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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formoflove Oct 19. 2024

와르르

Colde(콜드)

어느 날 문득,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생각해 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스스로가 우스워 보였다. 나이도 적지 않은데, 이렇게 누군가의 작은 행동 하나에 울고 웃는 나를 보면 가끔 답답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내가 애정에 굶주린 사람은 아니다. 다만, 그녀를 만나고 나서부터 감정의 파도에 휩쓸린 느낌이다. 분명히 말하자면, 나는 사랑이 낯설지 않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만난 사람도 있었고, 나름의 감정을 나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벅참과 불안감이 함께 내 마음을 휘감고 있다.


그녀와 처음 만난 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녀의 무심한 말투와 차분한 눈빛이 이상하게도 나를 사로잡았다. 이후로 나는 그녀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정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내 마음이 깊어질수록 그녀는 나를 더욱 어려운 길로 인도하는 것만 같았다. 가끔 그녀는 내 손을 잡아줄 듯 다가오다가도, 다시 손을 놓아버렸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무심하게 내팽개쳐진 기분이 들면서도 이상하게도 다시 돌아가 그녀의 곁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다. 우리가 산책을 하던 어느 날이었다. 길가에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천천히 걷던 그때, 그녀는 나를 가만히 쳐다봤다. 마치 무언가 중요한 말을 하려는 듯한 표정이었는데, 잠시 후 그녀는 그저 웃었다. ”넌 왜 이렇게 나한테 친절해? “ 그 한마디가 나를 멈춰 세웠다. 그 순간 나는 답을 하지 못했다. 내가 왜 그토록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는지, 왜 그 순간에도 나는 그녀의 곁에 서 있고 싶은지,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말로 풀 수 없는 감정들. 내가 가진 모든 진심을 그저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나에게는 더 자연스러웠다.


때때로 그녀는 내게 상처를 주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그녀의 차가운 말이나 무심한 태도는 내 가슴을 찔렀다. 예를 들어, 내가 그녀에게 작은 선물을 건넨 날이었다. 나는 그 선물이 그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녹일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별다른 반응 없이 선물을 내려놓고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물론, 그것이 큰 사건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깊은 실망으로 남았다. 그때 나는 느꼈다. 그녀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서툰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잘 모르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그녀는 내게 예기치 못한 따뜻함을 주었다. 불안하고 초조할 때 그녀는 한 마디로 나를 안심시키곤 했다. 언젠가는 내가 지친 하루를 마치고 그녀를 만났을 때, 힘들다는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갑자기 내 손을 꼭 잡았다. ”고생했어. “ 그 짧은 한마디에 나는 마치 모든 피로가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순간들이 오히려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녀는 나를 밀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런 그녀의 태도는 때때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나는 포기할 수가 없다. 그녀의 무관심 속에서 사랑의 작은 조각들을 찾아내려는 나는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사람 같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때로는 답답할 만큼 강렬하게 다가올 때도 있지만, 나는 이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믿고 있다. 어쩌면 내가 겪고 있는 이 혼란은 사랑의 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언젠가 나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그녀가 내게 던지는 모순된 행동과 말들이 날 흔들고, 때로는 내 감정을 무너뜨릴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행복을 찾는다. 어쩌면 나는 그녀가 내게 가르쳐주지 않아도 혼자서 그녀의 마음을 조금씩 풀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도 그녀에게 다가간다.


이 사랑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작은 미소 하나에 내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걸 보면,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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