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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아이

by 찬우

S는 마법사가 됐다

눈으로 보진 못했으나 그녀가 그렇다면 대체로 그런 거다

누군가 못 본 새 마법사같이 입는 취향이 생긴 걸지도 모르니 섣불리 믿지 말라 했다

누군가 스물다섯까지 동정을 떼지 못한 처녀의 우스갯소리가 아니냐 했다

하지만 그건 S를 전혀 모르기에 뱉을 수 있는 흰 정적

그녀는 노란 고양이처럼 바쁘고 까만 고양이처럼 얌전하다

그런 사람은

그런 마법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S는 일부러 늦는 마법사가 아니다

언젠가 빌딩 숲에 둘러싸인 합정에서 만날 때 그랬다

천천히 오세요

어차피 늦었어요

그래 우리 나이에 사랑은 늦게 올 수 있어도

정글을 도는 사람은 일찍 와야지

빨간 볼이 식은 스타벅스에서

전 동물 소리를 잘 흉내 낼 수 있어요

하필 그날 사파리 사육사처럼 입어서 더 무안한

큐트 어그레션


얼음을 통째로 집어삼키면 목구멍이 얼얼히 꽈악 막혔다 쑤욱 식도를 타고 급강하한다

도착한 건 분명 덩어리진 냉기일 텐데 내장이 뜨끈해진다

몸을 좌우로 움직이면 달그락거리는 게 느껴진다

뜨거운 코코아가 아이스 초코로 바뀌는 등가교환의 실현

거짓말이 아니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

나도 1분 전까지만 해도 알고 싶지 않았다

정육면체 얼음 하나가 급속도로 몸을 따갑게 한다

그러자

불현듯 옆에 솟아난 S가 내 손바닥의 한 지점을 꾹 눌렀다

딸꾹질 증상이 아닌데

환하게 낫는다


그녀의 죄는 오직

정직함

나는 짐짓

곤란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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