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Hibari

by 찬우 Mar 15. 2025

걔는 닭까지 키워냈다

건강한 햄스터도 다섯 마리나 있다

좋은 병아리를 감별해 내지 않아도

내 것과 달리 동족을 포식하지 않는다고

세상의 기타 등등처럼

이건 그냥

운이라고


물갈이하는 날

온도까지 염두에 두기엔 어렸다 뭘 몰랐다 줄곧 엄마가 해줬으니까

빨간 비가 내리는 것처럼

변기물의 궤적을 따라 종적을 감춘 열대어

하필 그날

말싸움하지 말걸

운이 나빴다


걔랑 온종일 같이 있는 건 난데 위로는 이상한 데서 주워 온다

내가 잡아먹을까 봐 그래?

이래 봬도 다른 류(流) 아닌가

잡아먹을 것엔 좋은 이름을 붙이지 않아서

비틀어 나쁘게 부를지도

불판을 향해 전력질주

멋지게

고꾸라지기

맛있는 냄새가 내 옷깃에서 난다


욕조에 걸터앉아 변명을 고민한다

그러면

수 초 내로 몇 개의 생명을 빼앗았단 죄책감이 덜하다

뭘 몰랐다 그럴만한 나이였다

막연히 병원이 두려워 진료를 피한다

일어난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가슴 정중앙에 나타난 몇 개의 종양같이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낭설이 진실로 밝혀지는 것같이


녀석들의 사이즈에 비해 유독 커다랬던 어항

걔는 그걸 텅 빈 케이지로 썼다

톱밥을 깔고 쳇바퀴도 구했다


이걸 남았다고 해야 하나

남겨졌다고 해야 하나

이전 03화 27분의 1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