 남자는 현재의 약혼녀를 만나고,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약간의 불안감이었는지, 그녀와 자신에게는 우리의 노래가 없다고 한다.
그 영화의 그 장면이 인상 깊었다. 누군가와 "우리의 노래"라는 곡이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았다. 그 음악만으로 순간순간 많은 추억들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런 나의 꿈과는 다르게 나의 대부분의 연애에서는 남자친구와 음악적 취향이 너무 맞지 않았다.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들도 나는 너무도 싫은 곡이 대부분이었고, 노래 부르기를 정말 좋아하던 한 사람은 언제나 매 순간을 흥얼거렸는데- 그의 소리가 좋았을 뿐 그 노래들은 싫었다.
나는 베이스 기타를 연주해서 몇 차례 직장인 밴드를 했던 적이 있다. 그중 한 밴드를 하던 때에, 키보드를 치는 멤버와 타 멤버들 몰래 비밀연애 같은 것을 했었다. 그의 고백으로 시작된 관계였고, 편안함이 좋았던 관계였다. 어느 날 노래를 듣다가 좋은 노래가 있었다. 영화 [트와일라잇]의 OST 곡으로 꽤나 유명해진 노래인, Christina Perri가 부른 A thousand years였다. 가사를 보면, 극 중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영원한 사랑 고백 같은 그 가사가 어쩐지 맘을 울리곤 하더라. 영화를 딱히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그 노래가 나는 좋았다. 평소 가사를 신경 쓰지 않고 노래를 듣는데, 어느 날 가사가 갑자기 꽂히는 순간이 있다. 그런 후에는 해당 노래들은 멜로디와 가사가 모두 함께 나에게 다가오곤 한다. 그 노래가 그랬다. 그래서, 그 당시의 남자친구에게 그 노래를 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무슨 노래인지 몰라서 한 번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그런 후, 다음 합주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당시 대학원 연구실 생활로 바쁘던 때라 주말 외에는 만날 시간이 없었고, 격주마다 합주가 있었다.) 합주곡을 연습하고, 일부 사람들은 담배를 피운다며 휴식으로 밖으로 나갔다. 합주실에 그와 나만 남아있었고, 그 순간 그가 갑자기 그 곡을 연주했다. 나에게 말은 하지 않고 혼자 연습한 모양이었다. 그가 그렇게 치는 와중에 다른 멤버들이 들어왔고, 그에게 무슨 곡이냐 물었다. 그가 멋쩍게 웃으며 "아 그냥 연습 중이 곡이야."라 말했다. 그렇게 곡을 전부 연주하진 않았지만- 짧지만 그 연주가 좋았다.
그에게 무언가 다른 선물들도 받았던 것 같지만, 다른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가 만났던 기간이 2년 정도로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에 대해 많은 것이 이제는 희미해졌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난 언제나 그날의 건반 앞에서 조용히 건반을 하나하나 누르며 노래를 들려주던 그와의 순간이 떠오른다. 많지 않은 내 연애 경험 속에서는 나는 그 짧았던 깜짝 선물이 가장 좋았다.
그와의 인연은 끝났지만, 내게 이 노래는 그 당시 우리의 노래가 되었다. 그에게도 이 노래가 우리의 노래로 기억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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