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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우 Oct 19. 2024

물귀신을 위한 안내서

어떻게 거기 빠지게 되었나요

이보세요 선생님.

여기는 곧 매립될 지역이라니까요.

어떤 사연인지는 알겠습니다.

저도 사무국에서 전달받은 지침만 말씀드리는 거예요.

아, 당연히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시겠죠.

선생님 같은 분들이 한국에만 삼백 명은 돼요.

아니, 비난하는 게 아닙니다.

근데 자꾸 신고가 들어와서요.

그런 모습으로 사람들 눈에 띄시면 안 된다니까요.

작년에도 낚시꾼 아저씨한테 돌 던져서 이 호수가 출입금지된 거잖아요.

겁만 주신 건 물론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중간에서 참 난처합니다.

지금 아랫마을에선 여기 귀신이 산다고 아주 난리가 났어요.

근데 그 학생한테는 왜 손을 흔드신 거예요.

잠시만, 뭍으로 좀 나오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말씀해 주셔야 조회를 하죠.

저 이런 거 받으면 안 돼요.

생선 알레르기가 있어서요.

마음만 받겠습니다.

메기는 선생님 드십시오.

11월에는 공사가 진행된다고 들었어요.

그 학생은 다시 안 와요.

이제 집에 가셔야죠.

수초 던지지 마세요.

진짜 마지막 경고입니다.

저 엄청 센 무당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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