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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는 닭까지 키워냈다
건강한 햄스터도 다섯 마리나 있다
좋은 병아리를 감별해 내지 않아도
내 것과 달리 동족을 포식하지 않는다고
세상의 기타 등등처럼
이건 그냥
운이라고
물갈이하는 날
온도까지 염두에 두기엔 어렸다 뭘 몰랐다 줄곧 엄마가 해줬으니까
빨간 비가 내리는 것처럼
변기물의 궤적을 따라 종적을 감춘 열대어
하필 그날
말싸움하지 말걸
운이 나빴다
걔랑 온종일 같이 있는 건 난데 위로는 이상한 데서 주워 온다
내가 잡아먹을까 봐 그래?
이래 봬도 다른 류(流) 아닌가
잡아먹을 것엔 좋은 이름을 붙이지 않아서
비틀어 나쁘게 부를지도
불판을 향해 전력질주
멋지게
고꾸라지기
맛있는 냄새가 내 옷깃에서 난다
욕조에 걸터앉아 변명을 고민한다
그러면
수 초 내로 몇 개의 생명을 빼앗았단 죄책감이 덜하다
뭘 몰랐다 그럴만한 나이였다
막연히 병원이 두려워 진료를 피한다
일어난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가슴 정중앙에 나타난 몇 개의 종양같이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낭설이 진실로 밝혀지는 것같이
녀석들의 사이즈에 비해 유독 커다랬던 어항
걔는 그걸 텅 빈 케이지로 썼다
톱밥을 깔고 쳇바퀴도 구했다
이걸 남았다고 해야 하나
남겨졌다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