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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실 Sep 20. 2024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

김이듬 시인의 산문집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를 소개한다.

이 책은 3년 전 저자로부터 직접 받은 사인이 있는 특별한 책이다. 저자 김이듬 시인은 나를 모를 것이다. 나도 그녀를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친한 지인에게 소개받고 한때는 그녀의 블로그에 발자국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책을 통해서만 그녀의 향기를 느낄 뿐이다.

책 표지가 맘에 든다. 다음은 글이 짧아서 좋다.

책에는 시인이며, 교수인 작가가 일산 호수공원 근처에 책방을 차리면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가 많다. 짧지만 호수에 생기는 파문처럼 가슴속에 전율을 남긴다.    


  


12쪽

나는 지금 출발을 앞둔 기차 객실에 앉아 있다. 9월의 마지막 밤이다. 창밖에는 도로가 있고 몇 대의 차가 라이트를 켜고 지나간다. 그 너머로 어두운 숲이 보인다.

 지난 스무날 동안 나는 이 공간을 객실로 바꿨다. 쪼그려 앉아 세제 푼 비눗물로 더께 낀 바닥을 청소하고 벽에 흰 페인트를 칠하고 전구를 다시 달았다. 몇 개의 의자와 테이블, 책장을 들였다. 읽은 책들과 읽고 싶은 책들을 책꽂이에 꽂았다.

(....)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문을 여는 객실, 책방이듬이다.

(...)

“제법 많은 책을 냈고 대학 강의도 나가는 중견 작가인데 작품이나 쓰지 뭐 하러 사서 고생을 하느냐?”라는 우려 섞인 질문을 선배 작가에게서 들었다. 나는 “안정을 한 조각의 모험과 맞바꾸고 확실한 것들을 열정과 맞바꾸리라”라는 대답은 하지 못했다. 확실한 것은 없다. 다만 내 심장이 두근거리며 온몸이 뜨겁고 담대하게 나아가는 기분을 잃어버리고 살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책방 입구 위쪽 벽에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쓴 문장을 아크릴판에 적어 붙였다.

“춤추는 별이 되기 위해서는 그대 스스로의 내면에 혼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공간이 심리적인 기차역이나 객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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